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방불케한 집중호우 속 벌초

2009. 7. 21. 23:49☎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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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 방불케한 집중호우 속 벌초
03.08.25 19:14 ㅣ최종 업데이트 03.08.25 20:39 윤도균 (ydk3953)
ⓒ 윤도균
매년 8월 4째주일은 우리집안 조상님들의 묘 벌초날이다. 집안이라고 해봐야 아버님 3형제분들의 자손들이다. 우리 아버님을 비롯하여 두분의 삼촌들도 모두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사촌들과 우리 형제들 뿐이다. 무더위 속에서 14곳에 산재한 조상님들의 묘를 벌초한다 건 60대인 나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힘이 들고 어렵게 생각됐다.

무엇보다도 벌초때면 항상 아이들은 그놈의 공부 핑계로 모두다 열외가 되고 언제나 나이먹은 어른들만 모여서 벌초를 하였다. 그러다보니 벌초를 하는 것이 힘이들기도 하였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 대가 지났을 때는 벌초조차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초봄에 48기용 납골묘를 조성하여 한곳에 모시게 되었다. 이렇게 납골묘를 조성하고 보니 의외로 벌초가 가족행사가 되어 인기다.

올해도 벌초일이 정해져 통보를 하고나니 예년과는 달리 벌초행사에 참석을 하겠다는 가족들의 연락이 온다.

▲ 가족납골묘 봉분 벌초작업 사진
ⓒ 윤도균
그래서 가족들이 다같이 함께 모인 자리이니 오붓한 점심식사라도 할수 있도록 임진강 지역에 있는 메기매운탕집에 예약도 마쳐놓고 벌초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벌초날(8월 24일) 예상치도 않었던 집중폭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비가 내리더라도 벌초행사는 강행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에 모두들 각자 집에서 출발했다. 오전 10시 정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집중폭우 때문인지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으로 사방에 전화를 하여 조금만 더 기다려봐서 출발하자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늘은 구멍난 것 처럼 비를 뿌렸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비가 쏟아지고 보니 일부는 "벌초를 다른 날로 미루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나에게 의사타진을 했다. 하지만 나는 내친 김에 그냥 강행을 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리고 사촌들에게 최소한의 인원만 출발하자고 연락했다. 조심 운전으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기분이 마치 옛날 군대시절 눈비를 가리지 않고 작전에 임하는 듯한 기분이든다

▲ 집중폭우로 인하여 가족들이 엉거주춤하고있는 모습
ⓒ 윤도균
서울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자유로를 달려 조상님들의 묘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지역으로 차량진입을 하려하니 앞서가던 차량들이 모두다 길가에 비켜서기를 한다. 폭우로 임진강물이 범람하면서 도로에 넘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주변의 농경지가 시뻘건 황토물로 침수돼 앞길이 막막하다. 몰려든 차량들 때문에 옴쭉달싹을 할 수 없었다.

급한 김에 일단 휴대폰으로 사촌동생들에게 지금 어느 지역에 오고 있느냐고 확인하니 아직 자유로 구간을 달려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곳은 침수가 되어 차량통행을 할 수 가없으니 다른지역으로 우회하여 현지로 오라고 전했다.

우리 일행들이 탄 3대의 차량도 간신히 진로를 모색하여 어렵게 현지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오후 2시. 비는 지속해서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준비해간 우비를 입고 낫으로 벌초를 하려니 비는 쏟아지고 도무지 풀을깎고 있는대도 좀체로 풀을 깎은 터가 늘어나지를 않는다. 2~30분 정도 작업을 했는데 벌써 진력이나고 힘이 든다. 2시30분경 예초기를 싣고 오기로 한 사촌동생들은 도착하고 나서야 구세주를 만난 듯했다.

동생들이 엔진을 걸어 부릉부릉 금속성 소리를 내며 잔디를 깎아대니 잠시동안에 내가 낫으로 깎은 몇배의 잔디를 베어낼 수 있었다. 이제는 예초기가 없으면 손으로 하는 벌초는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벌초가 끝나고나니 이제부터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하여놓은 임진강 메기매운탕집으로 차를 몰아 거의 목적지에 도착을 했는데, 이곳에도 폭우로 쏟아진 임진강물의 범람으로 매운탕집을 바로 목전에두고 도로가 침수되어 앞으로 갈 수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오던 수십대의 차량들이 더 이상 전진을 하지못하고 도로에서 회차를 한다. 우리 일행들도 하는 수 없이 회차를 하여 꿩대신 닭이라고 다른 식당을 찾았다. 우리 일행처럼 헛 발 걸음을 하고 돌아선 손님들이 우리가 들어온 매운탕집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다.

의외로 많은 손님이 들이닥치게 된 매운탕집에선 눈코뜰사이없이 손님을 맞았지만 음식이 부실하고 맛도 별로다. 본래 장사라는 것이 이런 호기때 최고의 서비스로 맛나는 음식을 내놓게되면 뜻하지않은 소님을 단골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일행들을 독촉하여 시간이 더 늦기전에 문산지역을 통과하기로 생각하고 길을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 폭우로 범람하는 임진강물과 문산지역에서 내려오는 하수가 겹쳐지고 있는 구간에 도착하니 각 방송사의 중계차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일행은 간신히 위험지역을 통과하여 집에 돌아왔다.

이렇게해서 우리집안의 벌초행사는 집중호우로 인해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