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좋은 시의 요건] 6. 명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 시 / 정영주 <난산(卵山) 전문

2018. 1. 16. 18:18☎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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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명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 시


  시는 추상적 관념의 백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그래서 말하가(telling) 보다는 보여주기(showing)의 세계가 지배한다. 그러니까 막연한 생각, 파상적인 반응으로 언어의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시적 대상을 인상적으로 접근한든지, 또 그 표현에 있어서도 장식적으로 옷을 입힌다든지, 거시적인 담론으로 접근하면 절대로 구체적인 시를 얻을 수 가 없다. 추상이나 관념어를 나열하면 허황된 상상, 푸념, 넋두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에서는 화려한 수사법보다는 오히려 명징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명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는 단순한 주제를 중의적으로 전경화시켜 주기도한다. 대부분의 좋은 시에는 강렬하고 명징한 중심 이미지가 존재한다. 좋은 시는 그러한 중심 이미지를 구심점으로 체험과 상상력을 짜임새 있게 조화시키고 확장시켜 나간다(박남희),

  그러니까 좋은 시가 되려면 먼저 현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관념을 사물화해야 한다. 기발하고 발칙한 착상을 얻었다고 해도 이를 체험의 현실화, 사물의 감각화를 시도하지 못했다면 그 시는 지리멸멸해진다. 그래서 대상의 외면풍경도 비추어 주고, 여기에 함께 내면풍경의 모습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들러내는 조화로운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성숙한 시인들은 정서 표현의 수단으로 엘리엇(T>S>Eliot)'객관적상관물'을 동원하여 상황이나 사물, 사건에 실어 구체적으로 형상화 한다.

  다음은 명징한 감각적 묘사의 시이다. '황혼'이라는 대상을 목격하고 ㅗ하자의 체험을 명징한 이미지로 들러내고 있다.


지는 해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나무들 뜨거워

온몸 비틀지만

해는 꿈쩍도 않는다


붉은 알을 낳은 해


나무들 뿌리째 흔들어 태우고

하늘은 온통 하혈이다.


정영주 <난산(卵山)에서 전문


  '난산(卵山)'은 전남 광주에 실존하는 산으로, 저녀노을 풍경이 '난산(卵山)'의 의미와 맞물려 절묘한 시각적 효과까지 드러나고 있다. 시각적 의인화로 치환된 관능적 시구는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에로스적 행위'를 보는 듯하다. 곧 이 시는 놀라운 상징적 의미의 전복으로 입체적 의미, 상상의맛을 더욱 체득하게 한다. 여성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소나무 가지", "가지사에서 걸려 바지지" 않은 해, "나무는 뜨거워""온몸"을 비틀어대지만 "해는 꿈쩍도 않는다"는 것이다. 2연까지만 해도 태양의 강한 에너지가 다소는 폭력적으로 분출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3연에 이르면 태양은 더없이 강한 여성적 이미지로 바뀐다. "불윽은 알을 낳은 해"는 여성이다.

  대상을 '감각적으로 연산한다;등가, '비유적으로 본다'라는 말은 새롭게 본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이게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자신의 전 감각에 동화와 투사의 교감적 탄력성을 주어야 관계맺기의 연상과 상상도 가능하다. 이것이 있어야 시의 새로운 맛이 탄생한다.

  사물과 사물 정신과 사물, 상황과 정황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고 사명이다. 시인이 지닌 원화통의 서정적 셰계관은 과감하게 동화, 투사하여 일체감을 이룬다.

 


문광영 지음 <시 작법의 논리와 전략>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