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시의 언어] 2. 불완전한 언어로 완전한 효과를 보는 언어 / 서정주<菊花 옆에서>

2018. 1. 30. 12:56☎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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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완전한 언어로 완전한 효과를 보는 언어


  인간은 흔히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로 정의되지만, 이렇듯 언어란 완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쓰는 언어란 그 자체가 숙명적인 한계성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장미꽃이 아름답다"라는 진술이 있다고 하자. 이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추함'과 반대 개념으로 쉽게 구별될 수 있는 의미론적 영역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미꽃의 다양한 변별적인 아름다움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백장미, 흑장미, 분홍장미등 그 다양한 미적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며, 또 "이슬에 젖은 장미꽃의 아름다움, 햇빛을 받고 있는 장미꽃의 아름다움, 미풍에 떨고 있는 장미꽃의 아름다운, 그늘속에 가려져 있는 장미꽃의 아름다움"등에 대해 변별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자신이 충격적인 비보에 접해 순간 몹시 슬펐을때 사고를 당하여 몹시 아픈 순간일 때, 극치의 기쁜 순간을 맛볼 때 등 실미적 정서를 완전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인기. 아마 완전하게 표현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경우 감탄이나 "말 말을 있었다"거나, 아니면 "기가 막힌다"거나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용한 언어 표현의 방법은 감탄어나 특별한 음성적 자질로 소리를 낯추거나 높여 표현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비유법의 사용이다. 이를테면 "오!"라고 말하든가 특별한 억양과 성조를 동원하여 "몹시 슬프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하늘이 무너질 듯이 슬프다."말하는 것 따위가 한층 더 효과적이다.

  이렇듯 우리는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감정 전달의 겨우, 일상의 언어에서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관습적을 쓰여지는 언어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당나귀 귀 같구나"(확장비유)

"우리 시아버지 호랑이셔"(확장 비유)
"저기 전봇대가 온다"(확장비유)

"그져 밥술이나 먹을 만합니다"(축소비유)

"나를 믿으면 독을 먹어도 죽지 않으리라"(상징)

"잘났구 잘났어"(반어)

"요 알미운 녀석" (반어)

"좋아서 죽겠네"(역설)

"나이 먹더니 젊어지네(역설)

"즐거운 비며"(역설)


  위의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일상적 언어는 심리나 감정과 관계되는데, 다만 시의 언어에서는 이것이 죽은 비유, 생명력이 없는 언어로 받아들이다.

  시의 언어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 즉 일상 언어의 여러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일상어보다는 세련되게 다듬어 표현하거나 함축성 있게 혹은 암시적으로 자원을 달리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가령 어반(Urban)의 언어발달 과정에서 보듯 사실적 단곕도다는 유추적 단계, 상징적 단계로 울림의 효과를 살려 언어를 구사한다는데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菊花 옆에서> 전문


 잘 알려진 <국화 옆에서>의 국화꽃은 사전적 의미의 국화는 "국화과에 딸린 다년생의 잡초"를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국화는 서정주 한 개인이 본 국화꽃으로 2차적 상상력은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가 형성되기까지의 비통과 불안과 방황과 온갖 시련을 의미'하고, 나아가 누님과 연결된다. 또 3차적 상상력은 불교의 윤회사상과도 접맥된다. 그러니까 시에서의 낱말은 유추적 단계, 상징적 단계까지 푹넓게 활용된다는 말이다. 가려 "그 사람은 의젓한 산이다"라고 했을 때, '산'은 '높은 인격"을 드러내고, 같은 '산'이라도 "가도 가도 산이다"에서는 '장벽'의 의미하는 등 개인적 정서에 의해 쓰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인간 내면의 미묘하고 복잡한 극도의 언어의 용법을 일차적으로 시의 언어라고 부른다. 이는 시어의 중요한 특질이 비유법, 감성적인 언어 사용, 음성의 특별한 장치, 독창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서 보다 완전한 감성의 셰계를 드러내기 위해 나만의 표시적, 외연적(보편적, 도구적)언어, 내포적인 언어로 일상적인 언어 규범의 체계를 벗어난다.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비유 김종상<북치는 소년>)

"어둠을 새를 낳고, 돌을 / 낳고, 꽃을 낳는다"(상징, 박남수 <아침이미지1>)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반어, 김소월 <진달래꽃>)

"불씨 한 알 가슴에 감추어"                        (상징, 유안진 <불씨>)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부숴진다"

                                                             (낯설게 하기 박인환<목마와 숙녀>)

"잘 익은 과일 하나가 / 대낮 위에 떨어진다 //지구도 약간 기울어진다"

                                                             (낯설게 하기, 제해만 <落果>)


  시에서 온전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논리적, 규범적 어어체계를 벗어나 오히려 불완전한 언어를 써 더 큰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의 언어는 심리적 느낌이나 정서적 생각에 관심을 갖으며, 다른 하나는 비논리적, 초월적인 상상(想像)에 의해 구사된다. 그만큰 시로 나타나는 인간의 정서적, 심리적, 정의적 질의 문제는 논리적, 합리적 기존의 언어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

  시의 언어란 메시지의 전달, 설명이나 상황의 기술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에 충돌하는 언어이고, 상상력에 의해 전개된다. 그것은 시의 언어가 언어의 정화 및 질서와 논리화를 배척하고 정서의 환기에서 기인되는 애매성, 직관선, 비놀리성을 추구하면서 상상력에 의존한다는 뜻이 된다.



문광영 지음 <시 작법의 논리와 전략>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