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시의 관점과 가치 기준] 1. 현실 반영의 모방론적 관점

2018. 1. 20. 08:53☎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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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시의 관점과 가치기준


   시나 소설, 수필이나 희곡 등 문학 작품을 보는 관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문학 작품을 읽고 나서 "우리 사회 현실을 꼬집어 잘 반영시켰구나", "작가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다", "참 재미있다" "엉성하게 짜여져 있다" 등으로 칭찬을 한다거나 혹은 비판을 하게 된다. 자세히 보면 이들 네가지 편들은 흔한 것들이지만, 그 기준은 각기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의 "현실을 꼬집어 잘 반영시켰구나"하는 평은 '문학작품이 실제 현실을 닮은 정도' 곧 문학작품 속에 반영되어 들어오는 세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인생관이 잘나타나 있다"라고하는 평은 '작가의 인경이나 사상이 작품에 얼마나 잘 표현된 정도'로 문학의 생산과 관련지은 것이다. 또한 "참 재미있다"라는 평은 '작품이 나에게 주는 효과'를 기준으로 하는 독자의 문학 수용과 관련된다. 마지막으로 "엉성하게 짜여져 있다"는 평은 '작품 자체의 구조'라는 측면에 기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각각 에브럼즈(M.Habrams)가 말하는 모방론(模倣論). 표현론(表現論), 효용론(效用論), 구조론(構造論) 등으로 규저할 수 있는데 이 네 가지 관점은 문학 현상의 요소 전반을 포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지닌다.


 

1. 현실 반영의 모방론적 관점


  시가 '사실적이다', '생생한 재현이다', '여실히 보여주다'라느 평들은 모두 문학작품에 제시된 인생, 자연, 인물, 배경 등이 실제의 사실을 100%가지는 몰라도 80~90% 이상 닮은 것을 칭찬하는 말이다.

  이러한 기준을 사용하는 사람은 적어도 그 순간, '시가 현실의 모방(模倣)'이라는 문학관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회부 현실, 곧 사실에 닮은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작품은 사실주의나 자연주의에 근거한 작품에서 흔히 살펴 볼 수 있다.

  모방론적 관점은 문학작품을 현실과 신생의 모방으로 보는 관점이다. 다시 말하면 작품 속에 재현, 반영된 세계에 초점을 둔 문학관이다. 여기서 시의 가치기준은 작품이 현실의 일상을 재현하거나 혹은 재현해야 할 대상들의 '일상적 진실'이다. 그러나 이 '일상적 진실'혹은 '재현적 진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이것은 세계 인식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진실의 개념을 가지며,따라서 가치평가도 다양하다.

  어느 시대든 세계와 인생을 인식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 유형을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인생을 일상생활의  특별한 체험이나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인식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사실주의 내지는 자연주의 작가들이 시도했던 것처럼 '생활의 파평', 곧 일상적 삶에서 잘 나나타 있다. 이 경우 모방은 마치 사진기와 같이 재현의 시각에서 개체적이고 특수한 인생의 단편들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이때 진실은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반영하는 곧 '일상적 진실'에 비중을 둔다 일상적 진실에는 보편성과 영구성이 결여되어 있다. 둘째로는 인생을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측면에서 파악하는 보다 폭 넓은 인색태도다. 이 경우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인생이 모방의 대사잉 된다. 따라서 진실도 일상적 진실이 아니라 '당위적 진실' 또는 '이상적 진실'이 된다.

  위 두 측면을 박목월의 <나그네>에 놓고 보면, 각기 상이한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먼저 시<나그네>를 전자의 '일상적 진실'을 모방 또는 반연한다는 측면에 놓고 보면 부정적 평가로 비판을 받을 수가 있고, 반대로 '당위적 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江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전문


  위의 시는 일제 말기에 발표된 것으로, 암울하고 열악한 당시의 비참한 현실, 곧 극한상황이 조금도 반영되어 있디 않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 작품이 모방한 세계는 너무도 평화롭고 향토적이어서 일제 말기의 역사적 현실과는 무관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작품을 혹평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상적 진실'의 관점에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일상적 진실이 아니라'당위적 진실', 곧 있어야 하는 당위적 세계를 모방한 것이고, 이 당위적 인생에 대한 진실을 구현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회화에서 구체회와 추상화의 이분법처럼 시라는 것도 리얼리즘 시와 반 사실주의적 추상시로 분류뒤며, 모든 시는 이 양 극단 사이에 존재하낟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대사를 리얼리즘 계열과 모더니즘 계열의 이원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현대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단의 타성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적으로 매우 유효하다. 더구나 현실의 문학적 반영을 근본적으로 의심하는 후기구조주의 도는 해체주의의 새로운 사조에 의하여 모방론이전에 없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문광영 지음 <시 작법의 논리와 전략>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