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7. 23. 23:03ㆍ☎청파산행과여행기☎
월악산 종주 死鬪의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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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충청북도 제천시(堤川市)에 있는 월악산을 중심으로 한 국립공원. 면적 284.5㎢.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제천시를 비롯하여 단양군(丹陽郡)·충주시(忠州市)와 경상북도 문경시(聞慶市) 일부를 포함하며, 공원 내에 문수봉·황정산(皇廷山, 1078m)·금수산(錦繡山, 1016m) 등이 있다. 월악산은 한수면(寒水面)의 덕주사(德周寺)에서부터 덕산면(德山面) 신륵사(神勒寺)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경관을 이룰 뿐만 아니라 계곡마다 많은 유적이 있다.
마의태자(麻衣太子)의 누이 덕주공주(德周公主)의 이름을 딴 덕주사 뒤편 바위벽에는 덕주사마애불(보물 406)이 있는데 덕주공주의 형상을 닮았다고 전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8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팔랑소, 용이 승천했다는 와룡대가 있고, 그 서쪽 언덕의 빈신사(頻迅寺) 터에는 사자빈신사지석탑(獅子頻迅寺址石塔;보물 94)이 있다.
또한 산성과 봉수가 설치되었던 덕주산성 터가 남아 있다. 월악산 남쪽 포암산(布巖山)에서 발원한 달천은 월악산 서쪽 사면을 에워싸고 기암괴석 사이로 흘러 월악계곡(송계계곡)을 이룬다. 이 계곡을 따라 여러 사적지가 있는데, 충주시 상모면(上芼面) 미륵리(彌勒里) 미륵사지에는 마의태자 남매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던 중에 머물러 절과 미륵·탑 등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곳에는 괴산미륵리오층석탑(보물 95)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들이 있으며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괴산미륵리석불입상(보물 96)은 특히 유명하다. 월악산국립공원은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이어지는 등산로뿐만 아니라 수안보온천과도 가까이 접해 있어 내륙의 대청댐∼수안보∼충주호를 잇는 내륙관광권을 형성한다.
◐ 산행일시 : 2005년 7월 10일 일요일
◐ 산 행 지 : 충청북도 제천시(堤川市)에 있는 월악산을 중심으로 한 국립공원. 면적 284.
◐ 산행코스 : 월악산장 = 덕주봉 = 월악산(산행로표지판) = 이하생략 = 960봉 = 월악산 (영봉
1094m) = 중봉 = 하봉 = 보덕암 = 수산리구간
◐ 산행인원 : 6명
◐ 산행시간 : 약 10시간
월악산 1일종주 死鬪의 10시간
계속 비가 며칠째 내린다. 평소 같았으면 비가 오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일요일 장거리 원정산행 (월악산1일 종주) 일정이 있기 때문에, 기상청 예보에 신경이 쓰인다. 연일 비소식이다. 그런데 계속되는 기상대 비 예보와 달리 오늘(토)은 비가 안온다. 안심이다. 새벽 2시까지 근무를 하고 퇴근해, 내일(일) 새벽 6시 월악산 산행을 위해 배낭을 챙겨놓고 잠을 청해 보지만 뜬눈으로 잠을 설쳤다.
7월 5일 새벽 5시반이다. 서둘러 산행 집결지에 도착해 6시 정각 차를 탔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이 몇 안된다. 차는 탑승객을 싫고 계속해 몇 곳에서 인원을 더 태운다. 하지만 최종 산행 참가인원은 겨우 45인승 반 정도다. 그 원인은 일기 예보탔이다. 차라리 기상청이 예보나 안하면, 그래도 반은 마친거나 마찬가지니 중간은 간다. 그런데 맞지도 않는 일기 예보를 기상청이 계속 오보를 남발한다. 그래 오죽했으면 나는 기상청을 구라청이라 불렀다.
인원이 적으니 버스에서 거취가 편하다. 이럴 때 아마 산악회 운영자는 애간장 탈것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런날도 저런날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달리는 차에서 설친잠을 땜빵한다. 자다 깨어보니 여주휴게소다. 일행들은 간편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데 나는 산행때 거북함을 피하기 위해, 대용식으로 평소 좋아하는 감자를 사 먹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잔뜩 찌프린 날씨다. 괴산 휴게소 지나 사문리 매표소 통과 할때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우리를 싫은 차가 수안보 온천을 지나고 있다. 나중에 확인하니 길을 잘못들어 서다. 그 때문에 도착 예정 시간 보다, 거의 한시간여 늦게 덕주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때 시간이 9시 55분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장비 점검을 한다. 이날 산행팀은 A조는 월악산 종주팀이고, B조는 덕주사로 해서 월악산 정상(영봉)찍고 보리암 들렸다 수산리로 하산하는 팀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나는 A팀 월악산 종주 팀이다. 종주팀은 모두 8명이다. 월악산장을 끼고 애돌아서니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가 들머리로 가야할, 우측 계곡엔 며칠전 내린 장맛비 여파로 계곡물이 넘실 거린다. 어렵게 위험지역을 통과해 곧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비지정 등산로로 입산했기 때문에, 등로가 분명치 않다. 그런데다 며칠째 계속 내린 비와 후덥지근한 날씨로 산행시작 얼마되지 않았는데, 땀이 비오듯하고 숨이 턱에 찬다. 그러다 보니 내가 과욕 산행을 한것 같아 불안하다.
그런데 코앞에 분명히 진달래과 나무인데, 꽃은 진달래가 아닌꽃이 자태를 뽐내 펴 있다. 머릿속에 알듯말 듯 떠오르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 혼자 생각에 진달래가 미친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만약 진달래가 미쳤다면, 한 두 그루만 미치지 수백 그루도 넘는 나무들이 다 미칠 수 는 없다. 귀가해서 알아본 결과 꼬리 진달래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었다. 이날 나와 A코스를 타는 일행들은 다4~50대 초반의 산꾼들이다. 그런데 유독 나만 환갑이 넘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누가 꼰댕이란말은 안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무엇보다 겁나는 것은 거의 수직 절벽같은 702봉 앞에서니, 기가 질린다. 그런데 앞선 일행들은 망서림없이 잘도 치고 오른다.
아직 시작이니 포기하려면 애시당초 해야한다. 그런데 막상 포기하자니 자존심이 운다. 그렇다고 무리한 산행을 하자니 겁이난다. 이눔의 노릇을 어떻게 해야하나? 망서려 진다. 산행길에 가장 위험한 것이 무리하게 오버페이스 산행이다. 그런데 내가 그 위기의 순간앞에 서있다. 헌데 더 웃기는 것은 그런 불안감 속에서도, 내가 계속 일행들 뒤를 따르고 있다.
속으론 이러다 나, 한번 뒈게 당하지 하면서도, 선뜻 대장에게 포기하겠다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기어나왔다 다시 들어간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고한 광고말이 뼈에 사무친다. 분명한 것은 도전해 보지도 않고 ‘자빠진 강아지 앙탈’하듯하는 내 모습이 싫다.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긴다. 그리고 계속 약진앞으로 도전이다.
그런데 한가지 위로가 된다. 그것은 젊은 사람들중, 전날 과음한 두 친구가 자꾸 뒤로 처진다. 그러다 보니 내가 꼴찌가 아니라, 뒤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든든하다. 그렇다고 남의 불행을 즐기려는 심뽀는 아니다. 차츰 720봉에 다가서자 암릉구간 난코스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 사이 충분히 일행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만에하나 일행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나만 선두로 나선다. 그만큼 자신도 있고, 페이스가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주 휴게소에서 아침을 구운 감자로 때운 것이 실수다. 그 바람에 갑자기 허기가 진다. 아직도 갈길은 까마득한데 ...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후들 거리며, 주저앉을 것 같다. 로프를 잡은 손에 힘이 주욱 빠진다.
안되겠다. 아직 일행들 모습은 저 뒤에 있다. 서둘러 배낭에서 응급처치로 소주를 꺼내 벌컥벌컥 두어모금 마신다. 그리고 양갱이와 쑥개떡으로 요기를 한다. 그러자 한결 힘이 난다. 다행이다. 그런데 뒤 일행을 챙기러 함께한 대장과 일행들이, 30여분이 지나도 보이질 않는다. 겁이난다. 혹시 옆길로 빠졌나 하며 올랐갔길을 다시 빽한다. 그런데 이때다. 뒤처진 일행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절벽을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엔 일행들과 어우러져 덕주봉을 향한다. 그런데 이때, 대장이 산행을 멈춘다. 아마 일행들 컨디션 체크를 하는 모양이다. 그 사이 나는 대장에게 양해를 얻고, 선두로 덕주봉(890m) 정을 오른다. 정상엔 아무도 없다. 나 홀로 인증샷을 한컷 찍고 있는데, 그사이 대장과 일행들이 오른다.
모처럼 전원이 함께했다. 일행들과 다시 덕주봉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그리고 다음코스로 가기위해 출발하려는데, 계속 뒤처져 오던 한 분이 종주를 포기하고, 덕주사로 하산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그 친구분이 혼자 보내기 그렇다고 자신도 함께 하산하겠다고 한다. 욕심내지 않고 하산 결정을 한 두 분의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최초 종주인원이 8명였는데 2명이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6명이다. 그 6명중에 내가 살아 있다. 대견하다. 후덥지근한 날씨탓에 땀을 많이 흘렸다. 그런데 비온 뒤끝이라 암릉구간은 계속 미끄러운 상태다. 자칫 잘못하면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고갈 수 있다. 살아 돌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박수무당 작두타듯’ 조심조심 바위를 탄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이날 월악산 산행중 10여개의 암봉들을 넘나들며, 6시간 반 이란 긴 시간 산행을 하며 처음으로 만나는 반가운 이정표다. 960봉 그러나 아직도 갈길은 아득하다. 잠시 멈추어 물한모금 마시고 또 다시 영봉으로 간다.
이날 우리 일행의 종주 산행 최정상 월악산 영봉이 코앞이다. 그림으로 보기엔 다 잡은 고기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마치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 같다. 계속 떨어져 내려가는 영봉길은 이날 산행중 최고의 산고를 겪는다. 울려고 내가 왔나 웃으려고 내가왔나 소리가 절로 난다.
아마 몇 백m는 아래로 떨어져 내려온 것 같다. 그러더디 다시 지그재그길로 이어지는 나무계단길이 시작된다. 하나, 둘, 셋, 백, 이백, 수도 없다. 그런대로 잘 가던 일행중 또 한분이 자신은 고도를 높이는 계단길에선 맥을 못춘다면 질퍽한 등로에 그냥 주저않고 만다. 산행대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종용해보지만 끝떡도 안한다. 그 모습보니 덩달아 내 다리도 천근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지리산 종주를 했다. 그러다 보니 나름 강력한 체력도 가췄다. 그런데 이곳 월악산 영봉코스 지그재그 계단길은 나에 인내력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빡세게 이어진다. 오직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할아버지하고 부르는 손자넘 도영이가 부르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정신을 가다듬는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어 정상찍고 금의환향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악물고 계단을 오른다. 만약 이런때 누가 혹시 건드리면 버티지 못하고 수백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질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산행대장이 내 뒤를 따라와야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 걱정이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가 확인하기에 내 체력이 너무 바닥이다. 그 바람에 페이스 조정을 하며 오르다 보니 다행히 저 뒤에 대장이 한 사람과 함께 오르고 있다. 퓨휴 안심이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드디어 월악산 정상 (영봉1094m)에 올랐다. 그런데 습기가 안개로 변해 시야가 제로 상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나는 먼저 배낭에서 비상용 포켓 소주를 꺼내 멸치 몇마리를 안주로 단숨에 마셔버린다. 그러자 비로서 제 정신이 돈다. 그리고 바닥났던 체력이 다시 회복되어 정신이 든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서 영봉 정상에 피어오르는 변화무쌍한 운해가 보인다.
어쩌면 이글 보는 분들, 나더러 주태배기가 산에 다닌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주태백이 소리들을 정도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다만 하산주 몇 잔 즐기는 정도다. 그런데 제 산행 경험에 의하면 산행중 체력이 바닥났을 땐, 빨리 소주 한 두잔 마시면 의외로 바닥난 체력 보강을 빨리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산행때 비상용으로 소주를 배낭에 넣어 다닌다.
아 지긋지긋한 월악산 종주여...나는 영봉만 오르면 그후부터는 널널한 하산길이 이어질것으로 예측 했다. 그런데 첩첩산중이다. 바로 코앞에 또 중봉이 지친 우리들, 기를 꺾으려는 듯 버티고 있다. 하지만 영봉에서 재충전한 체력으로 중봉, 하봉도 거뜬이 넘고 하산길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하산할 때 다리에 무리가 온다고 주의하라고 한다. 그런데 내 경우는 아직은 브레이크가 잘 들어, 오히려 하산구간에서 휘파람불며 하산을 한다.
드디어 보덕암이 보인다. 그러나 한가로히 사찰 돌아볼 시간이 없다. 이미 B팀은 벌써 하산해 4시간째 종주팀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바람에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수산리 수산대교까지 거의 구보 수준으로 뛰어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안왔지만 비온 뒤끝, 산행이라 거의 군 유격훈련같은 산행을 했다.
온몸에 땀이 바오듯 한다. 그런데 마침 수산대교 아래 세찬물줄기가 흐른다. 우리들은 너, 나 체면볼 사이없이 배낭을 내 팽게치고 옷입은체 텀벙 물에 뛰어든다. 나중에 일행들 서로의 모습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하나같이 완전 물에빠진 생쥐 같았다. 목욕을 하고 나서야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종주팀 위치를 알렸다. 그러자 식당에서 차를 보내줘, 식당차를 타고가 마치 몇끼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민생고를 해결했다.
그리고 귀가길이다. 나는 버스에 오르자 마자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이날 우리 월악산종주팀이 오전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냈다. 무려 10시간동안 최고의 악조건하에서 월악산 종주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나름 꽤 많은 종주산행 체험을 했다. 그런데 이번 월악산 종주는 출발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 바람에 몇 차례나 체력 한계에 다닫는 안해도 될 체험을 했다.
이번 월악산종주를 함께한 산행대장과 일행들께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그동안 소원했던 월악산 내 종주꿈을 이루기 위해, 월악산국립공원 일부구간 비지정등산로를 산행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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