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삼식이

2005. 12. 9. 10:07☎열린文學人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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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는 우리집 개의 이름이다.
드라마 주인공 이름으로 삼순이가 나올 때 우리집에 와서 삼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이들이 개의 생김새가 그 이름과 썩 어울린다고 붙여준 것이다.
누렁색이고 얼굴은 불독을 닮았는데 눈꼬리가 쳐져서 조금 못생기고 많이 순해 보인다.

태어난지 삼개월쯤 되어 왔는데 고양이가 와서 제 밥을 빼앗아 먹고 있으면 고양이가 무서워서 기둥 옆에 붙어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던 녀석이다.
주는 밥도 못 먹는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가엾어서 밥을 다 먹도록 옆에서 지켜주었다.
그러더니 어느 새 무럭무럭 자라서 온지 석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벌써 작은 송아지만 하다.
덩치는 커다래도 행동은 여전히 애기다.

전에 남편이 뒷산에 가면서 삼식이를 데리고 갔다.
산중에서 커다란 멧돼지를 만났는데 남편은 삼식이 때문에 기가 막혔단다.
돼지를 보고 짓기라도 해얄텐데 짓지도 못하고 남편 뒤에 얼른 숨어버렸단다.
우리 모두 그 모습을 상상하고 웃으며 "에구에구 덩치값 좀 해라."며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몸집이 크니 많이 먹고 많이 먹으니 응가도 무쟈게 많이 싸서 남편은 진저리를 냈다.
같이 키우는 백구는 쉬나 응가가 마려울 때 낑낑대서 풀어주면 밭에 가서 해결하고 오는데 삼식이는 제 자는 자리든 노는 자리든 아무데나 막 쌌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볏집을 깔아놓은 곳에만 집중적으로 싸서 기특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이 혼낼 때마다 덩치만 크지 아직 아가라고 말렸는데 그만큼이라도 가리니 참 다행이다 싶었다.

하루는 집에 나만 있는데 삼식이 목줄이 풀어졌다.
좋아서 뛰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좀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놔두었다가 동네사람들이 보면 놀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삼식아, 줄 매자." 하니 얼른 달려왔다. '이그, 속없는 눔.'
줄을 매는데 나를 좋다고 입을 벌리는데 '에그머니나, 입이 크기도 하지' 거의 악어입 같아 물린다면...생각하니 아찔하다. 동그란 목줄을 눈앞에 보이며 "일루 머리 넣자. 그러면 고구마 줄게."
어리석은 우리 삼식이 고구마 한알에 군침을 삼키며 빨리 묶으라고 머리를 들이댄다.

순박하고 귀여운 삼식이를 우리 어머니가 다 컸다고 팔려고 하셨다.
우리 동네 당숙이 약 한다고 팔라고 했다.
헉! 삼식이가 당숙 입으로 들어갈 상상을 하니 너무나 끔찍했다.
안절부절 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정이 들어 우째 팔겄노. 안 판다캐라."
에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아니 우리 삼식이 만세다.
"어머니, 아범이 삼식이 안 판대요. 놔 두면 더 큰대요."
"어이구, 자고로 개는 적당히 키아서(키워서) 팔아야 되는기라. 그라고 또 강생이(강아지) 한 마리 사면 되제. 산다할 때 팔제 자꾸 믹이기만 하믄 머하노. 할 수 없제."
그래서 삼식이는 죽을 뻔 하다가 살았다.


출처 : 풀잎의 정원
글쓴이 : 풀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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