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로 끝나버린 치악산 산행기

2009. 7. 21. 23:48☎청파의사는이야기☎

728x90

 

 

 
불발로 끝나버린 치악산 산행기
윤도균 (ydk3953)
▲ 영동고속도로변 치악산 자락
ⓒ 윤도균
매스컴에서는 금년 여름의 장마도 7월 25일부로 완전히 소강상태로 되어 물러갔다는 소식을 들으며 올 여름도 또 덧없이 지나가는구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공직 생활을 하는 매제가 휴가를 떠나는데 형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숙소는 마련이 되었으니 여름휴가에 동행을 하자고 제의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군대생활 전역을 하기까지 근 20여 년 동안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솔직히 휴가라는 “휴”자도 꺼내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 사실이이다. 이런 우리 부부에게 매제의 휴가길 동행 제의는 절호의 찬스로 마음 속으로는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운영하고 있는 학원을 임의로 문을 닫고 따라나설 수가 없기 때문에 몇일을 망설여야 했다.

그런데 군 전역을 한 후 대학 재학중인 작은 아들이 "아버지 어머니 학원은 자신이 책임지고 잘 관리를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고모네와 함께 휴가를 다녀오시라"고 적극적으로 앞장을 서기에 우리 부부는 근20여년 만에 휴가길에 나섰다.

휴가 첫째 날은 치악산 기슭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 하고 짐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4시가 지나고 있다. 우리 일행은 횡성시내로 나가서 우선 분위기 근사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섬강변에서 바람을 쏘이며 농촌의 싱그러움과 풋풋한 흙내음을 맛보면서 횡성군청 소재지에서 조금 벗어나 산자락 밑에 자리잡고 있는 아늑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휴가길 둘째 날은 치악산 국립 공원 내에 있는 구룡사 계곡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을 숙소에서 맛있게 해먹고 구룡계곡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이미 오전 11시다. 동생 부부와 우리 부부 그리고 조카딸과 그의 친구 이렇게 6명이 구룡사 사찰과 구룡계곡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6시간 이상을 관람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은 일행들이 모두 다 피곤하다고 일찍 잠이 든 다.

7월 28일, 드디어 오늘이 우리들의 휴가 마지막 날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뜨니 5시를 조금 넘고 있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인근에 있는 고속도로를 바라보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서 나는 맘 속으로 내심 내일 아침에는 나 혼자만이라도 등산을 하여야 할 텐데 생각을 하며 비가 그치기를 학수고대하며 잠도 설쳤는데 이른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의외로 비는 내리지 않고 대신 시원한 바람만 세차게 불 뿐이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을 하며 일행들을 깨워 산행 동행을 할까 생각을 하다 어제 구룡사 계곡 6시간을 걷고 와서 힘이 들다고 곤히 자고 있는 일행을 깨우기가 미안하여 부리나케 나 혼자 등산복으로 갈아 입으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곁에서 잠자고 있던 아내가 산에 가려느냐고 하며 자기도 함께 산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아내가 산행을 따라 나서면 내가 계획했던 치악산 산행이 좀처럼 쉽지가 않겠구나 생각을 하며 그렇다고 따라나서는 아내를 말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한 마음으로 산행길을 나섰다.

내가 산행을 하려는 코스는 횡성 우천면 코레스 콘도 뒤편 길을 따라 매화산 정상과 천지봉을 경유하여 치악산 비로봉에 오르는 코스로 5시간 정도 등산예정으로 산행에 나섰다. 어제밤 비가 꽤나 많이 내렸는데도 비온 뒤에 불어오는 세찬 바람으로 산행 길엔 이슬도 없고 그야말로 산행을 하기엔 금상첨화와 같은 최적의 기후조건이다.

▲ 물레방아 도는 모습그림
ⓒ 윤도균
산행초입의 완만한 언덕을 오르니 산행길은 의외로 육산으로 험하지 않고 때맞춰 불어오는 이른 아침 바람이 싱그럽게 가슴을 파고드니 배낭도 메지 않고 산을 오르고 있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한결 경쾌하게 한다. 그런데 아내의 느린 산행속도로 인하여 성질 급하고 산을 보면 마치 환장을 한 사람처럼 앞으로 치고나가는 나의 고질적인 습성으로 어느 사이 나는 아내를 저만치 뒤에 두고 휘적휘적 혼자 앞장서서 산을 오르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아내가 기껏많이 산행을 해봐야 해발 500미터 정도로 느껴진는 제1봉 정상정도를 오르면 아마 그곳에서 항상 산행할 때면 자신을 혼자 뒤에 두고 혼자 앞서가는 남편의 기질을 잘 알고 있는 아내가 알아서 하산을 할 것으로 생각을 하며 나 혼자 제1봉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나를 쉴 필요도 없이 어서 빨리 산행 길을 재촉하라고 하는 듯 더욱 세찬 바람을 불고 있다.

나는 내친김에 에라 이렇게 좋은 기후조건 그리고 장애물도 없이 소나무숲길로만 이루어진 산 행로에서 내가 지체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느냐 생각을 하며 거의 뛰다시피 하는 속도로 산길을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심 뒤를 따르고 있는 아내가 염려가 되어 아직도 콘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동생내외에게 전화를 하니 아직도 꿈나라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듯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듯 나는 매화산 정상에 올라 있다. 동생에게 전화가 안되니 아내에게 전화를 할까 생각을 하다 나는 다시 전화를 접는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봐야 뻔히 의리도 없이 혼자만 내뺐다고 아침부터 한 소리 들을 것이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동생내외에게 전화를 하니 그때서야 전화를 받는다. 나는 동생에게 "오빤 이미 매화산 정상을 지나 천지봉으로 가고 있으니 이제라도 등산을 하라"고 하며 "산행길 중간에 언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니와 합류하여 산행을 더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는다.

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산행을 경험 하였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에 나 홀로 산행을 해보기는 처음으로서 산행에 또 다른 멋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실감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속으로는 산책이라도 나온 듯 룰룰랄랄의 기분으로 오직 앞으로 앞으로 전진만 있을 뿐이다. 이런 나를 두고 그동안 나와 산행을 함께 한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 있다. 북한군 124군부대 출신이란다.

나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행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니 짜증 섞인 아내의 목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말 을 하며 지금 자신이 있는 위치에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럼 여동생 내외가 뒤에 올라오고 있으니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그곳에서 기다려 여동생 내외와 합류를 하라고 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아마 매화산 정상 목전에 있는 우회도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인간적인 면에서나 남편이라는 이름으로나 도저히 나의 행동이 이해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의 이렇게 몰지각스런 행동이 산행후 아내에게 어떤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의 발길은 계속해서 천지봉 정상을 향하여 가속을 밟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7시10분 나는 천지봉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면 저 멀리 바라보이는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여동생에게 위치를 확인하려 전화를 하려 휴대폰을 누르려는데 먼저 나의 휴대폰이 울린다.

여동생이다. 자신들은 지금 매화산 정상에 있는데 오빠는 지금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나는 나의 위치를 말할 겨를도 없이 여동생에게 그러면 중간에서 언니를 못 만났느냐고 물으니 언니를 못 만났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나는 나의 머리를 뒤에서 누가 한대 때린 듯 머리가 띵하며 아찔한 생각이 든다.

▲ 산행중에 만난 이름모를 버섯
ⓒ 윤도균
그러면서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혹시 우회도로로 회전을 하다가 실족을 하지 않았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자 나는 반사적으로 그렇게도 힘들게 올랐던 길을 정신없이 거의 달리기를 하다시피 하는 속도로 하산을 하여 매화산 정상에 이르니 동생내외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여 올케를 부르고 있다.

너무 당황을 하니 아내가 우회하였을 지점을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다. 우리 일행은 매화산을 하산을 하며 산 능선에서 계속해서 아내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렴풋이 저 아래 계곡 방향에서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하게 들린다. 나는 이상하다, 왜 정상을 향하던 사람이 그렇게도 험난한 계곡까지 내려 갔을까 생각을 하며 무조건 소리가 나는 방향의 계곡으로 내가 하산을 하려 하니 의외로 험난하게 가파른 절벽이어서 쉽지가 않다.

내 생각으로는 계곡 쪽에는 그래도 산 행로가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하였으나 그것은 나의 오산이다. 산을 우회하여 계곡 밑까지 내려가서 다시 아내를 부르니 이상하게 이번에는 산 중턱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나는 것이다.

계곡에는 산 행로는커녕 마치 월남의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늪이 우거져 있고 사람이 전혀 래왕를 한 흔적이 없는 원시림 그대로인 것이다. 문득 이러다가 나까지 지쳐서 오히려 실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번쩍 머리를 스친다. 그래서 나도 다시 능선으로 올라갈까 생각을 하였지만 아내를 찾지못한 상황에서 나만 살겠다고 능선으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치 넋나간 사람처럼 정신없이 원시림 숲을 헤치며 살이 찢기고 수도 없이 넘어지기를 반복을 해도 일단은 사람을 찾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나를 보호해야할 생각은 뒷전이다. 다만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니 이번에는 내가 있는 계곡 위치의 우측 중턱방향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간신히 알아들을 수도 없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들리고 있다.

나는 일단 아내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들었을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젖 먹던 힘을 다하여 큰소리로 당황하지 말고 길을 찾을 수 없으면 일단 하늘을 바라보며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단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아마 내가 계곡에서 근 2시간 정도는 시간을 소비한 것 같다.

긴장감이 풀리자 이번에는 내가 오히려 거의 탈진상태가 되며 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길이 없으니 오직 하늘을 바라보며 정상을 향하여 기어오르고 있다. 산이 얼마나 녹음이 우거졌으면 계곡 밑에서는 하늘이 일체 보이지를 않을 정도이다. 그나마도 나는 산행경험이 있으니 크게 당황하지 않고 산 중턱 정도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아내를 부르고 있는데 정상쪽 방향에서 나를 부르는 매제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그러나 도무지 계곡에서나는 물소리와 메아리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일단은 능선을 향하여 더 오르며 소리를 지르니 이번에는 매제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형님 형수님 찼았으니 올라오세요, 하고 말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퓨휴 소리가 저절로 나며 다리에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산 능선에 올라 걱정스런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마치 몇 년 동안이나 헤어져 살았던 사람들의 해후처럼 반갑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아내는 나를 나는 아내를 무슨 면목으로도 탓을 할 수가 없다. 그냥 안전하게 사람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그리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산행에서 아내의 몇 시간 동안의 조난을 경험을 하면서 느낀 경험인데 산이 첩첩이 싸인 계곡에서는 외쳐대는 목소리가 메아리로 인하여 의외로 전혀 다른 위치에서 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난된 사람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오히려 혼돈이 되어 애꿎게 힘만 빼앗기고 잘못하면 더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으니 절대로 계곡 밑까지는 가능하면 내려가지 말고 산 중턱을 유지하면서 오가며 조난된 사람을 찾을 것이며 만약 목소리 대화가 가능할 땐 무조건 하늘을 바라보고 위쪽을 향하여 올라오라는 말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조난자가 발생을 하면 사람을 찾느라 서로가 목이 터져라 불러대기 때문에 쉽게 지치기가 쉬우니 이런 때를 대비하여 항상 큰 산을 오르게될 땐 휴대폰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마니 절대로 휴대폰에 의지하지 말고 반드시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다니다 유사시에는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것이 힘을 안배하며 사람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치악산 나 홀로 산행은 아내를 찾아 헤매느라 불발로 끝나버려 나의 마음에 다소 아쉬움을 갖고 돌아오고 말았지만 그나마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내가 그 와중에도 한 곳도 다친데 없이 모기만 많이 물리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나의 아쉬운 치악산행의 꿈을 접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아내의 조난사고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나더러 이구동성으로 그러고도 아내에게 밥을 얻어먹을 수가 있느냐고 나더러 안면몰수 강심장이라고 조크를 한다. 솔직히 나도 아내가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은 나를 원망을 할 것으로 예상을 하였으나 아내도 더 이상은 그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다고 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휴가를 보낸 것으로 오래오래 기억을 할 것이라고 편하게 말을 하니 나의 마음도 한결 가볍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여보! 정말 미안 합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을 할 것입니다

말은 이렇게 청산유수로 읊어 대며 약속을 하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 또 산을 만나면 나 홀로 산행을 하게 될지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하여서는 나 자신을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나는 아내에게 두고두고 평생을 미안한 마음을 하며 그래도 나의 산행은 지속될 것 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