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9. 12:11ㆍ☎시작법논리와전략☎
3. 독자 수용의 효용론적 관점
효용론적 관점은 문학작품과 독자와의 관계이낟. 곧 문학 작품이 독자에게 끼친 효과에 비주을 두는 관점이다. 이를테면 독자가 "이 시가 참 재미있다", "깨우침을 준다", "감명을 준다", "퍽 인상적이다" 등의 평은 문학작품이 독자 자신에 무순 영향을 줄 것을 기준으로 하는 평들이다. 실제 외부나 사물과 닮기를 기준으로 하는 모방론과는 정반대다.
일방적으로 말해서 순수문학이든, 통속문학이든 간에 독자에게 주는 효과 중에 가장 뚜렷한 것은 '즐거움'(재미, 쾌감, 만족감, 심미감)이다. 이들 즐거움은 각기 작품에 따라 혹은 거기에 상응하는 독자에 다라 그 종류와 양상의 정도가 다를 것이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작가는 적절한 장치 내지는 배려를 한다. 가령 귀엣말이 좋은 낱말을 골라 쓰는 시인은 음성의 즐거움을 염두에 두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꾸미는 소설가는 독자의 흥미를 지속하려 할 것이다.
즐거움을 조성하기 위하여 문학가들이 부려 쓰는 보통의 방법으로 신기성(novelty), 친숙성(familiarty). 명백성(intelligibility),애매성(obscuring)등의 전략을 구사한다. 가령 신기성을 주기 위해서는 평소 별로 듣지 못ㄷ하던 사실을 이야기한다든가 등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우다.
다른 장르에서도 그렇지만 문학은 크게 '즐거움'과 동시에 '가르침'을 주는 예술로 정의 한다. 그래서 시드니(S.P.Sidney)는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라고 했고, 아놀드(M.Arnold)는 "시는 유용하고 즐거이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들 모두 효용론적 관점에서 시를 정의한 것이다. 흔히 우리가 숭고, 비장, 우아, 골계를 미의 기본 법주로 삼고 있는 미학이 예술의 쾌락적 기능에 근거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맹자는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독서의 즐거움을 들었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시를 인경수양의 수단이나 교화의 수단으로 보는 재도적(載道的) 문학관, 곧 풍교론(風敎論)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민중의 감정을 반영하거나 사회악을 고발하거나 사회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시를 보는, 보다 삶에 밀착된 문학을 생상하게 함으로써 문학 그 자체의 가치보다 시회적 자기치를 더 중시하였다. 시대적 소명에 충실했던 개화기 시기나 문학을 곧바로 선동으로 본 KAPF 그리고 참여시, 노동시, 정치시 용어들은 모두 교시적 기능과 연관된 현대시의 유형들이다. 생산문하과 소비문학이라는 구분도 그 기준은 문학의 교시적 기능에서 비롯된다.
작가를 죽음으로 복, 독자의 효용론적 관점, 곧 독자 중심의 반응에 두는 경향은 수용이론(受容理論)에서 첨예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용이론에서는 작가, 작품 위주의 해석 태도를 지양하고, 지금까지 텍스트외 내재적 의미만을 중요시해왔던 전통적 문학관에 도전한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덱스트와 작품을 구분한다. 그들은 문학 텍스트 이해의 기준을 수용자 주관의 심미적 경험에 두고 문학 작품의 역사적, 심미적 연관성을 성찰하여 작품의 예술성을 해명하고자 했다. 그래서 수용론에서의 빈자리 메꾸기, 곧 덱스트 구체화는 구조이론이나 상호덱스트성, 스키마 이론이 뒤따른다. 그리하여 독자는 덱스트의 수동적 이해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확대외어 독자의기대지평의 전환을 꾀한다.
황홀들아, 넘치지 말거라 내 사랑의 부레들아 어표(魚표)들아 두렵구나 어디까지 떠오르려하느냐 많이 상했다 예쁜 붕어여 우리나라 붕어여 붕어를 보아라 붕어 한 마리도 제 부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물에 뜬다 헤엄쳐 나간다 힘에 부치면 水草수초 아래 가만히 엎드린다 너희도 그래라 벌름대던 아아미도 가만가만 열었다 닫는다 너희도 그래라 그에 너희는 넘치려느냐 저절로 아무는 황홀을 도한 안다 하려느냐 내 사랑의 부레들아 어표들아 신께서 回收회수하실라 자꾸 과하구나
정진규 <부레> 전문
위 시는 수용론의 관점에서 볼 때 비유의 즐거움과 동시에 깨달음을 주는 시이다. 그래서 수용론에서는 이 <부레>라는 텍스트가 보여주는 이 두가지 의미를 유능한 독자가 되어 주관적 경험을 살리고, 상호텍스트성이나 빈자리 메우기 등 반응을 심화시켜 유의미하게 해색해 나간다.
우선 이시는 물고기의 '부레'의 속성을 가져와 우리 삶의 정신에 비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퍽 재미있고 참신하게 다가 온다. 화가 났을 때, 흔히 "억지로 참자니 부레가 끓었다"라는 말을 한다. '부레'나 '어표'는 같은 말로 붕어와 가타은 경골 어류의 몸속에 있는 얇은 혁질의 공기주머니다. 이것은 주로 물고기가 뜨고 가라앉는 것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청각이나 평형감각을 도우며, 심지어 발성 ' 호흡 따위의기능과도 연관이 있다. 화자는 붕어라는 물고기의 뱃속에 있는 공기주머니인 '부레(魚표)를 벌렸다 오므렸다 함으로써 자유자재로 물속을 유영함을 묘사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곧 '붕어 한 마리도 제 부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물에 뜬다"고 전제하고, "넘치지 말거라"라는 경종을 보낸다. "안 그러면 신계서 回收"하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이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분수에 만족하여 살아가라는 말이다.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떠오르게 한다. 시인의 말대로 '황홀한 삶'의 비결은 과하지 않음에 있는 것, 자기 안분의 지혜로운 깨달음에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중심이지 "부레"를 통하여 인간 삶의 정도(程度)로서 안분(安分)을 설파하고 있다.
사물을 통한 깨달음의 시, 여기에서 시의 위대한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시를 모르는 사람이 어찌 자연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가. 시를 모르는 사람이 어찌 삶을 깨닫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는가를, 깨달음이 시야말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를 내통하는 생명의 젖줄이요. 생의 핏줄인것이다.
작품이 끝나면 저자도 소멸된다는 극단의 주장은 해체주의적 관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현대의 지배적인 소통모델이 저자로부터 독자로 이행하는 강조일 뿐 화자와 청자 사이의 관계구조를 여전히 초점화하고 있는 사실에 주의를 요한다. 이런 소통모델에 의해서도 구조론적 관점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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