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호] 산이 보약이다··· 새벽 닭 울음소리에 잠 깨어 오른 "오봉, 여성봉"

2021. 8. 31. 15:04☎청파산행과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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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4929일 수요일

산 행 지 : 송추 = 여성봉 = 오봉

산행코스 : 오봉매표소 - 송추능선 - 여성봉 - 오봉 - 원점회귀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시간 : 2시간(휴식시간포함)

 

 

[56] 산이 보약이다··· 새벽 닭 울음소리에 잠 깨어 오른 "오봉, 여성봉"

 

요즘 세상 살기 힘이드니 어쩌니해도 우리나라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아마 그 느낌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 말뜻을 잘 모를 것이다. 도리켜 보면 불과 25년여전만 해도, 우리나라 수준에서 5일 근무제란 상상도 못했다. 당시에는 일례로 하루 12시간 꼬박 근무를 하는 조건이어도 일자리만 있으면 얼씨구 하며,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었다.

 

그런데 불과 25년여 지난 지금. 5일 근무 40시간 근무제로 전환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살기좋은 나라인가. 하지만 그러한 조건 근무 제도의 특혜를 받는 사람들은 대다수, 직장이 안정되고 급여가 기반위에 올라있는 계층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나 노동계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그렇치못한 수준, 근로자 서민들이 훨씬 더 많다. 그중 내 경우만 해도 주 7(109시간)을 근무하는 직업에 종사 하면서도, 일자리가 있다는것만 감사하게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러다 보니 추석, 명절 같은때도 어렵게 하루, 이틀을 쉬는게 고작이다. 그 짧은 토막 휴식 시간을 쪼개, 하루는 조상님 차례를 드리기 위해 형님댁을 방문한다. 그리고 명절날 차례를 모시고 조상님 묘역 성묘 다녀오면, 또 결혼 30년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은 처가댁 방문길이다.

 

처가에서 모처럼 만나는 두 동서와 처제들을 만나 어울리다 보면, 두 손아래 동서는 슬그머니 일어나 당구장 행이다. 그러다 보면 어색하게 나 홀로다.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해 보지만 잠자리가 뒤숭숭이라 깊은잠을 자지 못한다.

 

나는 3D업종 직업 때문에 매일 새벽 2시 퇴근하여 잠을 잔다. 그리고 새벽 6시면 기상을 한다. 그것이 오랜 세월동안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가에서의 1박 날도 뒤척거리다 눈을뜨니 새벽 5시 반이다. 곁에선 당구장 다녀온 두 동서가 곤히 자고 있다.

 

가족들이 깰세라 어둠속에서 까치발을 들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사르르 문을 열고 조심조심 대문을 나선다. 하늘을 보니 이미 먼동이 텃는지 동녘하늘이 붉으스럼하게 물들었다. 게다게 선들선들 초가을 새벽바람이 싱그럽게 불어온다.

 

집앞 은행나무에선 바람에 노오란 은행잎이 하나, , 나중엔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가을이 탱글탱글 익어가고 있다. 마을앞 농로를 따라 나홀로 새벽 바람을 친구삼어 거닐어 본다. 그런데 이때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럴바엔 차라리 차를 달려 어디론가 떠나보자. 생각 하고 차에 오른다.

 

어디로 갈까. 궁리끝에 문득 생각이 떠오른다. 지난 일요일(926) 북한산연가팀과 사패산, 도봉산, 오봉, 여성봉 산행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추석이 코 앞이라 오봉과 여성봉을 남겨두고 하산을 했다. 그래서 마치 똥넣고 밑 앉씻은 것 처럼찜찜했었다.

 

챤스다. 새벽 운동삼아 송추에서 여성봉, 오봉 산행이나 하고오자 생각을 하고 차를 달린다. 처가가 경기도 고양시 원당이다 보니 송추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자동차로 약 30분을 달려 송추에 도착했다. 추석 다음날 새벽이라 도로가 뻥뚫렸다. 그 바람에 한달음에 달려 파라다이스 수영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가로변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이 여기저기 딩군다. 줍자 맘먹으면 한됏박은 더 주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 성격이 산을 그렇게 다녀도 산에서 도토리, 나물 한포기 채취를 안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데, 이마에 스카프를 묶고 지나는 내 머리를 갑자기 소리가 나게 무언가가 때린다. 정신이 번쩍든다.

 

무의식적으로 아니 언놈이 뭔 짖거릴 한겨. 하며 주위를 살피니 세상에~~~ 제법 굵은 알밤이 정확히 내 머리위로 떨어지며 골통을 때린 것이다. 반질반질 윤이나는 알밤 한알을 주워, ‘그래, 내가 너 한알 먹어주마하며 알밤을 한 입 깨문다.

 

오드득~~~ 소리가 상큼하다. 그리고 밤맛이 얼마나 고소하고 달콤한지,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 이럴줄 알았으면 길바닥에 즐비하게 떨어진 알밤, 몇 알 더 주워올껄...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다.’

 

처음 처가를 나설때는 가볍게 여성봉이나 올랐다 오자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힘든줄도 모르고 반시간 만에 여성봉을 오르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바람도 시원하고 기분도 상쾌한데 내친김에 오봉까지 다녀오자.

시계를 보니 745분이다.

 

가족들과 9시에 아침을 먹기로 했으니 아직은 시간적인 영유가 있다. 이제부터 북한군 124군 부대원이 이기나, 대한민국 환갑진갑 넘은 산꾼이 이기나 내기나 해보자. 생각하고 거의 산악 마라톤 수준으로 치고 오른다. 지난봄 오봉 산행땐 급경사도가 그렇게 빡시게 생각 되었는데 오늘은 수박 겉핥기 처럼 쉽다.

 

이 모두 새벽운동으로 핼스, 걷기 운동, 등산등으로 다져진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봉까지 한번 쉬지 않고 정상을 밟았다. 시간을 보니 송추에서 1시간만에 오봉 정상에 올랐다. 자랑삼어 나에 산친구 운해에게 전화하니 운해도 처가댁 상주에서 새벽에 갑장산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운해의 처가나 나에 처가나, 산에 미친 사위놈들 하는짓이 하나같이 똑같다. ㅋㅋㅋ 이런놈들을 사위라고 장인, 장모님께서 지극정성 다하실 것을 생각하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뻔뻔 스럽고 한심하고 면목이 없다. 집을 나설 때 아무도 모르게 나선다고 조심을 했는데도, 귀 밝으신 우리 장모님에게 행적을 들켰다.

 

이런 망나니 사위놈을 위해, 새벽드리 아침상을 차리시려는 장모님 사위 사랑이 가슴속 깊이 전해온다.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며 장모님 식사는 산에 다녀와 먹을테니 식혜(감주)나 한병 넣어주세요.‘ 해서 배낭에 넣어온 식혜를, 오봉정상에서 꿀꺽꿀꺽 마시는 그 맛이란......, 그 무엇에 비교할 수가 없다.

 

이때 시간을 보니 8시다. 서둘러 하산이다. 오를때와 달리 하산구간은 힘이 반도 안든다. 거의 산악 마라톤 수준으로 뛰어 하산이다. 그런데 벌써 이른 아침인데도 싼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소쿠리를 들고 송이버섯을 따러 오르고 있다. 그 많은 사람중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오봉에서 여성봉까지 10분만에 내려왔다. 인간은 잘난사람, 못난사람, 그 어느 누구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어머니의 성에서 태어난다. 그 어머니의 성앞에 싱그럽고 성스러운 산바람이 상큼하게 분다.

 

여성봉을 보고 일만 선생님께서 산행기에서 표현하셨던, 그 숭고한 뜻을 다시 유추하며 특유의 암봉, 여성봉 골짝이를 숨죽이고 들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봉 다녀간 글을 읽었다. 어떤이는 여성봉을 우스게 거리 소재로 난해하게 쓴 사람도 있고, 각양 각색 글을 읽었다.

 

그런데 이 아침 내가 본 여성봉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높은 자연이 만든 예술 조각 작품 이다. 짤막하지만 아랫동네 서부전선 이상없는 남정네 눈으로 본, “여성봉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신비스럽다. ~~! 여성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