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시의 어조와 화자의 설정] 1. 시적 어조(語調)의 의미

2018. 10. 8. 13:47☎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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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적 어조(語調)의 의미

 

  1) 어조의 개념

  어조(語調), tone)란 다름 아닌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태도의 목소리이며 말씨, 말투를 의미한다. 시에서 말하는 사람을 시의 화자, 시적 자아, 서정적 자아라고 하는데, 이들 목소리가 곧 어조이다.

  우리는 어조를 통하여 시적 화자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조는 말하는 사람들의 감정, 태도를 나타낸다. 똑 같은 목소리라 하더라도 ㅗ하가 났을 때와 기분 좋은 대 혹은 슬프거나 기쁠 때 등 상황에 따라서 내는 목소리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무엇니냐에 따라서, 야기를 듣는 상대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어조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상섭은 어조는 '말하는 이의 살람됨, 그의 신분, 정신 상태를 나타낼분만 아니라, 듣는 이의 신분, 정신 상태에 대한 그의 판단도 은근하게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 조롱조, 농담조, 고백조, 분개조도 있을 수 있고, 심각할 수도 있고, 우회적일 수도, 단도직입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자가 있으면 청자가 있다. 이는 하나의 양자 사이에 대화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대화는 극의 본질이다. 이런 점에서 시는 극의 요소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를 담화의 한 양식으로 보면 화자와 목소리, 말투인 어조는 연구 대상이 된다. 하나의 탈(persona)인 셈이다. I.A. Richards는 이 어조를 '총체적 의미를 형성하는 시적 의미의 하나다'라고 했고, R. Wellek과 A. Warren은 '내적 형식의 하나'라고 했다. 따라서 시에서 언어 선택은 어조에 딸 결정된다.

  어조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독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시인의 고민 속에 구성된 화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라서 어조라는것은 단순히 시의 메시지나 정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구성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전략과 결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시의 메시지나 정조의 어조는 시 속에 나타난 허구와 화자를 통해 전달된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안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사랑> 전문

 

  결코 작가는 단순하게 제재를 다루지 않는다. 위 시에서 화자는'매미'의 울음을 통하여 '사랑'이란 관념을 해석적으로 접근, 대상을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곧 청각적, 비유적, 우회적으로 여름 한낮 매미가 지닌 울음의 속성과 결부하여 관조적인 방버으로 독특한 시각(perspective)에서 제재를 다루고 있다. 이때 어조는 화ㅏ자의 대상에 대한 자기인식의 양태, 정서적 반응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 이에 따라 시에서 전개되는 선택되는 시어, 대상이나 독자에게 취하는 언어적 태도 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어조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밀접하게 관계를 갖게 된다. 리차즈는 어조에 대하여 의미와 감청, 의도와 함게 시의 총제적 의미를 행성하는 시적 의미의 하나라고 했다. 어조는 시적 화자의 태도와 직결되는 문제이듯이 이것은 시인의 개성과 태도를 반영한다. 같은이야기나 동일한 주제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시인이 어떻한 목소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남성의 경우, 여성의 경우 이에 대한 언어의 선택이나 표현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나 리듬 또한 이 어조에 따라 영향을 받기 말련이다. 김소월이나 한용운 같은 작품의 대부분에 걸쳐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시인의 개성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시인이 다루고자 하는 대상, 세계에 대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개성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이 창조한 목소리인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남과 다른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왜하면 "시인의 태도는 개성적 작가로서의 개성적 결정, 곧 그가 특수한 청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기 입장의 노정(露呈)에 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인의 진정한 자유가 있는 것이다.

 

  2) 어조의 유형과 기능

  어조가 지니는 효과는 첫째, 시적인 개성의 전달이고, 둘째는 시적인 새로움의 창조이다. 그래서 한 시인의 개성과 도창석이 상당히 민감하게 감지된다.

  대략 어조의 유형은 화자의 감정, 대상에 대한 태도, 청자의 유무 등 정서적 수준이나 심리적 정황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붆래서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청자의 유무에 따라 " 독백적 어조, 회화적 어조,

  ② 화자의 유형에 따라 :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

  ③ 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따라 : 권유, 명령, 기원, 예찬, 의문, 간청등의 어조,

  ④ 화자의 감정(심리) 상태에 따라 : 낙천적, 염세적, 애상적, 관조적, 절망적 어조,

  ⑤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따라 : 냉소적, 친화적, 비판적, 풍자적, 해학적 어조,

  ⑥ 문체나 수사적 장치에 따라 : ㅗ히화적, 음악적, 모방적, 분열적, 편집증적 어조,

  

   ⑴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따라

   어조는 기본적으로로 시 속의 말투로서만이 아니라 그를 들러싼 폭넓은 사뢰 문화적, 역사적 테두리 안에서 규정되는 말하기 전략이다. 어조에는 시인의 세계관과 사회적 이념이 함께 숨쉬고 잇다. 염세적, 절망적 아니면 희망적 어조가 있고 동정저가, 냉소적, 풍자적, 해학적, 교훈적, 폭로적 어조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탄이나 감격, 고양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시에서 어조는 대상이나 세계에 동화되거나 호의적인 방식으로 실현된다. 반대로 세계에 대한 반감을 가진 화자의 태도 속에서 어조는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거나 폐쇄적이거나 불신의 목소리가 가화되어 나타난다.

  먼저 공감적 태도 속에서 구성되는 어조를 살펴보자.

 

푸성귀를 많이 먹고 잔 날은

꿈 속에서 풋것이 되어 들판 덮는다.

몸속으로 푸른 피가 흐르고

양파에서 푸른 줄기가 돋아 쭉쭉 뻗는다.

벌레들이 몰려와 알 슬고

더러는 이파리 같은 입술을 뜯어 먹는다.

푸성귀를 많이 먹고 잔 날은

잠도 잘 오고 그래서 꿈도 더 많이 꾸는데

토라져 소식 없는 친구도 만나고

먼 나라에 계신 엄니도 찾아오셔서

풋것이 된 내 몸에 물을 주신다.

이재무 <푸성귀를 많이 먹고 잔 날은> 전문

 

  몽환적인 부누이기가 감도는 위 시는 싱싱한 푸성귀를 먹음으로써 싱싱한 생의 활력을 찾고자하는 화자의 꿈이 서려 있고, 자연친화적, 물아일체적인 어조가 깃들어 있다.

 

우리는 대지의 살점을 도려내고

대지의 피부로부터 털을 깎 듯

숲을 베어 냅니다.

더구나 구멍 숭숭한 상처 속에

아프팔트를 메꾸어 숨통을 틀어막지요.

엘케에트르겐 <대지> 부분

 

  그러나 위 시는 반감을 가진 적의를 더낸다. 문명세계의 인간은 자연의 생명을 옥죄고 말살하는 약탈자로 드러난다. 곧 위 시에서 화자는 자연을 지배, 정복, 활용하는 '재료'로만 인식한 인간 중심의 세계관, 자연관의 현실을 절망적으로 보고 이를 폭로한다.

 

   ⑵ 정서적 수준, 심리적 정황에 따라

   어조를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세계나 대상에 대한 태도만이 아니라 화자 자신의 심리적 정황이기도 하다. 시적인 정황 속에 구성된 화자의 상태에 따라 시의 어조는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다. 곧 낭만적, 열정적, 냉소적, 염세적 비탄이나 고백적, 사색적, 성찰적 어조 등으로 드러낼 수 있다.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엇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 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모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찌릴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부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어조로 노래되는 시의 첫 부분은 뒷 연으로 갈수록 '쇠꼬챙이'처럼 화자를 찌르는 극렬한 통증으로 변화한다. 지난 겨울의 '따뜻한 땅'은 화자가 '최후'로 찌리며 죽어갈 비극적인 사랑의 장소로 암시되고, 그럼으로써 이시의 전체적인 어조는 추억의 폐허처럼 버려진 현실의 상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⑶ 청자의 유무, 화자의 정황에 따라

   시의 현실은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그러기에 시 속의 화자는 반드시 현실적인 자아에 걸맞은 어조를 취할 필요는 없다. 시 속의 화자는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가에 따라 무한이 달리질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남성 시인이 여성적 어조를 취하는 경우나, 여성 시인이 남성적 어조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ㅛ, 존재하지 않은 인물이나 물활론의 가상의 화자도 등장할 수 있다. 특히 현대시에서는 다수의 화자나 분열된 화자를 등장 시키는 등 가면을 쓴 무수한 화자일 수 있다.

 

  떠나야겠어. 찢어진 스타킹과 담배꽃오와 세면기에 말라붙은 타액을 지우며 아주 잠깐 울어야겠어. 한 때의 향기로 닮아 사라지는 비누 같은 사랑, 비루한 타성으로 투숙하는 벽 속의 삶, 백내장 앓는 백령들을 끄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밤기차의 불빛, 언뜻언뜻 스쳐가는 기억 속에 누워 몸속의 마른 꽃들 쓰다듬겠어, 이마에 와 얹히는 시간의 손, 눈을 파고드는 메마른 시간의 재, 휘파람 부는 어둠 불러 곁에 누이고 등줄기로 흐르는 강물에 꿈을 싯겠어, 아무리 걸어도 떠나지 않는 낡고 더럽혀진 벽 속의 시상에서 한번도 들려주기 않는 노래를 지치도록 벽에게 들려주겠어.

囚衣처럼 푸른 아침이 웅크린 겨울을 깨며 깨어진 거울 속의 별들을 밟으며, 길을 버리고 길 위의 집을 버리고 떠나겠어, 춤을 추듯 가볍게, 아주 멀리

김형술 <여관> 부분

 

  남루한 여관방의 공간, 시 <여관>은 여성 화자의 말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우울과 혼란을 다루고 있다. 단일한 화자가 구사하는 이러한 독백의 어조는 시 속에서 심리적 풍경을 전면화시키는 전략으로 자주 사용된다. 화자의 심리적 현실이 곧 지적 현실 혹은 세계가 되는 것이다. <여관>에 나타나는 혼란스런 독백체의 어조는 한 여자의 기억의 흔적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길 위의 집을 버리고 떠나'는 뿌리 없은 현대인의 심리적 문제를 암시하고 있다. 화자의 정황에 다라 시의 어조는 독백적, 연극적, 대화적, 논쟁적 어조, 그리고 유아적, 여성적 남성적 어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⑷ 문제나 수사적 장치에 따라

   시의 어조에는 단순이 언어적 요소만이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도 관여할 수 있다. 또한 어조는 낯설게 재구성된 어순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은 전체 시의 분위기와 메시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화자의 문체나 수사적 장치에서 회화적, 음악적, 모방적, 분열적, 편집중적 어조로도 드러날 수 있다.

 

도 同化야 도 童話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

 

소 소름 끼쳐 터 텅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미쳐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트피플이여 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일할 것이다

이승하 <畵家 뭉크와 함께> 부분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 unch)를 소재를 쓴 위 시는 말더듬이 화자를 등장시킨다. 더듬거리는 말투와 신음소리, 소리 죽인 울음은 마치 뭉크의 작품 <절규>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화가 뭉크는 실제로 말더듬이었고, 신경쇠약과 공황장에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이 시는 또 어쩌면 폭력과 광기로 얼룩진 80년대 군부통치의 사회를 절규하듯 고발하는 시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