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9. 16:07ㆍ☎청파산행과여행기☎
◐ 산행일시 : 2004년 2월 28일(일요일)
◐ 산 행 지 :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홍천군 상남면 방태산 1,444m
◐ 산행코스 : 휴양림 주차장 - 작가리 골 - 지당골 - 삼거리 - 주능선 - 서쪽능선 - 정상
(주걱 봉) - 동쪽 능선 - 삼거리 - 북쪽능선 - 삼거리 - 대 골 - 휴양림 주차
장 : 13km (5시 간 30분)
◐ 산행인원 : 부평산악회 32명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제49회] 산이 보약이다···겨울 진눈깨비와 폭우로 사선(死線)을 넘나든 방태산 산행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2월 21일 새벽부터 내리더니 하루종일 여름 장맛비 처럼 세차게 퍼붓고도 부족하여 2월 22일 방태산 산행을 나서는 새벽녘 까지도 그치지 않고 쏟아진다.
이렇게 세찬 겨울비가 쏟아지는 악천우 속에도, 마치 무슨 중요한 군사작전이라도 전개 하는것처럼 산행을 중지하지 않고 부평 산악회 회원들을 싫은 버스는 새벽 6시를 20분 산악회 사무실을 출발한다.
내 생각같아선 이렇게 겨울비가 출발 부터 칠척거리며 내릴땐 먼 장거리 산행을 보류하고 날씨 소강 상태를 보아 서울근교, 또는 가까운곳 지방 산행으로 대체하여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예정대로 산행을 떠나는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그래 어차피 기왕지사 산행을 나섰으니, 다른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고 차에 오르자 마자, 부족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다. 대신 함께 떠나는 일행들과 두런두런 못다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다. 여기는 마지막 휴계소이니 화장실 다녀올분들 다녀오라는 방송에 잠을깨 볼일을 본다.
그리고 다시 버스는 달려 겨울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너도 나도 판초우의와 비옷을 착용하고 산행 출발이다. 그런데 마음 한켠엔 이런날은 산행보다는 일행들과 여행온심 대고 가볍게 한잔 하다 귀가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이날 방태산 산행을 위해 얼마나 학수고대 하며 수백리길을 달려 왔는데, 무슨 잡념인가. 서둘러 마음을 다잡으며 비에 젖지 않도록 디카부터 챙긴다.
이렇게 비를 동반한날 사진을 찍는 것은 습기에 취약한 디카에 아킬레스 건이다. 그렇다고 난생 처음 만난 방태산 겨울 풍경을 코 앞에 두고 사진을 못찍는다는 것은 우수운 일이다.
전쟁(戰爭)을 취재하는 종군기자가 총알이 무섭다고, 취재를 피할 수 없는것처럼, 비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더라도, 드문드문 몇 컷이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내가 취미 생활로 카메라를 든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판초우의 속 가슴깊이 간직한 디카를 꺼내 몇 컷을 사진을 찍어본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비, 바람에 엘씨디창이 안 보일 정도다.
산행은 고도를 높힐수록 눈이 허리 높이까지 쌓였다. 그러다 보니 한반, 한발 내딛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너도 나도 초장부터 힘들어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 산행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미 2시간이 산행을 해 하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살어서 방태산 정상을 밟고 하산 하느냐. 중도 포기하고 기죽어 하산 하는냐 그것은 오직 내 정신 선택 여하에 달렸다. 청파 가는길에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눈이 무릅을 덮을 정도다 보니 진로 방향 찾기도 쉽지않다. 그러다 보니 길을 잘못들어 눈덥힌 가시덤불, 또는 잡목 숲을 럿셀하며 간다. 그 바람에 얼굴, 손, 등산복이 가시덤불에 긁히고 섥혀서 말이 아니다. 악전고투(惡戰苦鬪)란 이런때 쓰는 말인가 보다.
등산로가 어느 한곳도 편한 길이 없다. 때문에 일행들 하나같이 마치 전장의 패잔병처럼 지친 모습으로 해발 1100m 고지를 지나는데, 세상에 이렇게 높은 곳에 군부대가 있는지 철책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 군보급로 인듯한 신작로가 보인다. 퓨휴! 이젠 살았다. 부담없이 신작로에 발을 내딛으니, 세상에 진눈깨비 쌓인 눈이 시골 고랫논처럼 발이 푹푹 빠진다.
이미 등산화는 물이 스며들어 질퍽 거린다.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평지길을 버리고, 등산로가 아닌 이면길로 간다. 그런데 이때다.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전방에 까마득히 구룡덕봉이 보인다. 그리고 앞에는 군부대 급수탱크인듯한 시설이 보인다.
그런데 이때다. 쌓이고 쌓인 눈길 럿셀 산행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들갑자기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난다. 새벽 산행을 나서며 먹은 것은 우유 한잔 뿐이다. 그런데 이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와 동행 한 친구와 후배들이 이날 따라 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도시락을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비 때문에 우왕좌왕 하다 산행 초보인 일행들이 산행을 포기하는 바람에, 내 배낭에는 먹거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뱃속에선 쪼르륵 소리가 난다. 그러나 별수가 없다. 그럼에도 참고 조금 가다보니 이번에는 배가 고프다 못해, 진땀에 다리가 풀려 비틀 거린다.
큰일이다. 자칫 추위 엄습해오는 방태산에서 동사하기 일보 직전이다. 안된다. 여기서 쓰러지면......마지막 기력을 다해 간신히 구룡덕봉 정상에 도착했다. 서둘러 사진 몇 컷 찍고 등반대장이 따라 주는 정상주 한잔을 허겁지겁 마시고 나니, 한결났다. 위기는 모면했다.
자타가 자칭 내노라하는 산꾼이라 자처했던 내가, 배낭 꾸리는 일에 소홀했던 것에 대해 크게 후회를 한다. 산행 처음 시작할땐 세찬 비가 내렸다. 그런데 고도를 높힐수록 비가 진눈깨비가 되었다. 그런데다 비에젖어 몸에 칭칭 감기다 시피한 판쵸우의속은 땀이 범벅이다.
그런 와중에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차츰 한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체온이 내려갔는지 으스스하며 오싹 거린다. 자칫 방심하면 무슨일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잠시 휴식도 포기하고 서둘러 주억봉으로 간다. 그런데 주억봉 등산로는 지금까지 온 길보다도 훨씬 많은 눈이 쌓여, 갈길을 자꾸 지치게 한다.
이날 방태산에선 타 산악회 사람들은 한명도 볼 수가 없다. 부평산악회원 8명만 악천우속에 방태산 산행을 나섰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만약 누구 한 사람 실족 하거나. 지쳐 산행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1350m 방태산에 고립되어, 조난 당하기 일보직전이다.
걱정이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핸드폰을 열어본다. 그런데 얼마전 016 전화를 011로 바꾸었건만 강원도 고산지대 군사 작전지역 이어서 인지, 011 전화도 안터진다. 일행들에게 말한다. 될 수 있으면 흩어지지 말고, 그룹 산행으로 함께 가자고, 그런데 마침 조금전까지 내리던 진눈깨비가 멎으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 한다. 변화무쌍한 최전방 방태산 날씨앞에 놀랄 뿐이다.
금년 겨울 나는 산행때 마다, 폭설로 인한 개고생 산행을 한다. 그 첫번은 관악산 남북종주 할때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으로, 도심에서 등산로를 잃고 일행들과 눈과의 사투 산행을 체험했다. 그리고 제왕산 능경봉 산행때도 엄청 쌓인 눈길을 뚫고 럿셀 산행을 하며 고생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삼세번째 방태산 산행을 하며 눈과의 전쟁을 치르며 악전고투 산행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눈을 만나면 서설(瑞雪)이라고, 좋은 징조라 말한다. 그런데 올겨울 나의 산행길에 눈은, 서설이 아니라 최악의 악조건 산행이다. 어서 빨리 긴 겨울이 지나고 새봄 되어, 눈으로 얼룩진 나의 겨울에, 희망찬 새출발 산행을 할 수 있는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전방 150여미터 전방쯤에 방태산 정상 주억봉1444m가 보인다. 그런데 다시 또 갑자기 허기가 생긴더니, 이번엔 다리에 힘이 빠져 심지어 눈에빠진 발을 뽑지 못할 정도다. 탈진 일보전이다. 그런데 일행들은 나의 지친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정상을 향한다. 아 어쩐다. 정상이 바로 코앞인데, 몸이 휘져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
가던길을 멈추고 한 동안 서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한발 한발 힘들게 옮겨 주억봉 정상 올랐다. 비몽사몽 사경 상태다. 그런데 웃기는일은 자신이 무슨 종군기자처럼 사력을 다해 디카를 꺼내 몇 컷을 사진찍는다. 그런데 이때다. 대장이 말한다. 4시간 이상 행동식하나 못먹어 모두다 지쳣으니, 간단히 간식을 먹자고 한다.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정상은 지금까지 보다 몇배 더 세찬 눈보라와 바람이 살을 에이는 듯 몰아친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를 펼칠 수가 없다. 좋았다 망했다. 그런데 일행들이 말한다. 기와 참은결에 차라리 빨리 하산해 점심을 먹잖다. 그 소릴들으니 하늘이 노랗고 앞이 캄캄 절벽이다.
나에게 도시락을 넘겨주지 않은 친구와, 동생들이 야속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구에 대한 책임을 미루기 보다, 챙기지 못한 자신이 책임이지...... 어쩔 수 없이 하산을 서두른다. 그런데 등반대장이 많이 지쳤으니 걸으며, 건빵이라도 드시라고 한 웅큼 건빵을 쥐어 준다. 대장이 준 건빵이 세상에 그렇게 구세주처럼 반갑고, 소중한 생각 들기는 난생 처음이다.
왕년에 논산훈련소에서 처음 먹어본 건빵 그맛이다. 입안에서 건빵이 사 목구멍에서 건빵이 사르르 녹는다. 그렇게 몇 개의 건빵을 아껴 맛있게 먹고나니, 비로서 체력이 재충전된 듯,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기력을 찾았으니, 이제 또 지치기 전에 하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카메라를 가슴속 깊이 챙겨넣는다. 하산 구간은 곳곳에 함정처럼 내 키를 넘을 정도의 눈길이 이어지며, 맥빠지게 한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안되면 되게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눈 쌓인 설원 구간에선 미끄럼을 타고 내려간다. 그러다 고도가 급하게 떨어지는 구간에선 엉덩방아도 찧는다. 방태산 하산길은 이상하게 흙이 검다.
검은색 진흙탕길을 미끄러지다, 엎어지고 뒤비지고 엉망진창이다.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하나같이 등산복이 진흙탕에 딩굴은 사람들 같다. 그 모습을 서로 보며, 기가막혀 한바탕 웃는다. 하도 일행들 모습이 우수워 가슴속 깊이 보관한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어랍쇼 디카 줌이 작동을 안한다.
‘아이고 이눔의 카메라 또 거금 잡어 먹겠구나.’ 디카를 다시 집어넣고 마음 비우고 나홀로 줄행랑 하산이다. 그런데 아줌마 한분이 내 뒤를 바짝 따른다. 둘이 마치 내기라도 하듯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의외로 하산이 빨라졌다. 5시간 40여분 악전고투 산행 끝에 하산을 완료 했다.
그런데 이때다. 물에빠진 생쥐같은 모습으로 선착순 하산을 완료한 나를 보더니, 일제히 박수를 친다. 그리고 지글지글 익어가는 삽겹살 한저에 소주 한잔을 따라 준다. 그러다 보니 허기진 김에 회원님들이 따라 주는 소주를 몇 잔을 연거푸 마셨다. 그러자 비로서 몸에 혈기가 돈다. 그리고 살 것 같다. - 나는 이번 방태산 산행에서 너무 많은 교훈을 얻었다. -
방태산 (芳台山) 1,444m
위치 :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홍천군 상남면
국내 최대의 면적을 자랑하는 자연휴양림을 거느리는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을 간직하고 있다.
청정한 자연림에 들어서면 도심에서 불과 몇 시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줄기의 햇살도 허용하지 않는 수림의 깊이가 느껴진다.
정상인 주걱 봉 서남쪽 아래에 톡 쏘는 물맛으로 유명한 개인 약수가 있다. 개인 약수는 1891년 지덕 삼(함북인)이 수도생활을 하던 중 발견하였다 한다. 방태산은 여름철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수림과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물 때문에 여름철 계곡 피서지로 적격이다.
가을이면 방태산의 비경인 작가리 골과 대 골, 골안골, 용늪 골, 개인 동계 곡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인다. 정상에서 구룡덕봉(1388), 개인산(1341), 연석산(1321), 응복산(1156), 가칠봉(1240)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징/ 볼거리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는 강원도 인제군의 육신이다. 특히 조 경동(아침 가리 골), 작가리 골, 대 록, 골안골 등 골짜기 풍광이 뛰어나 설악산의 유명 골짜기 간에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그중 조경 동과 적가리를 꼽을 수 있다.
대형 암반과 폭포(이 폭포와 저 폭포), 그리고 소 등은 설악산 가야동 계곡과 견줄 만한 뛰어난 풍광을 지녔다. 맑디맑은 내린천이 동 남녘의 산자락을 씻어내리는 3든 4가리(살 둔 월 둔 달 둔 연 가리 아침 가리 갈가리 작가리)가 소재한 비경의 심산인 방태산은 오랜 세월 세상에 그 모습을 숨겨왔으나 근래에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산꾼들이 드문드문 찾고 있다.
해발 1천4백 고지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눈부신 대초원이 전개된다. 지당 골을 거쳐 작가리 골을 내리면 방태산 제일의 계곡풍경을 만나게 된다.
등산 코스
남 전동 버스 종점 - 승도 촌 - 삼거리 - 용늪 골 - 깃대종 삼거리 - 배달은 석 - 삼거리 - 정상(주걱 봉) - 삼거리 - 개인 약수 - 대개 이웃마을 - 승도 촌 - 남 전동 버스 종점 : 19km (7시간) 휴양림 주차장 - 작가리 골 - 지당골 - 삼거리 - 주능선 - 서쪽능선 - 정상(주걱 봉) - 동쪽 능선 - 삼거리 - 북쪽 능선 - 삼거리 - 대 골 - 휴양림 주차장 : 13km (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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