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눈 덮힌 횡계팔경... 능경봉 제왕산 雪國 산행

https://youtu.be/EaKpfENT5ns

 

◐ 산행일시 : 2004년 2월 8일(일요일)

◐ 산 행 지 : 강원도 평창군 왕산면 성산면

◐ 산행코스 : 능경봉 ~ 제왕산

◐ 산행인원 : 부평산악회원 55명

◐ 산행시간 : 5시간

 

[제23호] 눈 덮힌 횡계팔경... 능경봉 제왕산 雪國 산행

 

지난 1월 18일 이후 산행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욱신거린다. 아무래도 또 한바탕 산행을 하고 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 늘 내가 산행을 하는 부평산악회 산행일정을 보니, 2월 8일(일요일) 강원도 평창과 강릉시 대관령에 위치한 제왕산과 능경봉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능경봉은 대관령 남쪽 낙맥중 제일 높은 봉이라 하여 능정봉이 라고도 하는데, 왕산면 왕산리, 성산면 오봉리,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 1,123m의 산이다. 능경봉까지의 산행길은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하여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대관령 주변 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어 주목받는 등산로이다. 능경봉으로 가는 길은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짧은 등산로와 닭목재에서 가는 긴 등산로가 있다. 특히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산행 거리가 짧아서 가족 단위 등산로로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제왕산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성산면에 위치한 높이 841m의 완만한 산으로 상제 민원의 계곡이 매우 뛰어나며, 참나무숲과 낙엽송이 우거진 수풀이 곳곳에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강릉영림서의 임간학교가 제왕산 계곡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어흘리에 대관령 박물관이 있어 옛 얼을 느껴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에서 겨울산행의 1일 코스로 적합하다. 대관령에서 등반을 시작하면 성산 어흘리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지가 딱 맘에 든다. 더 이상 망서릴 필요가 없다. 서둘러 산행 신청을 하고 2월 18일 새벽 5시, 부평산악회 사무실앞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달려간다. 차에 오르자 마자 스르르 잠이 온다. 이유는 지난밤 새벽 2시까지 근무를 하고 귀가해, 겨우 2시간여 잠을 자고 산행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어디쯤 왔을까. 산악회 총무가 안내방송을 한다. 오늘의 산행 출발지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고, 시간을 보니 09:30분이다. 서둘러 차에서 내려 준비운동을 하고 겨울철 심설산행을 대비해 안전장비 점검을 한다. 그리고 곧바로 출발이다.

 

멀리 전방에 하늘을 찌를 듯 우뚝선 돌비가 서있다. 달려가 확인하니 “영동·동해 고속도로준공기념비”다.

 

그런데 이날따라 눈이 많이와 나이드신 산악회 회원님들은 일찌감치 산행을 포기하고, 청년대원 15명만 산행을 한다. 그 속에 내가 끼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제일 연장자다. 그러나 산행하고 나이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체력만 버텨주면 되는것이지. 매 산행때마다 그랬듯이 이날도 나는 선두에서 산행을 하는데 전날 내린 눈이 무릅까지 찬다.

 

그 바람에 럿셀(눈을 치우며 길을 내는작업) 산행을 하며 간다. 체력소모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 우리 부평산악회 일행들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무슨일일까. 혹시 다른코스로 간걸까? 가던길을 멈추고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타 산악회 대원들이 보란 듯이 나를 추월해 나간다. 그 바람에 그들 뒤를 따르니 한결 산행이 덜 힘 든다.

 

할 수 없이 가던길을 멈추고 일행들을 기다린다. 덜덜덜 서있는 것이 더 고역이다. 그럭저럭 20여분 정도를 기다리니 그때서야 저 멀리 일행들 모습이 보인다. 다행이 길이 엇갈리지 안았다. 이젠 안심이다. 나는 또 다시 혼자 어머니 젖먹던 힘을 동원해, 능경봉 정상 7부능선 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때 까지는 간간히 내리던 눈빨이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하더니 심지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뒤를 돌아보니 일행들이 산행을 뒷걸음질을 하는지, 또 깜깜 무소식이다. 에라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나 혼자 먼저 정상에 오르기로 하고 마지막 피치(a pace)를 올려 능경봉 정상(해발 1,123미터)에 올랐다.

 

능경봉 정상엔 나무에 새긴 정상 표시목만 홀로, 서있을뿐, 아무도 없다. 그런데 세차게 몰아치는 칼바람과 목화송이같은 눈발이 범벅이되어 얼굴을 따겁게 때린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온 일행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날려버릴듯한 세찬 칼바람 강풍에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서둘러 인증샷 사진만 찍고 하산이다.

 

힘들게 올랐던길을 뒈돌아 하산하니, 다시 산불감시초소다. 제왕산은 여기서 우측으로 간다. 제왕산 까지는 6.7km다. 그러나 함께한 산악회 일행들은 이날 처음 산행에 참가한, 초보 산꾼과 보조를 맞추느라 점점 더 속도가 느려지더니 아예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안되겠다. 성미 급한 나는 또 다시 나 홀로 산행이다. 어디쯤 왔을까. 멀리 35번 국도 대관령 옛길이 보인다. 그런데 제왕산 코스는 고도는 얌전해서 좋은데, 울퉁불퉁 뾰족뾰족 마치 칼날을 세운듯한 암릉길로 이어진다. 그 바람에 세심하게 안전에 주의를 하며 또 나홀로 제왕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엔 아주 작은 오석에 “제왕상 841m” 표시가 된 정상석이 세워있다. 이제 부터는 하산길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다. 갑자기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난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밤 늦게 귀가해 토끼잠을 자고 입맛이 없어, 아침을 걸렀기 때문에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마침 능경봉 산행은 생략하고 제왕산만 오른, 산악회 부회장을 만났다. 둘이는 협소한 제왕산 정상에 자리를 잡고, 보온도시락에 싸온 점심을 먹는다. 밥맛이 꿀맛이다. 우스게 소리로 ‘둘이먹다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이제 오후 4시까지만 대관령참소리박물관 집결지에 하산하면 된다.

 

2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다. 그 바람에 산행 속도를 느춰,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겨울산에서 솟아나는 피톤치드향을 만끽하며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굽이굽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저 아래 계곡에서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봄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머지않어 제왕산에도 봄 소식을 전할 것 같다.

 

대관령 박물관 1.2킬로 이정목을 지나자, 곧이어 대관령 옛길에 위치한 주막이 나온다. 타 산악회 회원들이 이곳에서 옛날 도시락(변또)에, 손두부 시켜놓고 좁쌀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그 모습보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러나 나 혼자이니 무슨 재미로 한잔을 한단 말인가.

 

목탄 난로 위에 수북하게 옛날 도시락이 층층이 쌓여있다. 그 옛날 초딩시절 유년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불현 듯 그때 그시절 친구들이 보고 싶다. -END-

 

◐ 능경봉

◐ 높 이 : 높이 : 1,123m

◐ 위 치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능경봉은 대관령 남쪽 낙맥중 제일 높은 봉이라 하여 능정봉이 라고도 하는데 왕산면 왕산리, 성산면 오봉리,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 1,123m의 산이다. 능경봉까지의 산행길은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하여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대관령 주변 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어 주목받는 등산로이다. 능경봉으로 가는 길은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짧은 등산로와 닭목재에서 가는 긴 등산로가 있다. 특히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산행 거리가 짧아서 가족 단위 등산로로 안성맞춤이다.

 

◐ 제왕산

◐ 높이 : 제왕산: 841m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성산면

 

제왕산은 높이 841m의 완만한 산으로 상제 민원의 계곡이 매우 뛰어나며, 참나무숲과 낙엽송이 우거진 수풀이 곳곳에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강릉영림서의 임간학교가 제왕산 계곡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어흘리에 대관령 박물관이 있어 옛 얼을 느껴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에서 겨울산행의 1일 코스로 적합하다. 대관령에서 등반을 시작하면 성산 어흘리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 대관령 휴게소에서 능경봉으로 가는 등산로

 

대관령 정상에는 두 개의 휴게소가 있다. 강릉에서 올라가서는 왼쪽, 횡계에서 내려오면서는 오른쪽 휴게소(대관령 남쪽 휴게소)가 능경봉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휴게소 뒤편에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보이는데 이 비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길옆에 '인풍비'가 있는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약수터에선 백두대간의 동쪽 자락과 강릉바다가 맞닿는 장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약수터 임도를 따라 50m쯤 지나 오른쪽 오솔길로 오르면 능경봉으로 가고 조금 더 가다 왼쪽으로 가면 제왕산으로 가게 된다. 오른쪽, 능경봉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면 완만한 능선이 펼쳐지는 활엽수림과 만나게 된다. 오래된 활엽수가 집단 자생하는 풍경은 대자연의 웅장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자연림에 익숙하지 못한 도시인들은 오히려 엄숙함 가지 느끼게 된다. 이 등산로의 가을 산행은 활엽수 나무 사이로 알알이 익어 가는 도토리, 머루, 다래 등 무수한 산열매들이 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겨울 산행은 겹겹이 쌓인 낙엽을 밟고 걸어가는 포근함과 눈꽃의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산정 상이 가까워지면 능선은 급경사로 오르막길에는 로프를 설치해놓았다. 로프를 잡고 오르면 힘도 들지 않고 편하다.

 

능경봉 정상까지는 1.8km이고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산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감회가 새롭다. 산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북으로 펼쳐진 삼정평의 대초원이 산들바람에 물결 치며 장관을 이루고 남으로는 야산들이 잔잔하게 펼쳐 내리다가 강릉의 맑은 바다와 이어지는 풍경을 보면 산맥이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산정에서 뒤로 돌아보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위풍당당하게 솟아오르는 기세를 만날 수 있다. 산맥의 힘찬 표정들과 잔잔한 강릉바다의 광활함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능경봉이다.

 

◐ 닭목재에서 가는 등산로

 

강릉시내에서 삽당령 쪽으로 가다 보면 오봉 저수지를 만난다. 저수지를 돌아 교량을 건너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오른쪽 길이 왕산면 왕산리로 들어가는 9번 군도이다. 군도를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왕산면 대기2리, 4, 5반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은 풍수에서 말하는 금계포란형의 '닭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여 '닭목'이라 하고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를 '닭목재'라 부른다. 능경봉으로 오르는 또 하나의 등산로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닭목재의 정상 오른쪽에 농산물 보관창고와 서낭당이 있는데 이곳이 능경봉으로 가는 등산로의 시작이다. 닭목재에서 능경봉을 거쳐 대관령 휴게소까지는 도상 거리가 12km이고, 7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로 접어들면 먼저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능선을 따라 계속되는 참나무 밑으로는 산죽이 끝없이 펼쳐진다. 숲 왼쪽 틈으로 산 정상 부근이 온통 밭으로 된 마을이 보이는데 이 마을의 이름이 '안방 데기'이다.

 

◐ 안반데기(안반덕)

 

마을의 생김새가, 떡메로 떡쌀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평평하게 생겼다 하여 '안 박덕' 또는 '안반데기'로 불린다. 마을 입구에서 한우목장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그 길은 목장까지 이어진다. 목장의 정문 왼쪽에는 등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이곳까지 대략 35분 정도 걸린다. 목장의 왼쪽 초지 밭 울타리를 따라 돌다 보면 안반데기로 올라가는 포장길이 보인다. 목장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올려다보면 능경봉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면 산림벌채 지가 나타나고, 산죽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산죽군락 지를 지나면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만나는데 이곳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주변에는 참나무와 산죽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그 모습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책일 것이다. 산의 살림살이를 마주하며 우리네의 삶을 반성하는 것도 산행의 맛이 아닐까?

 

이 급경사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이 나타난다. 내리막길에서는 자작나무, 참나무 등 고목들이 자생하는 활엽수림지대와 철쭉 군락지를 만난다. 이 풍경은 능경봉까지 이어진다. 철쭉꽃이 필 무렵이면 온 산이 불타는 듯한 장관을 이루고, 철쭉이 고목,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대자연의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여기를 지나면 다시 급경사의 오르막 구간이므로 조금 쉬어 가야 힘들지 않다. 산봉우리 바로 아래에 대형 전기 철탑이 보인다.

 

▶ 등산객을 안내할 각종 리본이 설화 속에 가득하다.

 

이 봉우리를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반데기와 강릉시내가 보이고 능경봉도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안반데기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계속해서 임도 길을 따라가면 '고루포기산'이 나온다. 고로쇠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높이가 1,238m 나 되는 산이다. 산정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산봉우리에는 측량 삼각점이 있고, 평창군 도암면 횡계시내와 대관령 휴게소, 발왕산, 제왕산, 강릉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루포기산에서 내려와 임도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바위가 보인다. 능경봉으로 가려면 이 바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평창군 도암면 횡계 5리 '오목골'로 가게 된다. 바위를 따라 내려가면 완만한 내리막길이 펼쳐지고 조금 급한 내리막길도 만나게 된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왕산면 왕산리(큰골)와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왕산 골)를 넘나드는 재를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나 한참 동안 걸으면 능경봉 밑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로 가고 곧장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능경봉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걸어온 산 준령을 뒤돌아보면, 등산로 줄기가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감싸듯이 강릉시를 포근하게 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눈을 돌려 능경봉 쪽으로 보면 정상 바로 밑에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이 봉우리 밑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 내리막길을 만나고 곧이어 마지막의 급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길은 기암괴석과 철쭉 군락이 어울려 있어 등산의 피로를 잊게 한다. 산 중턱에는 등산객들이 돌을 하나둘씩 쌓아 만드는 행운의 돌탑이 있다. 이 돌탑에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능경봉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까지 6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 등산로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