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떠 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사진 산죽

2006. 1. 14. 11:45☎열린文學人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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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 신년 첫 산행 -


2006. 1. 8(일요일)

지리산 노고단-반야봉

산죽부부

 


 

짙은 어둠을 찢고서 그리움 사무친 그곳에 섰습니다.

막막한 어둠의 끝자락엔 서슬퍼런 냉기가 도사리고

소리내지 않는 침묵속에 영원하여 절망할 것 같은

고요가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고독이 용솟음치는 조용한 산정에서

어제까지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숱한 세월이라 말 하지만 반추해 보면

반시간도 채울 수 없는 단상에 불과한 초라한 흔적들

그 짧은 기억마저 미련과 아물지 못한 상처로 메워질 뿐

 

삭막한 엄동에 갇힌 산정의 질곡처럼

내 삶은 스스로의 속박과 굴레를 뒤 집어 쓴 채로

이렇게 굳어져 흘러가고 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죽도록 머물고 싶은 그리운 이곳에서

나와 같이 추위에 떨면서

절망의 어둠을 같이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늘 그렇게 변함없이 같이 있어 줄거라는 믿음이

 

지나간 기억의 슬픔을 잊게하고

한 가닥 희망의 연줄을 부여잡고

부질없는 삶을 지탱하는 이유가 되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둠의 침묵도 금이가며

꿈툴거리는 동녘하늘 저편으로

새 날의 기운이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랫듯이 심원골에 머물던 운무가

바람을 타고 산정에 몰아쳤습니다.

미친듯이 난무하는 바람과 운무는

일출을 위한 산고의 지독스런 고통이라 여기며

찬란히 떠 오를 태양을 향해 마음가짐을 가다듬었습니다.
 

 

헐벗은 나무가지에 맺힌 이슬의 슬픈사리가

붉게 물들때 남부능선 너머로

가슴 복 받치는 불덩이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세상은 붉게 덧칠되고 피 빛 섬광은 두 눈을 통해

몸속에 파고들어 차겁게 식은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감히 무어라 감탄의 신음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한 빛 이었습니다.

 

이글대는 빛살에 몸과 마음이 타 올랐습니다.

이대로 저 빛살에 녹아든다 한 들

그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이곳에 뿌려질 육골 이거늘...

 

< 남부능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 >


< 운무에 가린 노고산정 >

 



< 반야봉 >



 


 

 


슬픔도 기쁨도 다 블살라 검은 재 되어 바람에 날리웠습니다.

새벽바람에 얼어붙은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후끈거렸습니다.

시린 손 끝은 더 이상 아픔을 주지 않았습니다.

 

떠 오른 태양은 이제 그 붉은 빛을 버리고

황금빛살을 뿌렸습니다.

바람서리꽃은 수정처럼 맑은빛을 내기 시작했고

산정은 그들의 발광에 눈 부시게 찬란했습니다.

 

산 기슭에 스며든 어둠이 금살에 부서져 흩어지고

감히 손 댈수 없는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멀리 있던 천왕의 그림자가 가까히 다가왔습니다.

  화개재를 넘어가던 구름이

토끼봉과 삼도봉에 걸리어 금살에 익어가고

반야의 너른 품속이 서서히 속살을 내 보이며

유혹의 손짓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피아골 멀리 섬진강 따라 광양만에 이르는

저 아름다운 산 그리메를 바라보며

보잘것 없는 영혼은 행복에 겨워

울먹였습니다.

   


 

<삼도봉과 토끼봉에 걸린 운무 그리고 천왕봉 >


 


 


 

 

 


 
 


< 피아골과 멀리 광양만 >


 


 


 

언제부터인가


거산 지리에서 반야는 또 다른 나의 큰산이 되었습니다.

너른 품속과 인자한 형상은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주며

지리의 등골을 다 보여 주는 곳

서북부 능선과 왕시루봉 능선

중북부능선과 남부능선

지리의 동부능선까지

 

반야는 광대한 지리의 중심에서

수 많은 지리의 비경을 간직한채

언제나 나의 방문을 달가워 하며 

어떤날엔 운무로 그리고 또 다른 날엔 화창한 조망으로

보답해 주곤 했습니다.

 

내겐 반야에 있는 모든것들이 소중하고 고귀합니다.

풀 한포기 주목 한그루 길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 조차도

반야의 내음이 물씬하여 날 사로잡습니다  

 

반야의 돌탑을 한 바퀴 돌면서

반야의 정상비 바위돌에 걸터 앉아서

푸른 하늘에 투영된

거산 지리와 드넓게 펼쳐진 조국의 산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 왕시루봉 >


< 만복대 >


 
< 노고단 >


< 반야봉에서 바라본 광양만 >


< 천왕봉과 남부능선 >

 
숱한 고통뒤에 걸러지는 희열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이 길을 걷지 않았으리라

 

산행이 내게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며

그 모습은 일정한 형식이나 관념에 연연치 않고

내 나름대로 찾아 음미하는

사색과도 같은 나만의 독특한 향기라 말하고 싶다.

 

난 아름다운 산을 미화함에 있어

내가 가진 짧은 지식의 한계에서

최고의 미사여구와 최대의 과장을 통해서라도

경외스런 그 모습에 근접하고 싶을 뿐..

 

아름다운 산은 내 존재의 이유이기에 

 


-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산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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