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지리산 종주기(성삼재 ~ 중산리) 히어리님편

2006. 8. 27. 15:08☎열린자유글겔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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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과 선녀의 지리산 종주 이야기 (성삼재~중산리)
히어리  (Homepage) 2006-08-25 22:53:08, 조회 : 1,149, 추천 : 8

 

나무꾼과 선녀의 지리산 종주 이야기 (성삼재~중산리)

 

산행일 : 2006. 8. 22(火)~23(水). 이틀 내내 가랑비가 오락가락

같이 간 사람들 : 선녀와 히어리포함 나무꾼 셋.

 

♥ 첫째 날 (8월 22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성삼재 (06:57)

  ☞ 코재전망대 (07:20~07:26)

  ☞ 노고단 대피소 (07:38~07:46)

  ☞ 노고단 고개 (07:55~08:11)

  ☞ 피아골 삼거리 (09:00)

  ☞ 임걸령 (09:08~09:36. 아침식사)

  ☞ 노루목 (10:15~10:30)

  ☞ 삼도봉 (10:47~10:58. 1,550m)

  ☞ 화개재 (11:16~11:26. 1,315m)

  ☞ 토끼봉 (12:06~12:11. 1,533m)

  ☞ 연하천 대피소 (13:57~15:00. 약1,510m. 점심식사)

 형제봉 (16:15~16:19. 1,533m)

  ☞ 벽소령 대피소 (17:13)

산행시간 : 10 시간 16분

구간별 거리 :

성삼재→(2.48km)노고단대피소→(0.36km)→노고단고개→(2.7km)→피아골삼거리→(0.5km)→임걸령→(1.3km)→노루목→(약0.6km?)→무덤삼거리→(0.64km)→삼도봉→(0.8km)→화개재→(1.2km)→토끼봉→(3.0km)→연하천대피소→(3.6km)→벽소령대피소

산행거리 : 약 17.18 km

 

♥ 둘째 날 (8월 23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벽소령 대피소 (05:35)

  ☞ 선비샘 (06:21~06:30. 1,491m)

  ☞ 칠선봉 (07:39~07:42. 1,558m)

  ☞ 세석 대피소 (08:42~09:18. 1,545m. 간식)

  ☞ 촛대봉 (09:34~09:35. 1,704m)

  ☞ 연하봉 (10:59~11:01. 1,730m)

  ☞ 장터목대피소 (11:23~12:28. 1,653m. 점심식사)

  ☞ 제석봉 (12:54. 1,806m)

  ☞ 통천문 (13:20)

  ☞ 천왕봉 (13:48~14:04. 1,915m)

  ☞ 법계사와 로타리대피소 (15:34~15:37)

  ☞ 갈림길 (16:42~16:59. 탁족)

  ☞ 칼바위(17:03)

  ☞ 중산리 야영장 (17:30~17:40. 선녀탁족)

  ☞ 중산리 매표소 (17:45)

산행시간 : 12 시간 10분

구간별 거리 :

벽소령대피소→(2.4km)→선비샘→(1.9km)→칠선봉→(1.3km)→영신봉→(0.8km)→세석대피소→(0.7km)→촛대봉→(1.9km)→연하봉→(0.8km)→장터목대피소→(0.6km)→제석봉→(0.7km)→통천문→(0.4km)→천왕봉→(0.3km)→천왕샘→(0.5km)→개선문→(1.2km)→법계사, 로타리대피소→(1.0km)→망바위→(1.1km)→삼거리→(1.3km)→중산리야영장→(0.2km?)→중산리매표소

산행거리 : 약 17 km

 

총 산행거리 : 약 34.18 km

총 산행시간 : 22 시간 26분 (휴식포함)

교통수단 :

▷8월22일

집→(택시2,000원)→순천역(무궁화호05:53발)→(2,800원)→구례구역06:13착→(택시30,000원)→성삼재

▷8월23일

중산리매표소→(택시 5,000원)→중산리버스정류장(버스17:05 4,300원)→진주시외버스터미널(18:20착, 순천행 버스 19:50막차, 5,600원)→순천시외버스터미널→(택시3,700원)→집

대피소 이용료

  대피소 이용료 7,000원, 모포 2장×1,000원=2,000원

 

산행기

[첫째 날 : 8월22일 (火)]

   직장동료들 중에 지리종주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회원모집을 해보라했더니 무려 다섯 분(실제산행은 나를 포함해 넷)이나 신청을 하신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방학시작하자마자 바로 가자고하여 지난 7월 25, 26일에 지리종주를 하기로 하였었다. 하지만 25일에 호우주의보로 인해 지리산이 전면 입산통제가 되어 한 달 뒤로 기약을 하고 8월 22일에 벽소령산장을 예약하게 되었다.

  모두들 첫 종주인데다가 두 선배님은 연세들이 지긋하신지라,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그다지 난코스가 없고 제일 짧은 성삼재에서 중산리 코스로 길을 잡았다.

 

  선녀 한 명과 나무꾼 셋을 태운 택시는 짙은 개스를 뚫고 성삼재를 향하여 힘겹게 올라간다. 시암재 조금 못 미쳐서 개스가 없어지고 아래로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맘씨 좋은 기사아저씨는 시암재에 차를 세우고 운해감상하고 사진까지 찍어주는 배려를 해주신다.

성삼재에서 기사아저씨와 작별을 하고 짙은 안개 속을 걸어 올라간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록 운무에 휩싸여 조망은 엉망이지만 비가 안오는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꼭 일주일만에 이 길을 다시 올라간다.

 

  시암재에서 내려다본 화엄사골의 운해

 

  시암재에서 바라본 만복대능선

 

  노고단대피소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노고단고개에 오르니, 안개가 걷히고 심원쪽의 운해가 또 다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고단고개까지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어서 앞장서서 가다가, 노고단고개에서부터 야생화 촬영하느라 맨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노고단고개에서부터 세석대피소 전의 영신봉까지 상당부분의 탐방로가 질퍽질퍽 진흙탕에 물텀벙이다.

 

  노고단고개에서 바라본 심원계곡과 반야봉의 운무

 

  임걸령에서 도시락을 꺼내 아침상을 차린다. 모두들 반찬을 얼마나 많이 가져왔는지 산상진수성찬이라, 산에서 이렇게 잘 먹어보기는 또 처음이다.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밥을 먹으니 오히려 시원하다. 겁 없는 다람쥐 한 마리가 주변을 서성인다.

  시원한 임걸령 생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노루목을 향해 올라간다.

지리 주능선은 벌써 가을이다. 여름 야생화와 가을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보기 좋게 피어있다. 산행 내내 선녀가 계속해서 꽃이름을 물어온다. 가끔 모르는 꽃이름을 물어볼 때는 모른다고 답변하면서도 괜스레 미안하다.

                                                                          흰물봉선

 

 

                                                                   모싯대

 

                                                              흰진범(흰진교)

 

 

                                

                                                                      원추리


                           

                                                                   마타리

 

 

                                                                까실쑥부쟁이

 

                                                                    삼도봉

 

  마냥 신이 나서 소녀같이 즐거워하는 선녀가 아름답다. 혹 선녀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세 명의 나무꾼은 선녀의 배낭무게를 줄여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주고 애지중지 보물 다루듯 한다.

주능선을 온통 수놓은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어 여름 지리산은 끝없는 하늘정원이다. 선녀는 야생화가 나오면 또 다시 물어본다. 묻고 또 묻고, 같은 대답을 계속해서 해주어야하지만 그다지 싫지가 않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지 오히려 동생 같아서 귀엽기만 하다. 나중에는 선녀도 제법 많은 야생화의 이름을 알게 된다.

                                                                          이질풀

 

                                    

 

                                                                    정영엉겅퀴

 

                                                                       바위떡풀

 

  두 분의 선배님은 신형엔진을 달고 오셨는지 멀찌감치 보이지도 않게 앞서서 날아가신다. 언제부터인가 무거운 배낭(약 20kg)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사진 찍으랴, 무거운 배낭 때문에 지친 다리 움직이랴 자꾸만 뒤쳐진다. 선녀 뒤를 따라가기도 바쁘다.

  하루 종일 가랑비는 오락가락, 우비를 입었다하면 비가 그치고, 더워서 다시 비옷을 벗으면 비가 내리고, 카메라도 덩달아 배낭에 들어갔다 나왔다한다.

 

  연하천 대피소엔 많은 산님들로 북적인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벤치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햇반을 데워 점심을 먹는다.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 아예 화장실 앞에 흡연 장소까지 마련해놓았지만 그곳에서 담배 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모두들 당당하게 여기저기서 담배를 꼬나물고 지리의 신선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법이 있으면 뭐하나, 단속도 제대로 안하고, 모범을 보여야할 산님들은 지키지도 않는걸.

 

  연하천대피소

 

  형제봉의 멋진 전나무가 반갑게 맞아주지만 보여야할 천왕봉은 짙은 안개로 보이질 않는다. 야속하게 천왕봉은 온 종일 단 한 번도 자신을 보여주질 않는다. 형제봉을 돌아 하염없이 걷는다. 그래도 선녀가 옆에 있어서 외롭지 않아 좋다.

  형제봉의 전나무

 

                              

                                                                 형제봉을 돌아서

 

  드디어 내집 같이 편안한 벽소령에 도착하였다. 6시 조금 못돼서 자리배정을 받고, 취사장에 내려가 반주로 넘기는 한 잔 소주에 모두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일찍 자려고 자리에 누워보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다. 무거운 배낭에 눌린 양쪽 어깨가 욱신거려서 만져보니 퉁퉁 부었다. 일어나서 파스를 바르고 싶지만 일어나기도 귀찮아 끝내 파스를 바르지 못한다.

모두들 피곤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산님들이 코를 곤다. 

mp3를 귀에 꽂고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 블랙 사베스 그리고 이글스가 온몸으로 자장가를 불러 주었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자다 깨다 뒤척거리다보니 새벽이 열린다. 

 

  벽소령대피소

 

[둘째 날 : 8월23일 (水)]

  밤새 천둥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고한다. 밤새 천둥번개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으니 그 시간에 단잠에 빠졌었나보다. 우리 일행이 제일먼저 밥을 지어먹고 벽소령을 나선다.

  새벽부터 이슬비가 내린다. 비옷을 뒤집어쓰고 약간 어두운 새벽을 열고 나간다. 우려했던 것보다 몸이 좋다. 단숨에 선비샘까지 내달려 일행들을 한참동안이나 기다린다.

 

  칠선봉 전의 전망 좋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갑자기 운무가 걷히고 운해가 드리우기 시작하는데…….

아! 지리산!

대성골과 백무동계곡, 칠선봉을 휘감은 기막힌 운무. 세치 혀로 어찌 이 절경을 다 표현하리요.

  칠선봉을 지나 영신봉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비를 맞으며 간식을 먹는다. 자신의 배낭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서로들 자신의 것을 먹으라고 강요를 한다.

날이 맑으면 세석평전이 한 눈에 들어올 텐데…….


  칠선봉 전의 조망좋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칠선봉과 영신봉의 운무

 

  대성골의 운해

 

  칠선봉

 

  세석대피소엔 대학생들이 극기 훈련을 온 모양이다. 그들과 천왕봉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같이 가게 된다. 가랑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니 덥지 않아서 좋고, 물이 많이 먹히지도 않는다. 세석습지에는 야생화가 거의 다 져서 볼 것이 없다.

안개속의 촛대봉은 약간은 신비한 느낌만 들뿐 천왕봉이 보이질 않아서 오래 머무르질 못하고 내려간다.


                                                                      자주꿩의비름

 

 촛대봉의 고사목과 기암

 

                                                                          구절초

                                

                                                                      서덜취

 

                                   

                                                                     수리취

 

  잣나무 문을 지나자마자 갑자기 오른쪽이 환해진다. 꿈에 그리던 노랑물봉선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어찌나 기쁜지 나도 모르게 선녀와 하이파이브를 하게 된다. 한 번 습기가 차기 시작한 카메라 렌즈는 아무리 닦아내도 깨끗해지질 않는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삼신봉 지나 나오는 아름다운 주목을 선녀에게 가르쳐주니 그녀는 한술 더 떠 구상나무와 구별까지 한다.

1667봉인듯한 봉우리에 올라 이미 기다리고 계신 선배님들에게 노랑물봉선을 찍다가 늦어졌다고 말하자, 잠시 후에 한 남자가 “물봉선은 붉은색인데.” 라고 자기 일행들에게 말하며 우리와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저런 무식한…….”라고 말하려다가 말끝을 흐리고 만다.

                                                처음보는 노랑물봉선에 탄성이 터진다.

  

  장터목 가다가 뒤돌아본 풍경

  

  장터목 가다가

  

  아름다운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에 내려선다. 선배님들이 물을 길어오고, 후배들이 식탁에 앉아서 라면을 끓인다. 갑자기 파란하늘이 열리고 신비한 구름이 형성된다. 혼자 종주할 때 는 몰랐던 기막힌 라면 맛이다. 또 반주를 내놓는 선배님.

크으! 한 잔 술에 진한 우정이 녹아있다.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늘이 열린다.

  

  장터목대피소를 떠나면서

 

  제석봉을 오르는 동안 땡볕이 내리쬔다. 땡볕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꼿꼿이 서있는 고사목이 더욱 아름답다. 제석봉을 내려서는 순간 천왕봉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여준다.

“와! 천왕봉이다.”

일행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통천문에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쉰다. 또 다시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 천왕봉 오를 때마다 항상 힘들다. 더 힘들어하는 선녀가 보기에 안쓰럽다. 선녀가 잠시 쉬느라 배낭을 벗어놓은 사이에 보다 못한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배낭)을 둘러메고 도망치듯 천왕봉 쪽으로 달아난다. 

드디어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것이다.

“괜찮아요, 배낭 주세요.”를 연신 외치며 쫓아오는 선녀, 절대 줄 수 없다며 도망가는 나무꾼.

하지만 천왕봉 바로 아래에 이르러서 나무꾼은 선녀에게 날개옷을 입혀주면서 속삭인다.

“날개옷을 입고 천왕봉에 당당하게 오르세요. 남의 도움으로 천왕봉에 오르면 옥황상제님이 노하실테니…….”


  제석봉의 고사목 

 

  고사목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동자꽃과 산제비나비

 

  천왕봉가다가 뒤돌아본 풍경

 

                                                                지리바꽃? 투구꽃?

 

  지리주능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산오이풀

 

  천왕봉에 오르니 이미 오르신 선배님들이 정상석을 차지하고 앉으셔서 사진 찍게 빨리 오라하신다. 벽소령에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두 젊은 청년들이 우리의 전담 사진사가 되어 이번에도 여러 컷을 찍어주신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중봉 쪽을 바라보며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지인과의 전화를 서둘러 끊고, 비옷을 입고 하산을 한다. 이번 비는 굵기만 다를 뿐이지 망바위 지날 때까지 계속해서 내리게 된다.

  천왕봉에서

  

                                                                선녀와 나무꾼들
 

  천왕샘에서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들이키는데, 샘이 흐르는 바위 맑은 물길 속에 아주 작고 하얀 벌레들이 바글거린다. 순간 비위가 상하며 욕지기가 올라와 물을 토하려 하였지만 토해내지는 못한다.

선녀가 하는 말

“약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허긴 그려, 고단백질 아닌감. 하지만 벌레는 단 한 마리도 먹진 않았다. 녀석들은 바위 물길 속에 착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개선문, 법계사를 지나 로타리대피소에 이르러 물을 보충하고 하염없이 내려간다. 장터목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시원한 물에 탁족을 하니 피로가 싹 가신다. 뒤늦게 내려온 선녀는 중산리 야영장 옆 수로에서 탁족을 하도록 일러준다.

중산리 계곡의 물은 요사이 계속된 비로 인해 수량이 많아져서 굉음을 내며 아래로 아래로 내달린다.

  로타리대피소 지나자마자 뒤돌아본 풍경. 천왕봉과 법계사가 보인다.

 

  중산리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