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 신년 첫 산행 -
2006. 1. 8(일요일)
지리산 노고단-반야봉
산죽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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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을 찢고서 그리움 사무친 그곳에
섰습니다.
막막한 어둠의 끝자락엔 서슬퍼런 냉기가
도사리고
소리내지 않는 침묵속에 영원하여 절망할 것
같은
고요가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고독이 용솟음치는 조용한
산정에서
어제까지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숱한 세월이라 말 하지만 반추해 보면
반시간도 채울 수 없는 단상에 불과한
초라한 흔적들
그 짧은 기억마저 미련과 아물지 못한 상처로 메워질
뿐
삭막한 엄동에 갇힌 산정의 질곡처럼
내 삶은 스스로의 속박과 굴레를 뒤 집어 쓴
채로
이렇게 굳어져 흘러가고 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죽도록 머물고 싶은 그리운 이곳에서
나와 같이 추위에 떨면서
절망의 어둠을 같이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늘 그렇게 변함없이 같이 있어 줄거라는 믿음이
지나간 기억의 슬픔을 잊게하고
한 가닥 희망의 연줄을 부여잡고
부질없는 삶을 지탱하는 이유가 되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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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았던 어둠의 침묵도 금이가며
꿈툴거리는 동녘하늘 저편으로
새 날의 기운이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랫듯이 심원골에 머물던 운무가
바람을 타고 산정에 몰아쳤습니다.
미친듯이 난무하는 바람과 운무는
일출을 위한 산고의 지독스런 고통이라 여기며
찬란히 떠 오를 태양을 향해 마음가짐을
가다듬었습니다.
헐벗은 나무가지에 맺힌 이슬의 슬픈사리가
붉게 물들때 남부능선 너머로
가슴 복 받치는 불덩이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세상은 붉게 덧칠되고 피 빛 섬광은 두 눈을
통해
몸속에 파고들어 차겁게 식은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감히 무어라 감탄의 신음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한 빛 이었습니다.
이글대는 빛살에 몸과 마음이 타 올랐습니다.
이대로 저 빛살에 녹아든다 한 들
그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이곳에 뿌려질 육골 이거늘...
< 남부능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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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에 가린 노고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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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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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기쁨도 다 블살라 검은 재 되어 바람에
날리웠습니다.
새벽바람에 얼어붙은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후끈거렸습니다.
시린 손 끝은 더 이상 아픔을 주지
않았습니다.
떠 오른 태양은 이제 그 붉은 빛을 버리고
황금빛살을 뿌렸습니다.
바람서리꽃은 수정처럼 맑은빛을 내기 시작했고
산정은 그들의 발광에 눈 부시게 찬란했습니다.
산 기슭에 스며든 어둠이 금살에 부서져
흩어지고
감히 손 댈수 없는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멀리 있던 천왕의 그림자가 가까히
다가왔습니다.
화개재를 넘어가던 구름이
토끼봉과 삼도봉에 걸리어 금살에 익어가고
반야의 너른 품속이 서서히 속살을 내 보이며
유혹의 손짓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피아골 멀리 섬진강 따라 광양만에 이르는
저 아름다운 산 그리메를 바라보며
보잘것 없는 영혼은 행복에 겨워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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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과 토끼봉에 걸린 운무 그리고 천왕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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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골과 멀리 광양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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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거산 지리에서 반야는 또 다른 나의 큰산이
되었습니다.
너른 품속과 인자한 형상은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주며
지리의 등골을 다 보여 주는 곳
서북부 능선과 왕시루봉 능선
중북부능선과 남부능선
지리의 동부능선까지
반야는 광대한 지리의 중심에서
수 많은 지리의 비경을 간직한채
언제나 나의 방문을 달가워 하며
어떤날엔 운무로 그리고 또 다른 날엔 화창한
조망으로
보답해 주곤 했습니다.
내겐 반야에 있는 모든것들이 소중하고
고귀합니다.
풀 한포기 주목 한그루 길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
조차도
반야의 내음이 물씬하여 날
사로잡습니다
반야의 돌탑을 한 바퀴 돌면서
반야의 정상비 바위돌에 걸터 앉아서
푸른 하늘에 투영된
거산 지리와 드넓게 펼쳐진 조국의 산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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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시루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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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복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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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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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봉에서 바라본 광양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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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과 남부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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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고통뒤에 걸러지는 희열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이 길을 걷지 않았으리라
산행이
내게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며
그 모습은 일정한 형식이나 관념에 연연치 않고
내 나름대로 찾아 음미하는
사색과도 같은 나만의 독특한 향기라 말하고 싶다.
난 아름다운 산을 미화함에 있어
내가 가진 짧은 지식의 한계에서
최고의 미사여구와 최대의 과장을 통해서라도
경외스런 그 모습에 근접하고 싶을 뿐..
아름다운 산은 내 존재의
이유이기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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