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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이가 최소한 하루 몇 번씩은 눈에 띄어야 마음이 편안하게 느낄 정도로 애틋하게 사랑했던 작은 아들마저 2000년 6월 22일, 집중 폭우가 쏟아지는 논산 훈련소 보충대에 입대를 시키고 돌아오는 부모의 가슴은 너무나도 애처러운 이별의 슬픔에 가슴 쓰리도록 복받쳐서 차마 집으로 돌아오는 귀향길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는 논산 훈련소 보충대에서 아들아인 난생 첨으로 보도 못하던 판초 우의를 지급받아 훈련소 기간병이 마이크로 가르쳐 주는 대로 급히 후다닥 뒤집어쓰고 차마 엄마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입영 장병들이 모여 있는 연병장 군중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말았다. 그날 따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서도 입영하는 장병들의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 모인 대한민국의 아들을 둔 부모와 가족들은 얼마나 통곡을 하며 오열을 했는지 모른다. 아들을 그렇게 빗속에 홀연히 떠나보내고 목을 놓아 오열하는 너의 에미를... 아버진 간신히 입술을 깨물며 부축을 하여 논산 시내로 나왔지만 아직 예약을 해둔 새마을호 열차 시간은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 아빤 도저히 제정신으론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어서...
논산 시내 허름한 선술집에 들어가서 아마 서너 병 정도의 소주를 더 마셨는가 보다. 엄마 아빠에겐 그 순간엔 그나마도 술이 없었으면 정말 제 정신으로는 도무지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었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마침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에 함께 탄 사람들 대부분이 아들을 너와 같이 군 입대를 시키고 돌아오는 부모들로서 모두 다 어깨를 들먹이며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고 있는 사람.
체념이라도 한 듯 멍하니 차창밖으로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흐느끼는 사람들 속에... 너의 엄마 아빠도 함께 동행하여 울어야만 했었다. 아들아! 네 어머닌 눈물인지 콧물인지도 분별할수도 없는 슬픔으로 손수건을 흠뻑 적셔야 했으며 아버진 차마 함께 울 수가 없어서 가슴으로 울어야 했다. 그렇게 설게 울다 울다 사람들이 모두 다 치친 듯 눈이 퉁퉁 부운 채 목이 메어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를 못하고 이내 모두들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 아픔을 겪고 집에 돌아와 몇 날 몇 일이 지나도 너없이 엄마 아빠만 남은 집은 온통 텅텅 빈 듯하고 아버지의 가슴은 누가 한 절반 정도는 가슴을 도려간 것처럼 허전하기 짝이 없구나. 마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조항조라는 가수의 사나이 눈물이라는 노래말 가사가 더더욱 애비의 가슴을 메이게 한다.
"지금 가지 않으면 못 갈 것같아 아쉬움만 두고 떠나야겠지 여기까지가 우리들의 전부였다면 더 이상은 욕심이겠지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까만 숯덩이 가슴 안고 삼켜버린 사나이눈물 이별할 새벽 너무 두려워 이대로 떠납니다."
하는 노래말이 마치 너의 마음을 부모에게 위로로 들려주고 떠난 듯 애비의 가슴을 아리게 파고 든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 없는 우리 가정에 웃음이 있는 평화는 언제나 다시 찿아올 것인지? 오늘 아침은 유난히도 까치가 감나무 가지에 와서 울어대더니 오후 시간 드디어 너의 땀 내음이 촉촉히 젖은 옷 보따리 소포를 받았다. 너를 만난 듯 반가움에 소포를 받아들고 엄마 아빤 한참을 망설이다 소포를 뜯어들고 가슴이 메어질 것 같은 슬픔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그립고 보고픈 사랑하는 내 아들아! 지금쯤은 푸른 제복을 입고 훈련에 임하고 있을 너의 모습이 눈에 삼삼하게 아른거린다. 이제 더 이상 너에 엄마 아빤 너의 생각으로 울지 않기로 맘에 다짐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가 입대하기 전 좀더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한 것이 왜 이렇게 한이 되고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부모 곁에 있을 때는 이렇게 너의 위치가 소중하고 귀하고 애틋한 줄을 느끼지 못하며 살었었는데 너의 입대를 통하여 네 자리가 부모에게 얼마나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 너를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애타게 그리게 한다. 그리운 아들아! 부디 건강한 몸으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마치고 영광스럽게 돌아올 그날까지...
자랑스런 너의 조국과 부모를 생각하며 씩씩하고 훌륭한 군인이 되어 다오. 이렇게 마음에 다짐을 하며 더 이상은 아들의 군 입대로 부모인 우리도 약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침 아들의 근무지가 집과 그리 멀지 않은 파주지역으로 자대 배치가 되어 크게 안심을 하며 틈틈히 시간을 내어 면회를 가서 만나고 또한 외출외박, 휴가를 통해서 아들아이를 상면을 하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지난 8월 21일 그렇게 부모의 마음에 아픔과 시련을 주고 입대를 한 작은 아들아이가 영광스런 전역을 하는 날이다.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근무를 하다 전역을 하게 되어 아들아이의 전역하는 짐보따리 (주로 공부를 하던 책) 을 싫으러 아들이 근무를 하던 부대 정문 앞에서 아들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에 만감이 교차를 한다.
마침 정문 초소에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 앞에서 전역하는 내 아들 아이를 차에 싣고 나오는 것이 왜인지 그 사병에게 너무도 미안스럽게 생각이 되어 나는 차를 사병이 안 보이는 길목으로 이동시켜 주차를 하고 다시 부대 정문 앞에 와서 아들이 근무를 하던 부대를 다시 한번 머리에 새겨두며 대한민국에 아들을 둔 부모들이 모두 다 이렇게 아들둔 아픔을 뼈저리게 겪으며 자식의 군복무에 무언의 동참을 하고 있는데...
요즈음 우리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병역비리의 추한 논쟁을 보며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당사자들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다같이 내 새끼들은 귀한 자식들인데 누군 수완 좋아 면제받고 누군 돈 없고 힘 없어서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듯한 세태가 참으로 좋아 보이지 않으며 당당하게 전역을 하는 아들아이의 앞에 부모로서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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