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질 덕에 텔레비전에 나왔습니다

2009. 7. 21. 23:52☎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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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 덕에 텔레비전에 나왔습니다
우리 가족 납골묘 다큐멘터리 촬영기
03.09.24 17:09 ㅣ최종 업데이트 03.09.24 19:02 윤도균 (ydk3953)
▲ 납골묘에서 인터뷰(형님)장면 촬영모습
ⓒ 윤도균

나는 무엇 하나 변변히 내놓을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서민의 한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9월 16일 내가 종종 기사를 쓰고 있는 오마이뉴스 편집부라 하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를 하신 분은 나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더니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쓰고 있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본 모 영화 감독이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며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며 통화를 한번 해보시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별 이상한 일도 다 있다, 나는 영화 감독이라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 납골묘 촬영하고있는 감독과 촬영기사의 모습
ⓒ 윤도균

전화를 끊고 나서 기억을 해 보니 몇일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하는 메일의 스팸 메일 저장함에 영화 감독을 거명하는 메일이 스팸 메일과 함께 쌓여 있었다. 나는 요즘 하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바이러스 메일이 불특정 다수 사람 명의로 위장을 하여 들어온 줄 알고 읽지도 않고 두어 차례 삭제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편집부에서 가르쳐 준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그 쪽 섭외 담당자가 수 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촬영 스케쥴 시간이 촉박하여 오마이뉴스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사정을 얘기하고 나와 연락이 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어렵게 통화를 하게 되어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 납골묘 촬영하는 기사의 모습
ⓒ 윤도균

그 쪽에서 그동안 수차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렸던 우리 집안의 '가족 납골묘'에 대하여 자신들이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에서 다루고 싶다는 것이다. 납골묘를 촬영하고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서 잉 응할 수 있으면 촬영 스케줄을 잡자고 한다.

나는 별안간 통화를 하게 되어 뭐가 뭔지 분별이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자신들이 다큐멘터리 대본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다시 전화를 하겠단다. 대본을 확인하고 다시 통화할 때 확답을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후 메일을 확인하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대본이 들어와 있었다. 대본 내용은 내가 늘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매장 문화(호화묘)가 성행할 경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아니라 매장(호화묘) 삼천리 화려강산"이 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여러 사람들의 찬반양론을 들으면서 그 중에서 의지를 가지고 가족 납골묘를 조성한 후 달라진 우리 집안의 벌초, 제례 문화 그리고 가족 구성원간의 변화를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본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가 무리할 정도로 오마이뉴스에 우리 집안 가족 납골묘에 대한 기사를 올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나의 기사를 사회적인 장묘 문화 차원에서 기사 수정은 물론 제목 수정까지 하여 기사화했다. 때문에 지난 4월 청명 한식 때는 내가 쓴 납골묘 기사가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찬반 양론의 비판을 받으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 나의 사무실에서 인터뷰 모습 촬영
ⓒ 윤도균

감독이 보내준 대본은 지금까지 내가 말했던 매장 문화의 심각성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짚어보고 더 이상의 매장 문화는 우리 나라의 좁은 국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계몽성 내용이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촬영을 승낙한 후 9월 19일 우리 집안 납골묘가 모셔진 경기도 파주시에서 현지 촬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사무실에서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촬영을 마치고 감독 일행과 헤어진 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다큐멘터리에 나온다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촬영에 응한 것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기가지 했다. 아무튼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그동안 내가 자주 기사를 올리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위력이라고 생각한다.

다 늙은 나이에 인터넷을 배워 활용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하지만 너무 늦게 컴퓨터 입문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려면 이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던가. 비록 기억이 희미하고 생각처럼 마음대로 인터넷을 다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인터넷 도전을 여기서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