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시적 소재의 선택과 착상] 2. 시적 착상의 두 가지 방식

2018. 5. 3. 10:59☎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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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적 착상의 두 가지 방식

   시를 창작하는데 있어 두 가지 방식을 상정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의 의미를 탐구하는 인식론적 방법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평소 시인이 주관적인 사색이나 명상에서 얻어진 생각이나 감정이 있을 때, 이를 토로하여 형상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1)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의 의미를 탐구하여 형상화하는 방법


대상 체험 : '장미꽃'

의미 : "타오르는 한 접시의 등불"

중심이미지 → "장미꽃은 타오르는 한 접시 등불"


  시인이 대상을 정하고, 그 대사의 의미를 탐구하여 시를 쓰는 방법으로, 가장 시인들이 선호하고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하나의 인식론적 태도에 의한 시 쓰기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가령 시인이 '장미꽃'이라는 사물을 보고 거기서 어떤 영감이 떠올라 이를 "타오르는 한 접시의 등불"이라고 썼다고 했을 대의 경우이다. 이때 "타오르는 한 접시의 등불"이라는 의미는 실제 사물인 '장미꽃'을 보기 전부터 시인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적 대상인 '장미꽃'을 보고 난 후의 시인에게 촉발된 느낌인 것이다.

  이 방법은 위 시구에서 보듯이 감각적이고, 비유적이고, 묘사적인 시 쓰기 방식의 구체적인 이미지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2) 주관적이 사색이나 명사의 감정을 토로하여 형상화시키는 방법


사색(명상) : 사랑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대상 체험 : "촛불"

중심이미지 → "사랑은 스스로 자신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는 촛불"


  어떤 시인이 평소 마음 속으로 '사랑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를 시로 쓰고자 한다고 했을 때의 경우이다. 여기에서는 시인이 어떤 사물을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색과 명상을 통해 깨달았을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1차적으로 이 방법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을 관념적으로 막연하게 진술되는 것으로, 관념적, 사변적, 교훈적, 메시지 전달적인 이 쓰기의 언술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직설적이어서 아무런 감흥도 상상의 힘도 얻을 수가 없는 관념적인 언술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시로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상, 곧 사물에 투영하여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가령, 여기에 '촛불'을 끓어들여 "사랑이란 스스로 자신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라고 썼다면 바람직한 시적 진술로 바꿔질 수가 있다.

  위의 두 가지를 정리한다면, 전자 1)의 시 쓰기는 생각을 대상에  투영하여 표현하는 은유적 표현의 시 쓰기에 해당하며, 후자 2)의 시 쓰기는 관념을 직설적으로 표현해 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것이다. 하지만 2)의 후자에서도 시초는 그러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인 '촛불'을 끌어와 썼다는 점에서 은유적 표현으로 이루어지고 성공적인 시 쓰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투여할 사물이 배제되어 있다면, 시 쓰기라고는 볼 수 없다.

  결국 시의 본질이란 은유적 표현에 있는 것이고, 바로 시적 은유의 발견은 시적 대상(사물)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곧 우리는 시작에 있어 2)의 후자의 경우, 복잡하게 두 가지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또는 관념적인 산문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질 일이 없어 처음부터 직접 대상(사물)과 대면하는 체험을 통하여 의미를 탐구하는 전자의 시 쓰기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