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시의 관점과 가치 기준] 2. 작가 개성의 표현론적 관점

2018. 8. 9. 12:03☎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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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가 개성의 표현론적 관점


  표현론적 관점은 작품 생산의 주체인 작가와 문학 작품과의 관련 속에서 살펴보는 관점이다. "이 시인이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 나타난 작가의 정신, 심리가 어떠하다" 등의 평은 모두 작품을 작가의 이상, 독창성, 개성, 심리의 표현으로 본 데서 생긴 평들이다.

  독창성 주창된 것은 낭만주의시대 이후니까, 독창성이 평가의 기준이 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분명히 어떤 부류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그 작가의 천재적인 능력에 대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이는 작품을 보는 기준이 작가 자신에게올 옮겨진 것인다. 바로 작가에 대한 연구는 표현을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특히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다.

  독창성이라는 것은 남과 다른 독특한 창조 능력이며, 모든 작가는 얼마쯤씩 다 그런 능력이 있다. 그렇치 않으면 문학을 '창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그것은 한도가 있다. 세익스피어나 괴테는 자기의 얘기를 그저 만들어낸 것이 아닐라 역사나 전설에서 얻어다 썼다. 그들의 독창성이라 얘기를 꾸며 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의 해석, 이야기를 전개한 방법(플릇), 리듬, 새롭게 느껴지는 생동력 등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다른 데서 빌려온 이야기는 독창적이 아니란 생각은 아주 소박한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종래의 '문학이란 대개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통념을 완전히 깨뜨려 없앰으로써 그런 통념의 폭을 확장하는 문학이 독창적인 것이다. 종래의 통념을 조금도 넓히지 못하는 작품은 모조품이나 아류라고 한다.

  표현론에서 작품평가의 중요한 기준은 '성실성'이다. 이것은 고전주의시대의 가치기준인 '적격(適格, decorum)'이나 '시적 정의(pustice)'와는 대립된다. 그래서 낭만주의 문학은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되었다. '적경'이나'시적 정의'는 일종의 문학적 에티켓이다. 이들의 파괴를 통하여 문학의 독창성이 획득된다. 표현론느 문학을 개성의 표현, 곧 자기표현으로 보기 때문에 개성적인 것, 독창적인 것이 가치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격의 운리를 지킨 고전주의의 작품에서는 독창성과 개성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문학을 '창조'라고 할 대 이 창조는 표현론에서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독창성과 개성을 뜻하는 것이다.

 "시는 상상과 정열과 언어다"라는 헤즈릿(W.hazlitt)의 정의나 "시는 강한 감정의 자연적 발로다"라는 워즈위스(W.Wordsworth)의 정의, 그리고 "시는 일반적 의미로 상상의 표현이다고 정의할 수 있다"라는 셀리(Shelley)의 말은 표현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들이다. 코울릿지(Shelley Coleridge)에게 있어 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시인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과 동일하다. 이것은 원으로서의 시인과 결과로서의 작품과의 관계, 곧 시인의 경험적 자아와 시적 자아의 일치를 표명한 표현론이다.

  시인은 자기의 독창성을 발휘하려고 별별 기이한 방법을 다 쓰기도 한다.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요즘의 해프닝 예술 등은 모두 기발한 독창성의 결과물인데 이런 독창성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 독창성의 가치는 종래의 문학에 대한 혁신에의 공헌도에서 주어지는 것이지, 단순한 파괴나 전혀 새로운 시작과는 관계가 없다. 문학은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결국은 문학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상(李霜)의 작품을 작가와 관련하여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에 접근하여 작품을 해석해 보자.

  이상의 난해한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성장과정, 작가의 성격과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그는 3세 때부터 백부 댁에 양자로 입적하여 부모와의 격리, 백부의 과잉보호, 계모인 백모로부터의 냉대 속에서 자란다. 결국 선천적 기질과 여기에 동일시 대상의 붕괴라든가 불안 심리가 형성되어 정신저적 외상을 안고 성장한다. 그래서 작가의 창작동기가 이것과 무관치 않아 <오감도시제2호>,<운동>, <건축무한육면각체>, <얼굴> 등의 시에서 상동성(stereo type)이나 양면성(ambivalance)의 심리가 투영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좋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비자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구나의아버지의아법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비지노릇을한꺼번하면서살아야하느냐

 

이상<鳥瞰圖詩第二號> 전문


  위 시는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상은 자기와 자기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동일시하지 않을 수 없음으로써 빚어지는 혼돈의 내면세계를 투사한 것이다. 말하자면 부계(父系)와의 갈등이 담겨진 시이다. 유아시절의 전통적인 가계 속에서 왜 자신이 부모와 헹어져야 했는가에 대한 분리불안과 그 속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회한과 충동이 망상(몽상)으로 시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