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비유의 활용과 시적 구성
2020. 7. 6. 11:43ㆍ☎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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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판매기의 발명은 지식력의 소산일까? 상상력의 소산일까?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으면 종이컵이 정확하게 하나씩 사출된다. 그 사출의 원리는 말이 용변을 볼때 떨어뜨리는 말똥에서 흰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동판매기는 괄약근이다"라고 정의를 내려도 무방할 것이다.
문명의 창조나 문학적 비유는 상상력에서 온다. 상상력이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물들 간에 유사성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다. 시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때와 장소에 따라 자기 마음을 "내 마음은 촛불이요, 내 마음은은 풀입이요, 내 마음은 휴대폰이요, 내 마음은 구름이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 진부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두고 '흐르는 물'이나 '화살'에 비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은 추상적인 관념이고, 육체가 없는 혼이나 정신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여기에 '흐르는 물'이나 혹은 '쏜 화살'에 비유하여 육체, 곧 실감을 부여하여, 눈에 보일듯, 손에 잡힐 듯 속도감을 주고, 실감을 부여하여, 눈에 보일 듯, 손에 밥힐 듯 속도감을 주고, 실감 나게 표현한다. 바로 이것이 비유이다.
그래서 인간은 비유라는 매개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현실을 파악하고, 규정하며, 이해애 나간다. 바로 비유적 상상력은 생의 실체로 '세계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셰계를 인식하는 행위'인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꿈, 새로움에 대한 욕망은 비유를 낳는다. 나아가 언어예술로서 문학은 이러한 서정적 욕망을 비유(比喩)라는 수단을 써서 시의 표현기교로 혹은 수사법으로 삼는 것이다.
1. 시적 비유란 무엇인가
시인의 말은 결정적으로 비유적이다. 즉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고 있던 사물을 명백하게 하고, 그와 같은 관계의 이해를 영속화하고, 마침내 그 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P.B.SDhelly)
시란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정 자체만의 표현으로 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쉘리(P.B.SDhelly)의 말대로 시인에게 있어 비유는 운명(運命)과도 같은 것. 비유를 구사하지 못하면 시인이 될 수 가 없다는 얘기다. 존재와 존재와의 관계, 여기에서의 새로운 의미의 창출, 감동의 효과적 장치, 시적 상상의 형상화는 비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어둠 참고 견디는 것만으로
저리 고운 슬픔으로 눈뜰 수 있다고
어둠을 안고 견딘 풀잎 끝에
아침 이슬 맑게 열릴 수 있다고
내게 다가와 슬며시
어깨 감싸며 달래주던 손
김완하 <별> 부분
시인은 비유를 통해서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를 처음 부른다. 시 <별>에서 시인은 "별"이라는 존재에 대해 참신한 의미부여를 한다. "어둠 참고 견디는 것만으로", "저리 고운 슬픔으로 눈뜰 수 있다"고 "감싸며 달래주는 손"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별"은 그러그러한 정신적 가치의 "손"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비유는 사물에 전신적 가치의 옷을 입혀 새롭게 존재 의미를 탄생케 한다. 그래서 시인은 비유를 통하여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현대 시론에서 비유(比喩)는 가장 중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시란 비유(은유)다'라고 정의를 내릴 정도로 시의 장치나 수사볍, 그리고 시적 표현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비유를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어떤 현상, 사물을 그와 비슷한 다른 현상, 사물을 끌어대어 표현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비슷한 다른 현상, 사물을 끌어대어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비교'의 개념이 적용된다. 비유가 일종의 비교인 이유는 반드시 '이질적 두 사물의 결합양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수사적 용어를 사용하면 '원관념(本意, 趣意 tener, primary meaning)'과 '보조관념(?意 vehicle, secdary meaning)의 결합이 비유인 것이다.
생선 회칼 같은 바람이 한 번 불더니
꽃잎들이 멸치비늘처럼 떨어졌다
강우식 <벚꽃> 전문
위 2행시는 몹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벚꽃'이 떨어지는 순간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구가 강렬하고 실감미 있게 다가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바람의 "회칼 같은 바람"이라고 비유를 쓴 것과 벚꽃 잎이 떨어지즌 모습을 "멸치비늘처럼" 이라는 비유를 썼다는데 있다. 이렇게 다른 사물을 끌어와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시인의 사유, 상상이 깊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이 사고가 확장해 갈수록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어휘에서 점차 복잡한 언오로, 의사전달도 다양하고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 동원된다. 그래서 비유적 표현에 의존하게 된다. 가령 "책상다리"나 "병모가지", 그리고 '무거운 침묵", "달콤한 말" 등은 예전에 없었던 어휘들이다. 이와 같이 비유는 결코 시에만 쓰이는 수사적 장치가 아니고, 우리의 일상생할에 서 자연스럽게 써오던 일종의 언술 기법ㅇ리다. 시는 일상 쓰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특수한 언술이기 때문에, 시에 쓰이는 비유도 우리의 일상에서 쓰는 비유적 표현과 똑같은 원리로 생각해야 한다.
"장미꽃처럼 예쁜 소녀들"
"게눈 감추듯 한다"
"바람처럼 왔다 갔어요"
"곰처럼 미련한 사내"
일상어에서 쓰이는 비유와 시작에서의 비유는 다르다. 시 창작에서 비유는 아주 세련되고 심화된 언어로 독창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위의 예문과 같은 비유는 관습적으로 쓰이는 까닭에 신선미와 탄력성을 잃어버려 생명력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문하게서는 이런 비유를 '죽은 비유(dead metaphor)'라고 말한다.
시인이란 감수성을 지니고, 살마만상의 존재를 남달리 참신하게 새롭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모방하거나 되풀이하기를 싫어한다. 가령 동서고금을 통해서 같은 주제의 시는 거듭 쓰여왔지만 표현이 같은 시는 거의 없는 것이다. 잘된 비유와 잘못된 비유는 독창성과 신선감에 달려 있다. 잘된 비유는 남이 쓰지 않은 참신하고 믿음이 가는 비유이면서 그것이 시의 주제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부엌 구석에 눈칫밥 얻더 먹으며
옆구리 주어박히면서
수채 구멍에 코 박으면서
모질게 모질게 새의 고개를 넘던 옥남이
헌옷가지 주워 입고 누룽지 흝어 먹으며
열 발가락 열 손가락 무좀에 떠밀리면서
재취자리 전식 자식 뒷바라지 한다더니
어느 해 남편 잃고 머리 풀고 울고 울다가
아침 논둑 끝에 와서
맨 발로 서 있구나
박명자 <풀> 전문
시 <풀>은 한 편 전체가 중층적 비유 덩어리로 형상화되고 있다. 제목에서는 질경이 같은 "풀"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화자는 "모질게 생의 고개를 넘덕 옥남이"를 시점에 두고 있다. 곧 '풀 = 옥남이'로 전치시켜 동일성에 의한 비유로 처리하여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비유란 이렇듯 독자의주목을 끌고, 시인만의 어떤 특별한 의미나 효과를 얻기 위하여 표현코자할 대 쓰이는 수사(修辭)적 장치를 가리킨다.
2. 동일성의 발견과 비유의 기능
비유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유추(analogy)'라고 할 수 있다. 유추란 한 대상이 다른 대사오가 어떤 부분에 있어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리라 추정해 내는 추리작용이다. 그러니까 비유의 근거는 유추, 곧 A와 B라는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 또는 '연속성'에 있는 것이고, 두 사물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유(특히 은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의 동기는 인간의 마음과 외부세계를 결합하여 마침내 동일화가 되고 싶어하는 감수성이 드러내는 욕구인 것이다. 이 동일성의 발견, 동일성의 기술을 심리학의 용어로는 '전이(轉移)'라고 한다. 나아가 이러한 동일성에 의한 전이로서의 서술은 곧 시인의 정신과 사물을 연결하는 중요한 언어적 장치가 된다.
오늘 낮, 차들이 오고 가는 큰길 버스 정류장에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길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육중한 버스가 멎고 떠날 때
차바퀴에 깔리던 동전 하나
누구 하나 허리 굽혀
줍지도 않던
테두리에 녹이 슨 동전 한 닢
저녁에 집에 오니 석간이 배달되고
그 신문 하단에 1단짜리 기사
눈에 뛸 듯 띄지 않던
215번 버스 안내양의 조그만 기사
만원 버스에 시다릴던 그 소녀가
승강대에서 떨어져 숨졌다 한다
김명수 <동전 한 닢> 전문
위 시는 동일성의 비유로 이루어진 시이다. 215번 안내양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 소녀의 비참한 사고사가 평범한 일상사처럼 처리되는 그 엄청난 소외감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버스 안내양을 10원짜리 동전 한 닢으로 그것도 녹슨 동전으로 유추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놀라운 발견이다. 안내양의 죽음이 차바퀴에 깔리는 동전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비절할 만큼 냉정한 화자의 복자적 태도를 견지한다.
문학 그 자체는 우리의 정신과 사물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언어를 사용하며, 정신과 사물을 연결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된다. 이렇게 비유의 동기는 인간의 마음과 외부 세계를 결합하여 마침내는 동일화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인 것이다. 이렇듯 시전신의 본질은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있으므로 비유적 언어야말로 가작 시적인 언어이며 시의 대표적 장치가 된다.
비유적 언어는 이질적인 두 사물을 결합하는 양식이다. 비유는 이들 양자의 속성이 지닌 '차이성 속의 유사성(similarity of difference)'에서 생기는 동일성을 통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 차이점, 상이점에서 동일성을 찾아내는 날카로운 시안이 곧 시인의 성숙한 마음이다. 두 사물 간의 모순, 충돌을 피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이를 수용해서, 오히려 하나의 새로운 통일체로 '조화'시키는 마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의 비유는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상상력은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혹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자아와 세계, 사상과 감정등 모든 대립되는 짝들을 포괄하고 융합하는 종합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비유적 처리에서 일어나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반드시 어느 일방이 추상적인 관념이 되어야 하거나, 구체적인 감각이 되어야 하는 법은 없다.
부처님께서 물위에 앉으시며
치질 걸릴까봐 깔고 앉으셨던 초록방석이다
강우식 <연잎> 전문
안개 속에선 감당할 수 없는
뜬 소문이
성욕처럼 일어서고 있다
박이도 <안개주의보> 부분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
단단하게 마른
힌 얼굴
김현승 <견고한 고독> 부분
여자는
깜깜한 밤이다
흔들어도 깨지 않는 어둠이다
이수익 <역자2> 부분
강우식의 2행시에서 제목인 원관념 "연잎"과 보조관념인 "초록방석"은 모두 구체적인 이미지로 들러나고 있다. 또 박이도의 시에서는 원관념 "뜬 소문"과 보조관념인 '성용"이 모두 추상적 개념[감정]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김현승의 시에서는 원관념 "견고한 고독"이 추상이고, 보조관념 "흰 얼굴"이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수익의 시는 원관념 "여자"가 추상이고 보조관념인 "어둠"도 추삭으로 드러나 있다. 대개 시에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같은 추상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이는 시가 관념만의 처리로 구체화를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시를 난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유적인 시에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구분하고 논의하는 일 자체는 그대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비유란 원래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두 사물 사이의 결합에서 일어나는 '의미론적 변용(sementic movement)'에 있다. 비유의 으미론적 변욕작용을 발힌 휠라이트(P>Wheelwright)는 비유의 수사적이고 문법적인 차원을 지양하고 직유와 은유를 모두 'metaphor'라는 용어로 처리하고 있다.
시인은 나름대로 자신의 시편에서 좋은 비유를 써서 효과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바람직한 비유의 사용은 그 시인만이 독특한 통찰력, 인지력, 환기력, 강렬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에서 좋은 비유의 사용은 어떤 기능과 효과가 있는가.
첫째, 비유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을 갖는다. 시인은 남다른 비유에 의해 사물을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내어 상상력을 확대하고, 우리가 기존에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드러내어 새로운 의미로 대상을 인식하게 해준다.
잘나봐야 공용주차장의 들고나고 든 택시들같이
끝내는 다 고만고만한 방에 떠 잡고 잠든 영혼들이다.
강우식 <공동묘지> 전문
둘째, 비유적 언어는 시적 대상을 보다 선명하고 구체성을 확보해 주어 불가시적이고, 불가청적인 관념을 가시화하는 역할을 한다.
윗가지에서는 고음이
아랫가지에서는 저음이 울리는 나무는
현악기
큰바위에서는 강음이
작은바위에서는 약음이 울리는 계곡은
관악기
오세역 <음악> 부분
셋째, 비유의 적절한 구사는 풍부하고 다양한 시적 의미을 암시하게 해준다. 곧 좋은 비유는 독자로 하여금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사유를 통해서 다양한 해석을 내리게 할 수 있다.
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속도로
내가 당신을 만진다면
흙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놀라지 않겠지
느리지만
한 번 움켜쥐면
죽어도 놓치 않는 사랑
전영관 <분갈이> 전문
넷째, 바람직한 비유의 사용은 독자에게 재미의 즐거움이나 정서적 충격을 주는 힘이 있다. 시를 읽어서 아무런 충격, 재미, 감동, 깨달음, 통찰 등의 정서가 다가 오지 않으면 죽은 시이다.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그곳에서 탕, 탕, 탕, 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이대흠 <봄은> 부분
선 잘 만나 광 파는 인생도 있고 광 들고 피박 쓰는 인새옫 있네, 그래서 세상만사 고도리판이라 했던가? 경거망동 말라고 우리네 인생 한번 가면 다시 올 수 없다고 낙장불이라 했다. 살다보면 희희낙락 쓰리고 부를 때도 있고 금상첨화를 싹쓸이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애써 돌던 판 나가리 될 때는 더 많고 죽어라 죽어라 패 안 풀리는 그런 날은 또 설상가상으로 독박마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봐라 삶이 어디 경전에만 있더냐? 고도리 십계명을 알고 나면 인생만사 이 손에 있는 것을 비, 풍, 초, 똥, 팔, 삼 이 패 안에 있는 것을!
박이화 <나의 고금가곡> 전문
다섯째, 비유는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어젯밤의 믿을 수 없는 그
황홀함으로
그대 항상 내 곁에 있음을
내 이제 확인하거니
눈부시게 하얀 시트 위해
선영히 남겨준
그대 한 방울의 그 순결한
핏자국
오세영 <튤립> 부분
여섯째, 비유는 두 사물이 지닌 유사성을 토대로 과감하게 결합시키기에 심미적 건강을 확장하고 미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휑,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강,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발깐 화이바를 쓰고 왔네
고민영 <앵두>
이렇듯 비유로 바라보는 존재의 세계, 은유로 보는 삼라만상의 세계는 늘 새롭고, 경이로우며 아름답다. 거기에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고 상상력을 확대해 주며 새로운 의미를 인식하게 해준다. 나아가 대상을 보다 선명하고 구체성을 확보해 주는 동시에 불가시적이고, 불가청적인 관념을 가시화한다. 또 내면적으로는 입체적인 사유와 재미의 즐거움, 정서적 충격은 물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힘을 갖게 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 <11 Postino, 1994>에서 소개하는 메타포에 관한 이야기를 옮겨 본다.
눈이 아릴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인 이탈리아는 어느 작은 섬에 파블로 네루다(Neruda)가 망명해 온다.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 마리오(Mario)의 영혼은 네루다를 만나고, 그의 시를 읽으면서 조금씩 동요한다. 네루다에게 오는 대부분의 우편물은 여성 독자. 이를 알고 있는 마리오는 그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트리체 루소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시가 뭐냐고 묻는다. 이에 네루다는 아주 간명하게 대답한다. "시는 메타포다."라고 우체부 마리오는 전혀 시 공부를 한적이 없었기에 도대체 메타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싱거운 대답처럼 들렸다.
마리오는 그녀에게 자랑하기 위해 네루다 시집에 그의 사인을 받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네루다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은 사인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선생님 큰 일 났어요 저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거 큰일이구, 빨리 나아야겠네."
"아뇨, 그냥 아프고 싶어요!"
네루다와 만나면서 마리오는 무한한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나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감상해 보게."
"그러면 메타포를 쓰게 되나요?"
"틀림없을 거야."
이후 마리오는 궁벽한 섬마을의 파도소리, 새소리,임신한 산모 아이의 숨소리, 종소리 등을 녹음한다. 그리하여 이것들을 은유화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테이프를 네루다에게 남긴다.
"이걸 들으면 저와 이탈이아가 생각날 거예요. 전 선생님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지고 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저를 위해 남긴 게 있는 것을 알겠어요"
주인공마리오는 메타포를 통해 점차 세상이 새롭고,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세상의 다른 객체들에 빗대어 담아낸다. 마리오는 네루다로부터 메타포가 무엇인지 설명을 들으면서, 은유의 원리를 깨우치고 무슨 말이든 메타포로 전환시킨다. 그래서 청년 우체부 마리오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시가 된다. 세상은 곧 다른 것의 은유이고, 은유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3. 치환은유의 시적 구성
치환은유(置換隱喩), epiphor)는 휠라이트(P.Wheelwrght)가 밝힌 은유 개념으로 의미론적 변용작용'을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유사성 또는 관련성에 의존하여 설립되는 은유이다. 즉 'A=B'라는 비유형태가 그것이다. 이 치환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겹치면서 그 동일성을 토대로 일상적 의미가 다른 의미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 어원은 epi(over on to)+phora(sementic movement)이다 곧 아직은 모호하고 또 불확실한 원관념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보다 구체적인 보조관념에 의해 새로운 의미론적 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光化門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宗敎
서정주 <광화문> 부분
"光化門'이란 원관념이 '宗敎'라는 보조관념으로 치환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은유는 하나의 명명행위(命名行爲)이고, 명명행위는 시인의 인식행위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미지(未知)의 것(원관념)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것을 기지(旣知)것(보조관념)으로 바꾸어 부르는 명명의 '전이양식'으로 은유를 파악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은유는 "전이(轉移)'이고, 전이는 유추, 곧 유사성이다
휠라이트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은유개념을 치환은유(置換隱喩, epophor)란 용어로 본 것이다. 그래서 휠라이트의 치환은유는 '보다 가치있고 중요하지만 아직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원관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거나 보다 구체적인 것(보조관념)으로 옮겨지는 의미론적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치환은유의 형태에는 '단순은유', '확장은유', '액자식 은유'라는 세 가지가 있다.
⑴ 단순 은유 : 하나의 원관념에 하나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은유.
나의 허기는
시골역 플렛포옴
김광림 <가을 날> 부분
⑵ 확장 은유 ; 하나의 원관념에 두 개 이상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은유.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박두진 <꽃> 전문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희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박정원 <고드름> 부분
위에 예시한 시 <꽃>이나 <고드름>은 '주어+서술어'라는 은유적 형식이되 확장은유로 이루어진 시이다. 시 <꽃>의 경우는 제목으로 드러난 한 개의 주어이자 원관념인 "꽃"이"…비밀한 웃음,", "…아픈 피흘림", "…아름다운 靜寂', '…호심(湖心)아" 등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을 보여준다. 또한 시 <고드름>에서는 시제 '고드름'이 각각 "…오기', "…회초리", "…송곳", "…회한", "…절규"라는 다섯 개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는 확장은유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밖에도 같은 설명시 형태의 유치환의 <깃발>에서도 의미론적 변용의 확장은유 시 형태가 발견된다.
⑶ 액자식 은유 : 은유 속에 또 은유가 들어있는 이중 삼중의 현상을 나타낸 은유.
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맹서(盟誓)는 차디찬 띄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러갔습니다
한용운 <님의 沈默> 부분
어차피
산다는 것은
끈적끈적한 위장 속처럼
들여다보지 않을수록 더 좋은
자네와 나의 안방 같은
어눌한 이야기가 아닐까
김사림 <한잔 하세> 부분
위의 <님의 沈默>이나 <한잔 하세>는 치환은유로서 형태상 '액자식 은유'에 해당한다. 한용운의 시구, "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微風에 날아갔습니다"라는 하나의 시 문장 속에는 "黃金과 꽃", "黃金의 꽃과 盟誓", "盟誓와 티끌", "한숨과 微風" 등 무려 네개의 비유가 중첩되어 있다. 또한 시 <한잔 하세>는 원관념이 "산다는 것"으로 모호하지만 가치성이 풍부하다. 이것이 보조관념인 "어눌한 이야기"로 즉 상대적이고 구체적인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 내지 확대를 가져온다. 그런데 원관념인 "산다는 것"은 보조관념인 "어눌한 이야기"로서 한 번의 유추관계가 성립도이 있지만 보조관념인 "어눌한 이야기"가 다시 상대적으로 모호하고 가치 있는 원관념이 되어 이것이 "끈적끈적한 위장속"과 "자네와 나의 안방"과 같은 즉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거나 덜 중요한 보조관념으로 전이되는 유추현상을 보여준다.
4. 병치은유와 시적 구성
병치은유(竝置隱喩 diapor)는 서로 다른 시구(행, 연)를 병렬과 종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거나 충격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은유의 한 형태이다. 이는 어원적으로 dia(through) + phora(sementic moment)의 결합에서 볼 수 있듯이 의미론적 정의나 새로운 이미지가 창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병치은유의 병렬과 종합에 의한 의미론적 운동은 실제적이든 상상적이든 시인이 자기체험의 어떤 특수한 면들을 통해서 병렬되는 요소와 그 요소의 종합으로 이루어진다.
치환은유가 정통적인 은유라고 한다면, 병치은유는 새로운 형태의 은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병치은유에 의한 시들은 종래의 시들보다 첫째, 우리들의 지각을 참신하게 하고, 둘째로 세계에 대한 일상적이고 관습적이며 자동적인 감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세째로는 사물들 간의 예기된 진부한 관계를 새롭고 보다 깊은 것으로 사고하는 특성을 지닌다.
무수한 군중 속 얼굴들의 모습
촉촉히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
petals on awet, black bough)
Ezra Poumd <지하철역에서>
휠라이트(P.Wheelwright)는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의 위 시구를 병치은유의 예로 들었다. 여기에서 "무수한 군중 속 얼굴들의 모습"은 지하철에서 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이고, "촉촉이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ㄷ르"을 비교, 유추해서 읽어나가면 될 것이다. 이미지즘lmagism)의 관점에서 지은 발칙한 시이다. 즉, 지하철이란 '현대문명의 조형물'을 '생명적 자연',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비교 처리한 시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petals = faces : bough = metro(subway)의 등식이 성립될 것 같다. 두 쌍의 이미지의 병치에 의한 의미론적 이동은 단절되어 있으나, 시인의 의도적 표현에 은유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그러나 "얼굴들의 못급"과 "꽃잎들"의 양자가 같은 것인지, 또는 다른 것인지 판단이 유보된 점에서 병치은휴는 또 해체주의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킨다.
휠라이트(P.Wheelwright)는 이러한 은유형태를 조합(組合, combb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조합이란 치환은유처럼 사물들 사이에 유사, 등식 같은 상호 모방적 인자가 있는 것과는 달리, 서로 다른 사물들이 당동하게 병치됨으로써 빚어지는 '새로운 결합'의 형태이다. 곧 병치는 'A는 B다'라는 치환과는 달리, A는 A대로, B는 B대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이질적인데, 그것을 병치시킬 때 일어나는 효과로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비논리적으로 통합되게 하는 병치은유는 무의미 시, 존재의 시가 되기 쉽고, 모방적 요소가 있는 치환은유는 의미의 시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 시 창작에서 치환은유냐 병치은유나 하는 구분은 확연하지가 않고 모호하다. 말하자면 의미심장한 은유에서는 기본적으로 치환과 병치의 두 가지 구조를 모두 취하며, 작품상 다양하게 드러난다.
男子와 女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잇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김춘수 <눈물> 부분
위 <눈물>은 친환은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男子와 女子의 이미지와 "오갈피나무"의 이미지가 "아래도리가 젖어 있다"는 공통성과 유사성에 의해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이미지의 연결은 느닷없는 통합의 이질감을 준다. 특히 4행 이전과 5행이후의 장면 사이에는 더더욱 이질적이다.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에요.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예요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예요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살미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Chrstia Rossetti <생일> 전문
시 <생일>은 치환은유와 병치은유의 혼합을 보인다. 형식은 치환이요. 의미 내용은 병치이다. 그리고 다양한 은유로 병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 관념은 "내 마음"이며, 보조 관념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 "무지개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 등으로 나열되어 있다. 곧 내 마음에 찾아온 사랑의 행복감을 생동감 있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병치는 서로 다른 의미의 이질적인 요소를 병렬시켜 '생일'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종합적 의미를 심화시키고 상상케 한다.
당신은 짐승, 별, 내 손가락 끝
뜨겁게 타오르는 정적
외로운 사람들이 따 모으는 꽃씨
외로운 사람들의 죽음
순간과 머나먼 곳,
異邦(이방)의 말이 고요하게 시작됩니다
당신의 살갗 밑으로 大地(대지)는 흐릅니다
당신이 나타나면 한 개의 물고기 비늘처럼
무지개 그으며 내가 떨어질 테지만.
이성복 <당신은 집습, 별> 전문
위 시의 경우도 각행마다 병치되어 있다. 치환으로 볼 때 원관념은 "당신"이고, 그리고 보조관념은 "짐승", "별", "정적", "꽃씨", "죽음", "순간", "머너먼 곳", "내 손가락 긑" 등으로 나열, 전이되어 있다. 하지만 각행 사이에는 이질적인 시어들로 병치되어 있어 낯선 풍경으로 다가와 텐션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모래 밭에서
女人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뷰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조향 <바다의 層階) 부분
위 시에서 시 <노을 뱉다>를 보면 무정물인 '저녘노을'이 '불콰하게 술먹은 모습'이나 '미친개의 토악질'인 유정물로 생명성을 부여하여 노을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시 <산>에서는 '거대한 산'을 '짐승'으로 치환하여 생명성과 실감미를 주고 있다.
⑵ 유정물의 무정물화
여자는 깜깜한 밤이다.
흔들어도 깨지 않는 어둠이다.
내가 만라려고 불을 켜니까
여자는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그런 후 다시 어둠이 밀려오고
어둠이 또다시 여자가 되는
알리바이, 너는 어디에 숨어있니?
이수인 <여자2> 전문
이수익의 시 <여자2>에서는 생명적 유정물인 "여자"가 무정물인 "깜깜한 밤", "흔들어도 깨지 않는 어둠"으로 변용되고 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뿌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개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전문
시(예술) 힘을 얻는 곳은 현실(사물)에서 정신의 생명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현실과 자연 사물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제공한다. 바로 활유법은 물활론(物活論)적 사상의 소산이다. 만물유생론(萬物有生論)이라고 일컫는 이런 사고는 모든 물질이, 아니 우주의 삼라만상이 생명과 혼을 가졌다고 보는 데서 비롯된다. 일체 만유가 신성(神性)을 가졌다고 하는 범신론(汎神論)과 본질을 같이하는 사유이다. 물활론은 비과학적인 원시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활유법은 모든 대상들을 생명력 있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가령 "울부짖는 바람', "파도가 으르렁거린다", "산이 꿈틀거린다", "바다는 저녁 해를 집어 삼켰다와 같이 "바람", "파도", 산", "바다"를 동물의 감정을 갖는 것처럼 유정물로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기억은 빗줄기를 타고 대롱거린다", "시간이 잔뜩 웅크린다", "불안이 스멀거린다", "마음이 오그라든다" 등에서 보듯 추상적인, 실체가 없는 "기어", "시간"< "불안", "마음' 같은 것도 살아있는 유정물로 구체적인 행동양상을 표현할 수도 있다. 활유법은 시, 동화, 우화 등과 같은 문예작품에서 널리 쓰이는데, 대개 표현의 생동성을 높이거나 서정적 정서를 드높이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용된다.
2) 의인법(personification)
의인법은 인간 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법으로 은유의 변형된 형태라 볼 수 있다. 은유가 대상과 대상 사이의 융합인데 비해서 의인법은 대상과 인간 사이의 융합에 의한 표현이다.
어제도 오를도 꾸러기 설악산
동해바다에 두 다리 담그고
찰방찰방 물놀이 하고 있네요
저기 저만큼
울릉도랑 독도
꼬물꼬물 발가락 어여쁘네요
김구연 <꼬러기 설악산> 전문
祖國을 언제 떠났노
芭蕉(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꿈은 修女보다도 외롭구나
김동명 <芭蕉> 부분
위 두 편의 시는 시 전체를 의인적 비유로 드러내고 있다. 동시 <꾸러기 설악산>은 시 전체를 의인화한 하나의 묘사시에 해당한다. 설악산과 울릉도, 독도를 동심적으로 의인화하여 영상을 보여주듯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설악산은 아이의 몸통, 두 섬은 아이의 발가락으로 치환된 물놀이의 한 장면이 실감 있게 다가 온다. 그리고 시 <芭蕉>는 남국(南國)을 떠나온 파초에 감정을 전이시켜 시이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나라 잃은 슬픔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시창작에서 의인법을 적용하여 보다 독창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려면 한 편의 시 전체가 의인법으로 형상화하여 시를 써보는 것이 좋다. 의인법이라 해서 반드시 원관념이 사람이 아닌 일반사물이 되고, 보조관념이 사람이 되어야 하는 법은 없다. 인격체를 일반 무생물이나 동물 등에 비유할 때도 있다.
복어는 늘 화를 내고 있다
최근의 화는 아직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글부글 메탄가스처럼
그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북배가 튀어나온
만화 같은 불편분다
그러나 끓고 끓어서
청산가리 13배로 농축된 그 알맹이는
창자 속에 또는 피 속에 차갑게 간직된다
사람들은 그 진짜는 질색이다
세심한 주의로 모조리 제가하고
무해무득한 부분에만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속이 확 풀린다니 천만다행이다
겨우 술꾼들의
속이나 풀어주는 그 곳은 아랑곳없는
이 인공의 국물 한 그릇
오 형제여 위선의 독자여
어릴 때 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복어 대가리가
밤새 파란
인광을 뿜고 있은 것을 본 일이 있다.
이형기 <복어> 전문
위 시는 복어를 의인화한 작품이다. "늘 화를 내고 있다"든가 "아직 부글부글 끓고 있다"등의 표현에서 의인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시의 전반적인 흐름은 "복어"라는 지정(非情)의 대상을 유정(有情)의 대상으로 변용시켜 시화한 의인화 기법으로 이루어져 이다. 이런 유형의 시들은 정치현실이나 현실사회를 풍자하는 경우에도 종종 사용되는데, 독자들에게 흡인력 있게 읽힐 수 있다.
이와 같이, 의읜법은 한편의 시 전체를 의인적 비유로 드러내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한 문장 속에서 어떤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해가 (활짝) 웃는다", "햇살이 너털웃음을 쏟아 놓는다", "태양이 고개를 떨군다", "강물이(잔잔히)미소를 짓는다", "산이(우두둑) 기지개를 켠다", "유람선이 트림을 한다", "자던 나무(소스라쳐) 옷깃 여민다", "풀이 눕는다", "풀잎들이 깨금발 딛고 일어선다", "나무들이 두런두럭 거린다", "바람이 통곡을 한다" 등의 문장은 시의 부분에서 드러나는 의인적 표현들이다. 이렇듯 의인법의 표현은 살아 있거나 죽은 것이거나, 불가시적, 불가청적인 것들을 인격을 부여하여 사람이 되게 하고, 숨을 쉬고, 듣고 보게, 그리고 냄새를 맡고 느끼고 움직이게 한다.
의인법은 고대의 활물론(活物論) 및 버민적(凡神的)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이유로 특히 신화·전설·민담·우화·동화 등에도 많이 나타난다. 가령 전래동화<토끼전>, <장끼전>, 그리고 <이솝우화> 같은 작품은 한 작품 전체가 의인화되어 있다.
시의 의인적 표현은 시를 시답게 만들어 주는 서정시학의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비유를 가능케 하고, 나아가 시의 생며엉과 상상력을 배가시켜준다.
고향집 뒤란, 작은 단지 큰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고추장 단지, 새우젓 독, 된장항아리……납작한 단, 길쭉한 독, 펑퍼짐한 항아리, 입술이 도톰한 단지 코가 삐뚤어진 독, 귀가 찌그러진 항아리, 이마가 반짝이는 목덜미가 붉은, 허리가 굵은 독, 항아리들이 간장 고추장 된장을 가슴에 담고 가부좌를 튼 채 참선에 들었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서리가 오고 눈이 내려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뻐꾸기 독경소리, 딱따구리 목탁소리, 매미들의 범패, 달님도 별님도 지켜봅니다. 바람도 숨을 죽입니다.
저 보살들 다 성불하시면 참 맛난 세셍이 되지요
임문혁, <아주 오래된 사원> 전문
위 시도 '고향집 장독대'를 제재로 한 의인법이 적용된 시이다. 장독대의 항아리들을 불교적 상상력에 의해 시인의 감정을 펼쳐간다. 고향집 뒤란 장독대에 있는 개별 항아리들이 하나하나 특징대로 인간화되어 있다. "펑퍼집한 항아리", "입술이 도톰한 단', "코가 삐뚤어진 독", "귀가 찌그러진 항아리", "이마가 반짝이는", "목덜미가 붉은", "허리가 굵은 독' 등이 모든 항아리들은 "가부좌를 튼 채 참선"에 들어가 있다. 참선에 들어간 독과 항아리들은 비와 바람, 서리, 눈 등 시련을 겪는 보살들이다. 나아가 이들은 자연의 천상적인 달님과 별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상의 "뻐꾸기 독경과 딱따구리의 목탁소리, 매미의 범패소리"를 들으며 수도 정진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구적, "성불"을 고대하는 독과 항아리로 치환하여 "참 맛난 세상이" 되겠다고 하는 전경화로 결구를 처리하고 있다. 장독대 항아리를 천체의 별과 달, 사계의 변화에 연결하고, 불교신앙의 신성성으로 의인적 형상화를 시도한 치밀성이 돋보인다.
이삿짐을 풀고, 정자동 재래시장에서 춤이 두 자가량 되는 단지 다섯 개를 사왔다. 갖가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던 장무새를 단지에 한 가지씩 옮겨 담았다. 이이들도 우리처럼 산뜻한 새집으로 이사하는 것을 환호했다.
숨막히는 통에서 빠져나온 장무새는 사람의 옷이 날개이듯이 매초롬한 단지에 담기는 순간부터 때깔이 달라졌다. 뒤태도 아태도 그만이다. 볼수록 옹고맂다. 마른 수건을 자꾸 닦는다. 그리고 다섯 개 단지에 이름표를 붙인다. 우리 집 맛까르이 대표 주자인 간장 단지에는 '맛순이', 오래된 친구 같은 묵은 된장 단지에는 '죽마고우', 풋풋한 새색시 같은 햇된장 단지에는 '새댁, 품격 높은 고차장 단지에는 '홍장미', 그리고 봄의 향기를 사철 담아내는 매실 효소액 단지에는 '매향이'라고 단지들은 이름을 지어주닌 싱싱한 생기가 돌아 살갑게 다가온다.
김덕임 수필 <장독대> 부분
위 수필도 앞의 시처럼 장독대를 제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필도 일정 부분은 의인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와 어떻게 다르게 의인화를 시도하고 있는가. 비록 이 수필에서 화자가 본 항아리마다 이름을"우립 집 마싹의 대표 주자인 간장 단지에는 ㅁ'맛순이', 오래된 친구 같은 묵은 된장 단지에는 '죽마고우', 풋풋한 새색시 같은 햇된장 단지에는 '새댁', 품격 높은 고추장 단지에는 '홍장미', 그리고 봄의 향기를 사철 담아내는 매실 효소액 단지에근 '매향이'"로 지어주었다는 점에서 장독대 항이리들을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게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 이들을 "묵은지 같은 친구"로 내면화한 점에서도 수필에서도 의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터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와 수필은 그 의인적 표현에서 다른 측면을 보인다. 두 작품이 모두 '장독대'를 주요 제재로 다루었지만, 시의 경우는 사유나 상상의 깊이가 입체적으로 드러나지만, 수필은 평면적이라는 점이다. 곧 서정성의 내면화에서 편차가 있고 재형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낟. 시는 스토리가 없는 정적인 깊이의 의인적 의미부여의 서정이라면, 수필은 이야기가 따르는 동적인 서정으로 직접 체험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시가 허구적 상상을 밭으로 한 관조적인 명명(命名)의 시정을 펼처낸 것이라고 한다면 수필은 즉흥적인 느낌 중심의 현실체험의 서정을 보여준다.
6 의성법(擬聲法)과 의태법(擬態法)
1) 의성법(onomatopeia)
의성법은 사물의 소리, 움직임, 상태, 의미 등을 음성으로 묘사하는 수사법인데, 사성법(寫聲法) 혹은 성유법(聲諭法)이라고도 한다. 사물의 소리나 인간이 내는 소리를 그대로 묘사하여 실제감을 드러낸다. 가령,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꼬꼬리가 꼬꼴 꾀꼴 울어댄다.", "누렁개가 으르렁 으르렁 하니, 얼룩개가 컹컹 짖었다." 등의 표현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늴리리.
한하운<보리피리> 부분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버릴 것들이
쩡, 쩡, 쩡, 쩡, 쩡,
박남철 <겨울강> 부분
한하운 시인이 신문사에서 즉석으로 써주었다는 즉흥시 <보리피리>이다. 이 시에는 나병환자로서 시인이 겪었던 숱한 방랑과 애잔한 정한이 배어있다. 각 연마다 의성어 "피-ㄹ 닐리리" 소리는 그러한 정감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곧 보리피리느 소리는 천형(天刑)의 서러움과 어린 시절 봄 고향 그리움은 물론 방랑생활의 서러움을 드러내는 코드이다.
박남철의 시 <겨울강> 에서는 "쩡, 쩡, 쩡"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하여 시적 메시지를 강화한다. "쩡"이라는 의성어는 얼음판에 돌이 날아가 부딪쳐 나는 물리적 소리이지만, 이 작품이 발표된 1980년대를 생각해보면, 이 팔매질은 개인적 울분이기도 하고 현실의 억누름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인 얼음의 소리, 인간사의 혹한도 물러가고 기운 생동하는 계절이 올 것이다. 지금은 답답하고 괴롭지만 봄을 바라는 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추위와 울분으로 돌이라도 던져 보는 것이다.
2) 의태법(mimesis)
의태법은 사물이나 인간의 모양, 태도, 행동 등의 양태를 묘사하여 표현 하는 비유법의 하나로 시자법(示資法) 혹은 의상법(擬狀法)이라고도 한다. "후닥닥 달아났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방긋방긋 웃는 모습", "말랑말랑한 아기 손", "갑자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등이 그 예이다.
산길 굽이굽이 삼시여 리
산빛에 젖어서 파아랗게 걸어들면
거기 옴팍하니 똑 들어앉은 독곡 마을엔
새벽같이 기침한 아버지들, 아직도
활활 장작불 메워 쇠죽을 쑤면, 아직도
산전에 나가 돌부리를 캐는 조선 소들
바로 뒤켠 외양에서 쥔의 시린 등을 내려다보고
댕정댕정 핑경을 자꼬만 흔들어대다
울멍울멍 그 커단 눈망울을 글썰거리다
이윽고 울며… 한번의 기인 울음으로
저기 해동녘에 아침놀을 뜨겁게 토해놓는다.
고재종 <독곡> 전문
고재종의 시에서 산길을 "굽이굽이", 장작불 지피는 소리를 "활활", 그리고 "울멍울멍" 등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의태어를 사용하고 있다.
7. 제유법(提喩法)과 환유법(換喩法)
제유(提喩)와 환유(換喩)는 인접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은유와는 구별된다. 또한 환유와 제유는 원관념은 드러나지 않고 둘 다 보조관념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상징과 유사하다. 하지만 상이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가 '다수 : 1'이라면, 제유와 환유는 '1:1'의 관계이다. 이 제유와 환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어던 사상(事象)을 직접 가리키지 않고 다른 것에 비유하여 일컫는 기법으로 이들을 대유(代喩)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대유법이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일부분(제유)이나 특성 / 속성(환유)으로 그 대상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법이다.
1) 제유법(symecdohe)
제유는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낸다든가 전체를 부부능로 대체시키는 비유의 형태를 말한다. 곧 종(種) 대신 류(類), 류(類) 대신 종(種)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령'개인'은 '우주'의 복제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 역(逆)도 참이다. 이것은 양자가 서로 다른 족을 대리표상(代理表象)하고 있는 경우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를 이상적인 제유라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곧 사물의 일부로써 그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가 제유이다.
노래하리라 비 오는 밤마다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전쟁과 평화
(중략)
노래하리라 비오는 밤마다
목마를 때 언제나 소금을 주고
배부를 때 언제나 빵을 주는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꿈과 눈물
정호승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부분
시퍼래 달라붙는 그림지 짊어지고
메밀무--욱 찹쌀떠--억 휘저 본 희멀건 삶
보리죽 한 사발 맛이 찰랑찰랑 넘던 맛이
서길성 <정(情)> 부분
위 정호승의 시에서 반복되어 등장하는 "빵과 사랑"에서의 '빵'은 '먹을 것', '음식'의 전체를 대신하여 표현된 제유이다. 흔히 알려진 격언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표현에서 "빵"은 빤집의 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먹을 것 전체를 대신 가리키는 경우와 같다. 그리고 서길석의 시에서 "보리죽"은 70년대 이전 춘궁기에 먹던 한국 사람들의 식량을 대변하는 제유로 쓰이고 있다. 가령 "약주를 잘 드신다"에서 "약주"는 술의 일부를, "백발"은 노인을 표상하는 제유인 것이다. 그러니까 제유는 일부로써 전체를 대표하는 것. 사물의 한 모퉁ㄷ이나 어느 한 특징을 보임으로써 젠체를 대신하는 것이다.
2) 환유법(metonymy)
환유는 제유에서 보듯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일부로써 그 사물과 관계가 깊은 다른 어떤 것을 나타낸다. 말하자면 어떤 대상의 속성이나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다상을 표상, 제시해내는 비유적 표현이다. 가련 J. 셀리의 시구에 "왕홀(王笏)과 왕관(王冠)이 굴러 떨여 / 낫과 삽과 흙 속에서 구르는 구나" 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서 '왕홀(王笏)', '왕관(王冠)'등은 지배자를 가리키고, '낫과 삽으로 제시된 경우로, 환유(換喩)에 해당한다.
야콥슨은 은유와 대립되는 은유의 한 형식이 한유라고 했다. 이는 대상의 일종으로 어떤 사물을 나타낼 때 그것과 관계가 깊고 가까운 낱말을 빌려 표현하는 비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금뱃지가 왔어"라고 한다면 '국회의원이 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금뱃지는 국회의원을 대신 말하고 있는 환유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표현하는 것도 환유이다. 또한 "별"이 '장군'을 의미한다든지, "사각모"가 '대학생'을 의미한다든지, "상아탑"이 '대학'을, "백의의 천사"가 '간호사'를 의미하는 것이 환유이다.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윤동주 <슬픈 族屬> 전문
그때 몇몇 사람들이
풀 먹인 白衣를 걸쳐 입고
고운 손으로 이 나라의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김선굉 <대동강 5-그해 겨울> 부분
위 시 <슬픈 族屬>은 나라를 잃고 가난하고 거칠고 슬픈 삶을 사라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에서 드러나는 "흰 수건", "흰 고무신", "흰 저고리 치마", "흰 띠"는 백의민족인 우리 민족을 의미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곧 백색의 시각 이미지들은 우리 민족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환유이다. 그리고 시 <대동강 5-그해 겨울>에서 "白衣"라는 시어는 옷의 일부로써 이와 관계 깊은 '한국인의 정신'을 나타내는 환유로 처리되어 있다. 우리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할 때의 "요람"과 "무덤"은 각각 '출생'과 '죽음'을 환유로 처리한 것이고, "금테가 짚신을 깔본다"와 같은 표현에서 "금태"는 '신사(紳士)'를, "짚신"은 '시골뜨기'를 나타내는 환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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