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좋은 시의 요건] 8.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시 / 김종철 <고백성사>

2018. 1. 18. 11:59☎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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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시


  시적 발상의 핵심은 감동적 울림에 있다. 시적 발상으로 진술했을 때 그 진술된 하나의 문장이 울림을 통하여 독자에게 말을 겅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걸어오지 않는 시구는 대부분 상투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시인의 외부 체험에서 빚어진 내면의 깊은 영괌, 상상적 이미지가 착상을 통하여 언어로 형상화되는 것. 그 순간에 촉발된 울림으로 지어진 언어의 집, 그것이 시이다.

  시적 순간의 영감, 광휘, 섬광의 울림을 김춘수는 마음의 '들림'이라고 했다. 따라서 시인에게는 시적인 것을 잡기 위해서 대상을 향해 자신을 열고, 집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현미경적으로 몰입ㅈ해서 들여다보고, 관계 짓고, 감정이입하고 연상하고 상상하고, 나아가 의미를 부여했을 때, 참다운 시적 알맹이가 들너난다. 이때 사물 체험에서 얻어진 순간의 스파크가 시의 착상이 되는 , 시가 나를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먼저 사물 현상을 통해서 드러난 깨우침을 시를 살펴보자.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저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윤난히 많은 남편으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철 <고백성사> 전문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진술하지 않는다. 사물을 데려와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한다. 곧 시인은 이미지(형상)를 통해서 관념을 전달한다. 그래서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이미지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 일과 같다.

  못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못, 슬라브못, 압정, 녹이 슨 못, 구부러진 못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못대가리도 큰 것에서부터 대가리 없는 못까지 여러 종류다. 김종철은 자신의 인생사, 자신의 과오나 행위, 그리고 묵상에서의 고회성사나 기원 등을 모두 못의 비유, 못의 상상력을 통해서 삶의 질료를 들너낸다. 화자는 자신을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 여간 어렵지 않ㅅ읍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강 흉하지 않습니다"라고 내면의 성찰의식도 들러낸다. 그의 고백성사는 "쏘옥 고개를" 내미는 "숨겨둔 못대가리"하나가 남아 있는 이유에서다.

  기독교나 부교엣 보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것으로 보지 않는것 같다. 각가 '원죄'와 '업보'를 지지고 태어나는 것, 그래서 종교를 믿어야 되고 늘 깨달음 속에서 죄업2으로부터 사면 받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게 종교인이다. 화자는 철저한 종교인이다. 고백성사를 하기도 하지만 상징으로 처리된 '못대가리=죄의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못을 통해 자기반성적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시이다. 그러고 보면 시를 쓴다는 행위도 내 마음의 죄없을 썻는 행위가 아닐까.

  시인의 일상체험에서의 깨달음은 꼭 사물에만 빗대어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화자의 현실체험을 그대로 박진감 있게 보여주면서 시적 화자의 자기 성찰의 김은 세계를 들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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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편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딱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가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 거리며 국물을 더 부어 주셨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왜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붖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전문


  시 <눈물은 왜 짠가>는 설렁탕집에서 있었던 식사 체험을 소재로 한 것인데,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내는 화자의 태도도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주인아저씨마저 훈훈한 심성을 보여준다. 이 시의 감독적 울림은 모성애를 중심으로 중첩되어 있고, 화자의 머머니, 주인아저씨의 세밀한 심리로 직조되어 있다. 첫 번째의 감동은 중이염을 앓고 있는 어머니라고 고깃국을 먹으면 안되는데도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한 점, 둘째로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고깃국을 더 먹이기 위해서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하는 재치(?), 셋째는 그런 어머니의 의도를 뻔히 ㅎ알면서도 주인지 아저씨의 못 본 척하는 훈훈한 태도에서 감동이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화자의 심리를 드러낸,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십어댔습니다"라는 장면이다. 결ㄹ구 부분에서 "눈물을 땀인 양"물수건으로 땀을 씻어내는 와중에서 "눈물은 왜 짠가"하고 '눈물의 본짉적인 의미'를 드러낸 시의 완성도에서 높이 평가된다.

  누구나 마음소게엇 어머니의 사랑은 느끼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인 경험의 순간을 살려 착상해 낸 것이 공감력을 높혔다. 시의 소재는 그야말로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화자의 생각(사유)은 깊어 큰자장, 찐한 감동을 일으킨다. 함민복 시인은 엄청 소소한 일상들에서 찾은 소재들로 시를 많이 쓰는 시인이다. 특히 그의 시는 여유롭지 못한 가난과 곤궁한 일사아에서 채택되는 소재들이 많다. 천상병 시인처럼 천진무구한 선천성의 인간애 같은, 여기엔 인생을 따뜻하고 순박하게 보려는 자신의 세계관과 연결되고 있다.

  시는 독자에게 그 어떤 깨달음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시의 행간 내면에 깊은 사유가 숨어 있어 곰곰히 곱씹을 수 있는 자양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자신을 반추해 보거나 더 가치 있는 삶의 지편을, 궁극의 지점에 도달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문광영 지음 <시 작법의 논리와 전략>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