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5. 18:28ㆍ☎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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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착상의 증식화 전략
시의 형상화에서 완성도는 착상에서 그것을 발전, 전개시키는 소재의 증싱(增殖)에 의해 좌우되낟. 이를 위해서는 착상과 동시에 그 소재가 지닌 내밀한 비의(秘義)나 이야기, 혹은 연상과 상상을 통한 새로운 존재 의미 같은것을 들춰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교감과 상상력, 통찰, 사유의 과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 시적 착상의 증식화 과정
시를 쓰고자 하는 자신이 꽃병, 벽, 창, 노을 등 시적 소재를 만나 그 어떤 착상이 떠올랐을 때, 을 증식해가는 과정을 살펴보다.
1) 시작 연습 A
시인이 영종도의 '노을'을 체험했을 때, <영종도 노을>이란 소재로 시를 쓴다고 한다면 대다수가 1차적 단계로 다음과 같은 느낌을 토로하거나 진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종도의 피빛 노을이 아름답구나, 나는 저 노을 아래로 걸어간다. 친구와 함께"
위에 적은 '피빛 노을의 아름다움'은 중심 이미지에 해당한다. 곧 중심이이미지는 일단 착상에 해당하지만, 대상의 인상적 느낌만을 적은 것이고, 독창적 사유이거나 상상한 내용을 적은 게 아니다. 그러니까 단순한 느낌과 행동만을 썼을 뿐이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다른 생각, 대상의 의미화, 상상력이 부가되어야 한다.
2) 시작 연습 B
착상의 증식은 독창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로 증식해나가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영종도의 붉은 노을을 보고, 자신이 현재 에로틱한 감정 상태에 있다면, 마음만 드러내지 말고, 사람이나 그 무엇과 관계를 짓고 그 대상을 가져와 확산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여기서 치환의 비유를 써도 좋고, 객관적상관물을 가져와 써도 좋다. 가령 노을을 한 여자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로 전개해 나간다.
<영종도 노을>
한 여자가 옷을 벗고 있다
그녀가 옷을 벗으니까 눈부셔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도 저렇게 발가벗고 그 곁으로 가고 싶다
아니다. 그녀를 데리고 모텔로 가고 싶다
가서 같이 포도주 한 잔을 건넨 다음 껴안고 뒹둘고 싶다
이렇게 영종도의 노을을 발가벗고 있는 눈부신 여자로 여기고 계속 상상해 가는 것이다. 이때 순서를 생각하지 말고 중심이미지를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위 예문에서는 리비도(libido)적 상상력으로 접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위의 시상 증식은 좀 유치하고 품위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반대로 불교적 상상력이나 도가(道家)적 상상력, 혹은 그 어떤 생명주의적 상상력으로 접근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 시적 논리로 잡아 수정해 가면 된다.
3) 시작연습 C
이번에는 중심이미지 '피빛 노을의 아름다움'을 리비도적 관점에서 벗어나 낯설게 바라보고 이야기 시 중심으로 바꾸어 보도록 한다. 가령 화자가 <노을>을 보고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떠올렸다고 한다면, '붉은 노을'을 머리 속에 담고 짧은 이야기로 상상하여 소재를 증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종도 노을>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그 모닥불은 연기가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저 불에 나는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제일 잘 익은 것을 꺼내
이웃 동네 창수에게 건네주고
모닥불에 오줌을 갈겨 피식 소리가 나도록 끄고 싶다.
이럴때 <피빛 노을>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상상의 힘이 필요하다. 가령 <모닥불>로 여겼을 때, 모닥불과 관련된 온갖 경험, 추억, 익살스런행동, 우스꽝스런 생각, 이야기들을 계속 꺼내가면서 증식해 나가는 것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노을>을 <모닥불로 치환했으면 <모닥불>을 멀리 떠나서 상상하면 안된다. 모닥불과 관련이 있는 내용, 속성, 특성과 연상되는 상상이 떨어져 산만해지게 되낟. 여기에서 또 다른 상상의 발전으로 영종공항에 비행기가 노을을 타고 내린다면, 시상은 더욱 낯설게 증식되고 새롭게 형상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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