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4. 09:32ㆍ☎청파의사는이야기☎
며칠전이다. 지난 3월 21일 집안에서 크게 넘어지는 안전 사고로, “가돌릭인천성모병원”에서 뇌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다, 다행히 열흘만에 퇴원하여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놀란, 한영수 형아의 전화를 받았다.
한영수님은 늘 나와 함께 산행을 하며 山友情을 나누어 온 선배이자 山親舊 사이다. 우리는 통화를 하며 그동안 있었던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참,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 선배가 말한다. 당신도 10여년전 산행중 다친 사고로 일주일여를 나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다 갑자기 저승에 까지 가게 되었는데 하루, 이틀, 사흘 이때나 저때나 순번을 기다리는데 마침 저승 문지기가 졸고 있더란다.
그래서 살금살금 기어 들어가 명단을 보니 당신 이름은 물론, 당신과 친한 사람들 이름도 여럿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우선 당신 이름을 지우고 보니, 바로 그 뒤에 내 이름 ‘청파 윤도균’이 있어, 에라 모르겠다. 내친김에 얼릉 내 이름까지 지우고 빠져 나왔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튼날 깨어보니 병원이 아닌 새 세상을 만나, 팔순이 넘는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청파 걱정말어, 내가 그때 얼떨결에 저승에서 청파 이름을 명단에서 지워, 저승사자가 아무리 뒤져도 그곳 명단에 청파 이름 없으니, 안심하고 걱정하지 말고 재활 훈련 열심히 해서 산에서 만나자고 하신다.’
그 소릴 듣고나니, 형아가 비록 나를 위로하기 위해,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전화기 속에선 아직도 형아의 익살스런, 웃음섞인 농담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중환자실에 있을때다. 나는 원래 배운 것 없어 언제 죽어도, 서럽단 생각은 안했다. 그러나 한 가지, 늘 내가 보고싶고 그리워 하며 살었던 사람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니,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었다.'
그러자 중환자실 간호사가 나를 흔들어 깨우며 말한다. ‘환자님 가위눌리셨나봐요.’ 하는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그리고 그때 생각을 했다. 만약 나에게 제2의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남은 여생 그동안 못다한 주위 친구들 자주 만나며, 새우정 되새기며 살겠노라고......,
형아와 전화 통화는 계속중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인지, 콧물인지를 얼마나 훌쩍 거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나에게 새 세상이 열리는것 같다. 한영수 형아와 통화를 하고 나니, 갑자기 몸이 날것처럼 가볍다.
그리고 ‘내 꼭 보란 듯이 이 병마 떨치고 일어나, 옛날처럼 다시 주위 친구들 만나 옛 이야기 나누며 남은 여생 살겠노라고……’ 作心을 한다.
◉ 백(back)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연줄을 속되게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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