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9. 14:59ㆍ☎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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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 Skelton의 이미지 단계 논리
로빈 스켈톤은 시창작에 있어 이미지의 발전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차적 이미지(primary image)'의 단계와 '이차적 이미지(secondsry image)'의 단계, '삼차적 이미지(tertiary image)' 단계가 그것이다. 스켈톤은 시에서 이 세 가지 이미지가 일관을 지니면 유기적 조직체로 살아있지만, 그렇지 못한 시는 첫째나 둘째의 이미지 단계에 머문다고 말한다.
1) 일차적 이미지(primary imge) : 경험적 사실의 묘사 단계
일차적 이미지는 시인의 눈에 비친 현실적 세계의 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시인의 경험벅 현실을 언급하여 제시하는 이미지이다. 가령 시인이 바닷가에 나가 본 감각적 풍경을 "허옇게 웃어젖히는 파도의 포말"이라고 묘사했을 때의 이미지다. 다시 말해서 서경적 묘사 같은 것으로 외면풍경을 감각적 대상으로, 눈에 비친 객관적 사실로 리얼티하게 반영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대개 일차적 이미지는 대상을 제시하는 수준, 시적 소재 내지는 모티브에 머물기 마련이다.
2) 이차적 이미지(secondsry image) : 개인적 의미화의 상상 단계
이차적 이미지는 실제 사실, 대상의 묘사 차원을 벗어나 그 대상이 지닌 내면화의 반응 세계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일차적 이미지에서 '허옇게 웃어젖히는 파도의 포말"로 제시된 감각적 풍경을 벗어나 시인의 마음에 비친 "철퍼덕 주저앉는 바다의 욕정"이라는 내용의 주관적 상상셰계가 펼처진다면 이것이 이차적 이미지인 셈이다. 여기에서 일차적 이미지와 이차적 이미지 간에는 '공감되는 영역', 곧 '상상력의 등가성'이 형성되어야 한다. 곧 시인과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차적 이미지와 이차작 이미지 사이에 공감되는 영역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텐션(tension)', 하나의 '거리조정'이라ㅏ고도 할 수 있는데, 적적한 텐션으로 구사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공감영역이 너무 넓으면 난해해지고 너무 좁으면 직설적ㅇ니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김장되 조웅이 뒤따라야 한다.
3)삼차적 이미지(tertary image) : 신화적 문화적 의미 단계
일차적, 이차적 이미지가 일반적 상상력과 긴장된 종응으로 발전하여 보편적 정서의 의미가 확보될 때 삼차적 이미지 단계로 넘어간다. 삼차적 이미지의 중요한 속성은 신화적, 문화적 상상력이다. 가령 "허옇게 웃어젖히는 파도의 포말"로 제시된 감각정 풍경(일차적 이미지)에 이어 "철퍼덕 주저앉는 바다의 욕적'이라는 시인의 내면에 비친 의미(이차적 이미지)가 발전하여 문화적, 신화적 보편서의 획득으로 "바람 잘날 없는 거품 인생"으로 연결된다면 이것이 삼차적 이미지를 형성해 낸 것이다. 따라서 삼차적 이미지는 대개 '순환의 윤휴ㅣ관'이나 '생의 보편적 근원' 등 우주적이고 본래적인, 심원하고 보편적인 이미지와 결부되어 나타난다.
이렇듯 시상(詩想)의 이미지의 전개는 영감에서 왔던 혹은 사려 깊은 사고나 상상력에서 왔던 시상은 대체로 세 가지 단계를 거쳐 발전하게 된다.해서, 처음에 막연하게 떠올랐던 이미지는 점차 분명하고 확실한 시상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삼차적 이미지는 서정주나 정호승같은 노련한 시인에게서 발견되는 아주 드문 현상으로, 대개의 시는 2차적 이미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위의 세 가지 이미지를 정리하여 축약해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도입부(구상 ) : 전반 --- 경험적 현실 묘사의 단계(외면풍경)
전환부(추상, 구상) : 중반 --- 개인적 의미화의 단계(내면풍경, 소재를 내명화, 상상
하는 단계)
결말부(추상 : 후반 --- 의미 확장과 전경화(foregounding), 신화적, 문화적
이미지 단계
그러면서 로빈 스켈톤의 이미지 전개 논리에 따른 실제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벌 핥다가 그만 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현실 묘사의 단계, 외면 풍경)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 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김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인적 의미화의 단계, 내면 풍경)
개가 핥던 밥그를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전경화)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정호승 <밥그릇 전문>
위 시는 연 구분이 없는 시이나, 전체적으로 일차적 이미지와 이차적 이미지로 전개되는 깨달음이 있는 시이다. 빈 밥그릇을 핥고 있는 개의 모습에서 치열핮 못한 자신의 생을 반성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잇다. 도입부에서는 "개가 밥을 다 먹고 /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는 모습과 이어 "수백 번은 더 핥는다"는 것을 본 화자의 경험적 현실 묘사의 단계 - 외면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이어 화자는 내면화의 시도로 느낌의 세계를 담아낸다. 곧 "나는 언제 저통록 열심 / 내 밥그릇을 핥아 보았나"로 시작되어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 맛있게 먹어보았나"로 이차적 이미지의 내면풍경으로 그려진다. 바로 개인적 의미화의 단게로 소재를 내면화한 단곙이다. 그리고 결구부분 4행은 깊이 이쓴 전환을 보여준다.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에서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는"는 부분의 신술은 전경화(前景化)의 상상 단계를 보여준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節制와 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圓은 모를 세우고
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오세영 <그릇) 전문
앞에서 제시한 <밥그릇>은 1,2차적 이미지로 전개된 것이지만, 위 시 <그릇>은 이차적 이미지의 '개인적 의미화의 단계'가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이차적 이미지로만 이루어지는 시도 많은 것이다. 시 <그릇>에서 "개진 그릇"의 의미는 시 속의 '나'와 관계맺음으로써 다양한 의미로 변용된다. 시인들은 시를 쓸 때, 대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인식한다. 오세영의 시에서도 그릇은 일상에서의 그릇이 아니라 그것이 시인에 의해서 새롭게 시적으로 정의된 의미부여의 그릇이다. 여기에서 객관적 대상인 '그릇ㅇ'은 존재론적으로 의미로 변용시킨 것, 곧 "째진 그릇"이 "칼날"이 되는 존재론적 의미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지금 '나'라는 시적 화자는 맨발이다. "맨발'은 무방비 상태의 시적 자아를 말하고, 한계를 지닌 인간의 실존 상황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 살이다."에서는 화자가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잇다는 의미이지만, 성숙을 기다리는 화자의 실존적 자세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는 비뚤어진 사고로 인한 고통을 말하며, "깊숙이서 성숙하는 魂"은 정시적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얻는 내면적 자아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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