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좋은 시의 요건] 3. 낯설고 충격적인 시 강윤후<진달래>전문

2018. 1. 9. 17:34☎시작법논리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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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낯설고 충격적인 시


  시인은 사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시인은 남들이 생각한 것을 다르게 드러낸다. 지각의 자동화와 같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과, 일반적으로 보는 시각, 생각의 방법을 달리한다. 견자(見者, voyant)의 착란(錯亂)과 같은 것 곧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고 여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여기에 예술 존재의 당위성이 확보되는 것이고, 시의 문학성이 성림된다. 그래서 시작 태도가 굳어있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좋은 시를 쓰지 못한다. 자기가 그동안 길들어 있던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고정관념, 일체의 선입견과 같은 그릇된 짐을 헐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시의 창조가 이루어진다.


진달래는 고혈압이다.

굶주림에 눈멀어

우굴우굴 쏟아져 나온 짜치산처럼

산기슭 여기저기서

정매 터질 듯 총질하는 꽃


진달래는 난장질에

온 산은 주리가 틀려

 서둘러 푸르러지고

겨우내 식은 세상의 이마가


불쑥 뜨거워진다.

도솨선 같은 물줄기 따라

마구 터지는 폭약, 진달래

진달래가 다 지고 말면

풍병(風病)든 봄은 비틀비틀

여름으로 가리라.


강윤후<진달래>전문


  낯설고 충격을 주는 새로움의 시, 신선한 맛이 드러나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평소 사물을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넓혀 새롭게 대하려고 하는 애정과 열정, 교감적 사랑이 수반되어야 한다. 위의 시에서 '진달래'는 고혈압이고,

'빨지산처럼 산기슭의 정맥이 터질 듯 총질하는 꽃'으로 낯설게 장치되어 있다. 나아가 '주리가 틀려 서둘러 푸르러지는' 시적 발전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결구에 가서 '폭약'처럼 번져가는 진달래 꽃산의 풍경 묘사를 보라. 얼마나 장엄하고 엉뚱한가. 바로 착란의 시작(詩作)이요. 낯설게하기의 전치(轉置, displacement)에서 빚어지는 상큼한 비유다. 시는 이렇게 새로움의 시각으로 충격을 주는 데서 긴장이 발동한다. 충만한 정신의 자유, 우리는 이를 상상력이라 말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부지런하고 자유스럽지 않으면 안된다.



문광영 지음<시 작법의 논리와 전략>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