산이 보약이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삭풍(朔風)속에 한라산(1,947m) 18.3km 종주 [2편]

2022. 2. 20. 19:33☎청파산행과여행기☎

728x90

https://youtu.be/LSnm6qYdIOo

한라산 1,947.3m

 지금으로부터 약 160만년전 바다 한가운데서 땅이 솟아올라 생성되기 시작한 한라산은 그 역사 만큼이나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다. '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는 雲漢可拏引也높은 산이라 붙여진 이름처럼한라산은 남한의 최고봉으로 오랜 세월 동안 신성함의 대상이었으며백록담과 360여개의 오름을 품은 곳곳에 신비로운 전설과 설화를 전한다.

 

한라산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600~ 1950m에 걸친 총 90.931의 천연보호구역을 갖고 있다이곳에는 약 2,000여종의 관속식물과 4,400여종의 곤충을 포함한 5,0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세계적으로도 자원적 가치를 인정받은 한라산은 2002년 12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007년 6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국립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그 속에 어우러진 다양한 동식물잘 가꿔진 탐방로와 시설들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의 하나이다한라산국립공원은 어리목영실성판악관음사돈내코어승생악등 6개의 탐방코스가 있으며산행에 대한 모든 것한라산을 보호하고 가꾸는 이야기들이다.

 

산이 보약이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삭풍(朔風)속에 한라산(1,947m) 18.3km 종주 [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일행들과 한라산 정상에 오른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데 얼마나 많은 인파가 밀려 드는지, 15분여를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며 기다린 끝에 겨우 인증샷을 남겼다. 이제는 하산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날 한라산 정상을 탐방한 사람들, 대부분은 모두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한다.

 

그런데 탐방객중 가장 노년(꼰대)에 속하는, 우리들은 망서림 없이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이다. 이곳 관음사 코스는 성판악 코스와 달리, 등산로가 거의 C코스에 해당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설경 만큼은 성판악 코스에 비할바가 아니다. 특히 이 코스에서는 겨울철이라 좀 그렇지만 여름철에는 살아있는 주목 군락지 지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때다. 관음사 하산로에 들어서자 마자, 계곡에서 불어오는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이 마치, 우리를 기다렸던 것처럼, 무릅이 묻힐 정도로 쌓인 눈을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순간적으로 나를 휘감싸고 하늘로 오르려 한다.

 

얼마나 놀랐던지 어쩔 수 없이 회오리 바람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구사일생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니 아~! 여기가 극락인가, 스위스인가요. 생전 보도 못한 설국(雪國)에 내가 댕그마니 서 있다.

 

그런데 일행들은 회오리 바람을 피해, 어디쯤 갔는지 꼬랑지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진퇴유곡(進退維谷) 와중에 눈앞에, 펼처지는 한라산 설원(雪原)의 환상적인 설경 앞에, 나는 더 이상 할말을 잃어야 했다.

 

시인(詩人)이 못된것이 두고 두고 원망이다. 그 바람에 말로 표현 못하는 대신, 연신 카메라 셔터만 연속 눌러댄다. 그런데 이때다. 카메라 때문에 겨울 산행의 필수 장비인 스틱을 챙기고도, 스틱질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갑자기 나도 모르게 스르르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카메라를 내 던지고 나무를 잡고 의지 하자니, 내 생애 최고 애장품 카메라가 아깝다. 이제 남은 것은 나에겐 다리 힘 뿐이다. 모르겠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내가 살 팔자면 죽어도 살고, 죽을 팔자면 살아도 죽는다. 아이젠 신은 두 발로 눈을 감고 힘껏 브레이크(brake)를 밟는다. 

기적처럼 간신히 제어가 됐다. 등골이 오싹하다. 조금만 더 미끄러져 내렸으면 나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한라 계곡 눈속에 생매장 될 뻔 했다. 십년감수(十年減壽) 했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돌아보니, 조금전 까지도 보이지 않던 수목에 된서리(상고대) 꽃이 장관이다.

 

상고대가 말한다. ‘나를 두고 가시는님은 10리도 못가서 발병날꺼라고…… 그 바람에 상고대 사진을 찍다 보니, 어랍쇼 나만 홀로 고아다. 일행들을 목청 높여 불러 보지만, 대답대신 을씨년스런 바람 소리만 허공을 날뿐이다.

 

안돼겠다. ‘내가 무슨 종군기자라고, 많은 사진을 남기면 뭘하냐.’ 중요한 것은 살어서 돌아가는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어 칼바람 몰아치는 빙벽 내리막길을 스틱도 없이, 아이젠에 목숨을 걸고 갑각류 게(crab)”가 되어 나도 어그적 어그적 옆으로 기어 내려간다.

 

내 모습이 처량하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난다. 1960년대 말, “태준이란 가수가 부른 울면서 가지마오란 노래가……

 

싸늘한 찬바람에 울고 가는 내 사랑아 서러워 말아요 마음이 괴롭지만 웃으며 보내는 이 마음 눈물나요 뒤돌아보지 말고 울면서 가지마오 내일의 행복을 마음에 새기면서 괴로운 눈동자 눈물을 감추고 내 사랑 울면서 울면서 가지마오

 

 
앞서간 일행들은 꼬리도 안 보이지요. 무릅까지 차오른 눈길을 나홀로 러셀(russell)하며, 가파른 내리막 길을 헤쳐 내려 가는 마음이 좀 그렇다. 그런데 이때다. 관음사 방향에서 칼바람 눈보라를 뚫고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젊은이 대 여섯명 모습이 보인다. 

너무 반갑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점퍼와 배낭에는 태극기 문양을 달고 오르다 나를 보자, ‘어르신 혼자 오셨어요.’ 하며 걱정을 한다. 자세히 보이 군인들이다. 그래서 혹시 군인 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자랑스런 그들 모습을 보니 갑자기 지난해 군에가 지금은 중부전선에 근무하는, 손자 도영가 눈에 어른거린다.

 

군인들이 조심해 내려가세요.’하는 말을 뒤로 하고 다시 또 하산이다. 어디쯤 왔을까. 전방에 파랑새(박인선) 아우가 설경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퓨휴! 안심이다. 비로서 불안했던 마음에 안정을 찾으며 주위 설경을 살피노라니.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산다는 주목’, 고풍스런 등걸 모습도 보이고, 저 건너 아득히 설악산 울산바위를 빼어 닮은 바위군도 보인다. 뿐만 아니다. 정상에서 칼 바람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백록담 옆 모습이 보이는데, 백록담엔 아직도 회오리 바람이 희뿌연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하산로는 다행히 완만하다. 제법 시야도 좋다. 전방 저 아래를 본다. 데크목 넓은 쉼터도 보이고, 그곳에 많은 인파가 휴식을 취하는데, 자세히 보니 앞서간 일행들 모습도 있다. 정상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한 시간이 넘어 만났다. 

허기가 진다. 배낭을 열어 여행사에서 준비해준 김밥을 한 입 물어 보지만, 밥이 얼어 딱딱하다. 어쩔 수 없이 밥대신 쵸콜릿 한 알을 입에 녹이며 서둘러 다시 하산이다. 이어지는 하산길엔 오후 시간인데도, 상고대 성애꽃이 만발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상고대 꽃 동산이다. 그 진풍경이 영락없이 꽃피는 4, 산골짝 마다 눈이 시리게 핀 벚꽃처럼, 온 산이 온통 희다. 카메라 줌을 당겨 아름다운 상고대 풍경을 원없이 담았다.

 

이날 내가 한라산 종주길에 만난 설경은 30여년 내 산행길 이력 중 최고의 절경을 본것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한라산 북쪽코스인 관음사탐방로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을 오를 수 있는 8.7의 탐방로로, 계곡이 깊고 산세가 웅장하며, 고도 차이도 커 한라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은 물론, 성판악 코스 탐방객들이 하산 할 때 주로 이 코스를 이용 한다. 그런데 다리가 조금 후들 거린다. 아직도 탐라계곡까지는 거리가 멀다. 어쩔 수 없이 엄마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이를 악물고 내려간다.

 

용진각도 지나고 삼각봉대피소다. 고개를 들어 좌측을 보니, 세모 모양을 한 삼각봉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인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알프스 산맥(4,478m)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산 마터호른(Matterhorn)”과 흡사하다. 그래서 난 이 삼각봉을 대한민국 한라산 마터호른이라 불러본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탐라계곡, 구린굴가는 하산로는 그런데로 밋밋하다. 설경도 하도 많이 보아 시들하다. 이제는 더 지치기 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 하산 하는 것이 선견지명이다. 가도가도 끝 없이 이어지는 관음사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길은 제주조릿대 군락지 일색이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유시유종(有始有終)이 있는법이다. 이날 산행은 한라산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라고 쓴 등산객 입, 출 계수기를 통과하며, 성판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 한라산 종주를 모두 마쳤다. 관음사탐방지원센터를 나서니 오후 4 15분이다. 8시간 15분만에 한라산 종주를 했다

 

갑자기 6·25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에 의해 보직이 해임된, 맥아더 장군이 고별사에서 한말, ’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냥 사라질 뿐이다라고 한 말이 떠 오른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비록 노병이지만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뜻있는 산행이 었다.

 

 

산행을 마치고 일행들과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행하는 한라산등정인증서를 발급받아, 가슴에 인증서를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한라산종주 인증샷을 남기며 길고 지루한 한라산 종주기를 마친다

 

한라산국립공원이 걸어온 길 

한라산은 1966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그리고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8년에는 물장오리오름 산정화구호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2018 : 2018. 8. 23 : 행정기구조직 개편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제2090세계유산본부 한

           라산국립공원관리소(26)

2016 : 2016. 7. 28 : 행정기구조직 개편 (제주특별자치도 규칙 제492세계유산본부 한

           라산국립공원관리소

2015 : 2015. 3. 24 :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개관

2011 : 2011. 1. 19 : 행정기구조직 개편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제683한라산국립공원관

          리사무소

2010 : 2010. 10. 4 :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인증

2009 : 2009. 10. 12 :'1100고지습지로람사르습지 등록

2008 : 2008. 10. 13 : 물장오리 오름 람사르습지 등록

2008. 04. 21 :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개관

2008. 03. 05 : 행정기구조직 개편 (제주특별자치도 조례324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한라산국립공원보호관리부

2007 : 2007. 06. 27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제주화산섬과용암동굴)

2006 : 2006. 07. 01 : 한라산연구소 독립기구 개편분리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설치조

           례 제2620)

2003 : 2003. 10. 14 : 한라산연구소 연구실 신설 (제주도 규칙 제1928)

2002 : 2002. 12. 16 :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1 : 2001. 01. 15 :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부설 한라산연구소 개소 (제주도

           훈련 제743)

1998 : 1998. 09.14 : 관리사무소 직재개편(제주도 직재규칙 제1771)

1995 : 1995. 04. 07 : 관음사지구 야영장 개장

1987 : 1987. 08. 07 : 관리사무소 기구 확대 (제주도 조례 제1348)

1973 : 1973. 09. 01 : 관리사무소 개소 (제주도 조례 제 457)

1970 : 1970. 03. 24 : 국립공원 지정 (건설부 고시 제 28)

1966 : 1966. 10. 12 : 천연보호구역 지정 (천연기념물 제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