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8. 18:40ㆍ☎청파의사는이야기☎
아~!! 이 가을은 나 같은 개도 시(詩)인이 되고싶다
내 이름은 “재키”입니다.
그런데 우리 할베는 내 이름을 동원이라고 부릅니다.
이유는 할베가 “정동원”을 아주 많이 좋아해서 그렇게 부르신답니다.
그런데 또 우리 할베는 내가 조금 말을 안들으면 “문똥개”라고 부르신답니다.
그러더니 요즘은 환절기라 내가 털이 많이 빠지고 자꾸 장난을 치고 까분다고 “개재명”이라고 부른답니다.
하여간 우리 할벤 남의 이름 가지고 할베 부르고 싶은데로 마음대로 부른답니다. 그런 할베가 어떤땐 너무 밉고 꼴도 보기 싫어 쇼파 한구석에 대가리 틀어박고 자는척하고 있으면, 짖궂은 우리 할베 또 성가시게 날 들쑤석 거려 공가지고 장난을 치고 놀자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할베에겐 보통사람들은 지키지 못하는 철측이 있답니다. 할벤 새벽 5시만 되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델구 집근처 ‘부평공원, 캠프마켓공원’으로 산책을 나가 매일 보통 8~10km운동을 시킵니다. 그덕에 내 몸매는 근육으로 딴딴하답니다. 이런 날 보고 공원에 산책 나오신 사람들이 말합니다.
“넌 주인 잘 만나서 호강한다구요.” 그럴때면 난 속으로 말합니다. ‘당신들이 나처럼 개가 되어봤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도 좀 쉬고 싶고 사색하고 싶을때도 있는데, 내 기분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고 허구헌날 끌려 다니는데, 당신들이 나처럼 끓려 다녀봤어어요? 하고 그냥 갑니다.
11월 18일 오늘 새벽은 인천지방 온도가 영하 3도가 넘는 쌀쌀한 날씨인데도 할베가 또 널 둘쑤석거려 델구 나가더니 오늘은 춥다고 ‘동원아 아파트 단지나 크게 한바퀴돌자’ 하시며 절 끌고 다니시는데 아 글쎄 관리사무소앞에 오니 세상에 은행나무잎이 어제저녁 바람에 고스란히 다 떨어져 노오란 은행잎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할베가 날 은행잎 위로 델구 다니면서 ‘동원아 넌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하면서 자꾸 묻는거예요. 근데 정말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좋지만 발바닥이 아프지 않고 폭신폭신해서 내가 자꾸 낙엽위를 걷니까 ‘할베가 말했었요, 응 우리 동원이도 시를 아는구나’ 하시네요.
나참 기가막혀 우리 할베 정말 웃기는 짜장 같아요. 아니 개가 얼어죽을 시를 알긴 뭘 알겠어요. 그냥 할베 혼자 분위기에 젖어 그러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 같다’고. 우리 할베가 그짝인 것 같아요 ㅋㅋㅋ
구르몽의 시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흩어진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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