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섬 충남 당진 돈섬...교로산장에서의 하루

2021. 8. 15. 11:41☎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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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IP6q1GnMvg

숲속의 섬...충남 당진 돈섬 교로산장을 찾어서...

 

충청남도 당진시 대호만로 1890-30에 가면 교로산장이 있다. 이 산장은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는 일지 한준희께서, 잠자는 맹지나 다름없는 수 천평의 임야를 20여년전 매입하여, 그동안 틈날 때마다 개간하고, 가꾸어 오늘의 산장을 일구셨다.

 

산장에는 일지 선생께서 문학 활동을 하며 수집하여 탐독하신 수 만권의 장서가 비치된 아주 특별한 돔형 도서관도 있다. 선생께서는 어린시절 6·25 한국전쟁으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 슬하에 자라며, 세상에 안해본 고생 없을 정도로 숱한 고생을 체험하며, 자수성가(自手成家) 하셨다. 때문에 당신의 어린시절 못다핀 꿈을 담은, 소박한 도서관 하나를 세우는 것이 평생의 꿈이셨다.

 

그런데 그꿈을 팔순(八旬)을 지나서야 이루어, 가파른 현대문명의 세파에 감성(感性)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이곳 숲속도서관을 찾어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자연속에서 독서도 하고 농촌체험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숲속돔형도서관을 설립하셨다.

 

요즈음은 그놈의 중국발 괴질 코로나19 때문에 2년여의 세월을, 그렇게 좋아하는 산에도 제대로 못가고 집콕 생활중이다. 그런데 며칠전이다. 일지 한준희 선배께서 전화를 주셨다. ‘청파 지금 산장 텃밭에 참외랑, 수박, 토마토, 봉숭아등과일들이 딱 먹기좋게 녹익었는데, 어느틈에 시간내서 한번 놀러 오라고......, 전화를 받자 마음은 벌써 몇몇 친구들과 함께 당진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마음 뿐이다.

 

그런데 마침 일지 선생과 경인교육대학교에서 문학 공부를 하셨던 몇 분들이, 당신들도 일지 선생을 한번 뵙고 싶다시며 나더러 함께 다녀오자고 한다. 그 바람에 20218114명이 승용차편으로 당진 돈섬 교로산장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이다. 선배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후, 서둘러 선배님 안내에 따라 봄부터 여름내내 선배님께서 땀흘려 가꾸어 열매를 맺은, 복숭아, 토마토, 수박, 참외, 고추, 가지, , 기타등 과일을 이글이글 쏟아져 내리는 뙤약볕 아래 수확을 한다.

 

그런데 농사일 손 놓은지 수십여년만에 안하던 농삿일을 하다보니, 벌써 땀이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른다. 갑자기 그 무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 오늘의 결실을 일구신 선배를 생각하니,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200여평의 참외밭에는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런 노오란 참외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옆 수박밭에는 농구공 크기만한 수박들이 달콤한 향기를 품은체, 여기 저기 드문드문 녹 익어 우리를 반긴다.

 

오랜만에 체험하는 농촌 수확체험의 재미가 솔솔하다. 노오랗게 녹익은 참외꼭지를 가위로 잘라, 한 개, 두 개, 따다 보니 어느새 열, 스물, 서른, 마흔... 아마 백여개는 딴 것 같다. 그렇게 수확이 끝나자. 선배께서 20kg 드리 박스를 내 주시며, 한 박스에 수박, 참외, 기타 과일들을 가득 담아 차에 싫어 주신다. 선배님께서 일구신 땀의 결정체를 염치없이 한 아름 싫은 마음이, 너무 고맙고 면목이 없다.

 

그렇게 수확을 마치고 우리는 선배의 안내로 정자에 모여앉아, 우리가 온다고 미리 따서 대형 냉장고에 준비해 두셨던, 시원한 수박이랑, 참외를 깎아 주시는데, 우와! 그 참외, 수박 맛 당도가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달고 상큼하고 신선하던지 일행들 너도 나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이어 선배와 나는 당진시 석문면 난지도리 도비도 선착장으로 달려간다. 이곳에가면 주안호(단골 010-9047-3619)에서 바로 바다에서 잡아온 활어회(活魚膾)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가 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하도 가물어, 우럭같은 양식어종들이 폐사하는 바람에, 회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데다 코로나19 때문에 예년에 비해 손님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단골 주안호 아주머니, 반가히 맞아 주시며 저렴한 가격에 도다리 회를 정성껏 썰어 4팩에 담아 주신다.

 

그 사이 산장에 남은 세분의 문학동지들은 손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선배와 내가 떠온 도다리 회와 함께 먹는 그 맛이란, 무어라 표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꿀맛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다 같이 신을 벗고 펑펑 쏟아져 나오는 지하수에 발을 담근다. 그런데 지하수 냉기가 얼마나 차겁던지, 심지어 발 담그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차디차다. 오랜만에 도심을 떠나 당진 돈섬 교로 산장에서 선배님과의 하루가 꿀처럼 상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