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4. 12:23ㆍ☎청파산행과여행기☎
선운산(禪雲山)
호서지방 굴지의 사찰인 선운사로 인하여 이름 붙여지고 알려지기 시작한 선운산은 지형도에도 그 이름이 없었던 산이다. 변산반도의 남쪽 곰 소만 건너에 남북으로 달리는 일련의 산줄기는 해발 444미터의 경수산을 정점으로 남으로 도솔봉이라 불리는 선운산 336미터를 비롯하여 개이빨산 345미터 청룡산 314미터 등이 차례로 솟아 있다.
이 산들은 산세는 별로 크지 않으나 곳곳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울창한 수렵과 함께 경관이 빼어나고 도솔봉 일대의 기암 석벽은 국내 최고의 프리클라이밍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선운사의 동백나무 숲은 봄이면 마치 꽃병풍을 친 듯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선운산 일대는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유격훈련 방불케 체력 단련하며 오른 선운산
10월 21일 오늘은 내가 사는 인천 부평 동아 아파트 1단지(2,475세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주민 화합과 친목을 위하여 (동대표 부녀회원 그리고 통장님들과 노인회 임원분)들을 초대하여 마련한 가을 야유회에 동참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봄, 가을 주민화합 야유회를 실행하는데 봄에는 부녀회에서 가을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돌아가며 야유회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가 아무리 일을 잘했지 못했던 일선에 앞장서 봉사하는 각 자생단체 대표들을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이 근거 없는 음해나 뜬소문을 퍼트려 불신을 조장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되는데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인천에서는 가장 대단지 아파트 이면서도 이런 불미스런 일 없이 주민과 자생단체 봉사자들이 화합을 이루며 아파트 단지 화목을 이끌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런데 며칠 전 입주자 대표회의 총무께서 선운산 도립공원으로 야유회를 간다고 나를 초대 하기에 참석하겠다 하고 아침 8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싫었다. 우리 일행을 싫은 버스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동양 최대의 서해 대교를 달려 전북 고창에 사전 예약된 식당에 도착하니 정오 12시 10분이다.
차 안에서 부녀회원들과 여자 동대표들이 정성으로 마련한 음식으로 1차 간식을 섭취하였건만 그렇다고 이 고장의 명물인 장어구이에 복분자 식사를 하고 나니 예정과 달리 일행 중 선운산 등산할 사람은 아무리 찿어 보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는 수 없는 일이지 주차장에 도착해 입장표를 사니 정확하게 오후 2시다.
그런데 동대표 총무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선운사 관람을 하고 오후 4시까지 도착해야 차가 출발할 것이니 일찍 돌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선운산 등산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선운산 등산을 목적으로 왔는데 포기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산악구보 하는 셈치고 속보 산행을 하면 혹 2시간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수학여행 온 단체 관람객 사이를 반사적으로 뛰쳐나가 선운산을 향하여 나 홀로 정신없이 속보 산행을 하며 도솔암 부근에 도착하니 45분이 지났다. 그래 잠시 망설이며 산행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평소 시간만 나면 산행을 한다는 부녀회장께서 어느결에 나의 뒤를 따라오셨다.
나는 속으로 천만다행이다. 혹시 나 혼자 산행하다 늦어져 제시간에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는 것보다 일행이 한 사람 더 있어 다행이라 생각을 하며 도솔암에서 천마봉을 거쳐 낙조데 정상까지 약 1킬로 정도 되는 오름 코스를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휴대전화 통화 품질 상태를 확인하니 뜻밖에 선운산 지역 송수신 상태가 양호하다. 만약 늦어지면 전화 연락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새로 설치한 철 고가 사다리 계단 코스와 데크목으로 만든 계단길 (142개 정도) 을 빡시게 오르는 고행 산행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 하며 오르다 보니 일행이라고는 나와 부녀회장단 둘뿐인데 부녀회장과 완전히 넌 너고 난 나라는 식으로 먼발치 떨어져 산행하고 있다. 내가 너무 소심한 성격 탓으로 여자분들과 산행을 하면서도 좀 친절하게 배려하는 것 자체를 쑥스러워하는 탓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직 앞만 보고 질주 산행을 하다 보니 오죽하면 땀이 흘러 범벅이 되고 이마에 땀이 눈으로 들어가 눈이 따가워도 땀도 제대로 닦지 못하고 낙조대 오름 코스에 새로 설치한 고가 철사 다리 구간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끔찍한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평소 고소 공포증이 있어 높은 바위나 구름다리 같은 구간을 만나면 오금이 저릴 정도가 되어 제풀에 주저앉을 정도인데 원체 바쁘다 보니 그런 현기증 증상도 모른 체 그냥 지나 낙조대 정상에 올라서 시간을 보니 15:16분이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30분 만에 도솔암에서 천마봉 거쳐 낙조 대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명천지 밝은 낮이 되어 그렇게 유명한 서해안 낙조 구경을 할 수 없어 서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생각 같아서 선 기다려서라도 서해안 낙조를 꼭 보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일행들을 생각하며 하산하기로 하고
먼저 휴대전화로 총무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며 아마 4시 정각까진 10여 분 정도 늦어질지 모른다는 연락을 해놓고 오를 때와는 달리 하산 길은 한결 수월해 도솔암에 도착하니 15:35분이다. 낙조 대에서 10분도 채 안되 도솔암까지 왔다.
나는 부녀회장에게 도솔암 관람하고 선운사로 가겠다 하고 거의 뛰다시피 달려가 도솔암 관람을 하고 앞서 하산한 부녀회장을 만나려고 선운사까지 그야말로 현역시절 완전군장에 구보하는 식으로 달려 하산을 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사람들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길을 열어 주며 나를 본다. 내가 생각해도 뭔가에 미치지 않았으면 약간은 맛이 간 사람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행색이 말이 아니다. 얼굴은 수수팥떡 해먹다 집에 불낸 년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지요. 그런데다 가뜩이나 작은 키에 큰 배낭을 메고 줄곧 뛰고 있으니 말이다.
땀이 비 오듯 하고 맥박 뛰는 소리가 내 귀에 자동으로 들린다. 혹자들은 이런 나를 보고 저런 식으로 산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한번 해야 한다고 결정 한 일에 대해선 죽이 되나 밥이 되나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외곬 성격이라 사람이 재미가 없다.
한번 뭔가에 집착하면 미친 사람처럼 파고들어 고민하고 연구해 만족한 결과를 얻어야 보람을 느끼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내가 결정한 일에 결과에 대하여 결코 후회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멋대로 되먹은 인생인지도 모른다.
오늘 산행만 해도 그렇다. 내 나이 환갑을 넘긴 나이에 분수에 맞지 않게 객기 부린 산행이란 것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그런 모험을 즐기는 부류의 사람이다. 이런 나를 아는 사람들이 형님은 타고난 건강 맨 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킥킥킥
그러나 평소 나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아침 9시 반 출근해 새벽 2시 되어 퇴근한다. 그러다 보면 보통 새벽 2시 반 잠들어 정확하게 새벽 5시 50분 기상하여 매일 부평공원을 50분 동안 6킬로 속보로 걷고 반 시간 정도 맨몸체조를 하는 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나름대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내 체력 유지의 비결은 꾸준한 걷기운동 효과 톡톡히 보는 것 같아!"
도솔암에서 쉬지 않고 단숨에 뛰어와 사찰 내에선 정숙해야 하는 것이 예의인 줄 뻔히 잘 알면서도 마음이 급하다 보니 선운사 경내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박 겉핥기식 관람을 하며 사진을 찍고 다시 일주문을 나와 버스에 도착하니 오후 4:15분이 지나고 있다.
다행히 약속시간보다 15분 정도 지난 시간에 도착하였다. 그러니까 낙조대 정상에서 출발지까지 정확하게 59분 만에 하산 완료하였다. 그런데 빨리 와야 한다고 한 일행들은 아직도 선운사 경내에서 관람하는 이들도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서행해도 되었을 것을….
이렇게 해서 나는 선운산과 선운사를 마치 군인들 유격훈련 하는 정도로 빡시게 체력단련 하며 목적했던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힘은 들어도 나름대로 행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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