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은 모임 때문에 멀리 간 날입니다. 놀러 오라는 이웃집 언니 초대에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어제 동네 사람들이 삼천포에 아귀를 주문했는데 가지러 갈 사람이 마땅찮아서 제가 다녀왔더니 고맙다고 다들 한 마리씩 주셔서 그것으로 아귀찜을 했습니다.
큰 접시에 푸짐하게 모양내어 담아 냈는데 의외로 어머니께서는 별로 잘 드시질 않았습니다. 마침 부산에서 오신 당숙모께서 '아이고 웬 떡이냐!'며 거의 다 드셨지요.
구수하게 누룽지와 숭늉까지 내어 맛있게 먹고 백구와 마순이(마당의 순이)도 맛있는 저녁 주고 가깝지만 밤길 대비 손전등을 들고 마실을 갔습니다.
이웃집 언니는 저처럼 도시에서 와서 이곳에 산 지 몇 해가 되었고, 저와 띠동갑입니다. 마음에 담아둔 속앓이를 비롯해서 언니가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끝없는 실타래 같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다 보니 열한 시가 넘어 어머니 걱정하실까 보아 돌아왔더니 어머니와 당숙모께서 불은 끄고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집안 형님까지 오셔서 세 분이서 나란히 누워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집니다.
몇 십년을 한 동네에서 함께 지낸 여자들이 따뜻한 방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 늘 혼자 주무시는 우리 어머니에게는 더군다나 무척 좋은 일입니다. 나는 이 다음에 누구와 그리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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