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만난다 / 47년 전우(戰友) 최명규 병장을 만났습니다

2018. 7. 25. 23:44☎청파의사는이야기☎

728x90

산 사람은 만난다 / 47년 전우(戰友) 최명규 병장을 만났습니다 




첨부파일 최명규 병장을 만나다 anigif.gif첨부이미지 미리보기


찰각 찰각 오늘따라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스럽다. 시간을 보니 정오 12시 반이다. 이제 반 시간 뒤면 47년여 성상의 세월을, 그렇게 그리워 하며 보고파했던 전우(戰友) 최명규 병장을 만난다.

 

복장은 어떻하고 나가야하나? 최병장에게 추한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하는데, 두근반 세근반 쿵쾅 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켜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뛴다. 내가이팔청춘도 아니고 최병장이 이성도 아닌데 그렇다.

 

올 여름들어 날씨가 연일 며칠째, 폭염 측정 수위를 갈아치우며 맹위를 떨친다. 그바람에 세상이 온통 불가마 찜통이다. 그러다 보니, 모양 보다는 편한 복장이다. 반바지에 T셔츠 걸치고 모자를 쓰고 약속장소로 간다.

 

약속장소인 부평시장역까지는 집에서 10분이내다. 정오 1250분 약속장소 휴게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최병장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아직 약속시간 10분 전이다.

 

그 사이 시야가 먼발치를 향한다. 그런데 마침 그때, 저만큼 멀리 헌출한 키에 준수한 용모의 최병장이 보인다. 헤어진지 47년만에 보는 모습인데도, 첫눈에 최병장임을 알 수 있다.

 

마침 최병장도 나를 봤다. 얼떨결에 둘이는 ~~어 하며 악수를 한다.’ 그리고 최병장이 덥석 나를 앉는다. 최병장 품이 그윽하다. 그리고 편하고 좋다. 잠시 무언의 포웅이 이어진다. 주마등처럼 그 옛날 감악산 기슭 병영생활 시절이 스쳐 지나간다.

 

!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우리는 포웅을 풀며 그동안 서로의 안부를 나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오후 1시 반이다. 서둘러 식사를 위해 아내가 다니는 교회앞 단골집에 들어선다.

 

식사 주문을 하고 에어컨 바람결에 제정신을 차리며, 47년여 세월을 그리워하며 보고싶어했던 최병장 모습을 또렷이 다시 새긴다. 그 옛날 병영시절 모습이 그대로, 노신사가 되어 베어난다. 준수한 용모에 낭낭한 그 목소리도 그대로다.

 

음식을 시키며 곁들여 소주도 한병 주문했다. 그리고 최병장에게 오랜만 만남이니 낮 술이지만 축하 의미에서 한잔 하자고 했다. 그러자 최병장이 머리를 흔든다. ‘우리 집안은 아버지 대대로 술을 한 모금도 못한다고한다.

 

실망이다. 내 딴엔 한잔하며 그동안 못다한 많고 많은 이야길 나누고 싶었다. 그 바람에 나 혼자 홀짝홀짝 낮술 한병을 했다. 대화가 술술 잘도 풀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온통 불가마 솥이다.

 

그 바람에 우리는 두 곳의 커피전문점을 전전하며 그동안 못다한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 병역시절 이맘때다. 그때도 지금처럼 폭염이 한 몫했다. 그럴때면 열사병, 일사병 걸리지 않으려고 소금을 한 주먹씩 입에 털어넣으며 대대 ATT 작전을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최악 조건하에서도 최병장은, 땀이나 소금이 베어나는 군복 주머니에서 구겨진 메모지를 꺼내, 순간 순간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바람에 최병장을 만나기전 나는, 최병장은 우리나라에 내노라 하는 문인으로 활동할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최병장도 나처럼 문학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았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점 두 곳을 옮겨 다니며, 우리는 그동안 못다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것은 둘만의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에 더 반갑고 기대가 됐다.

 

둘이는 똑같이 고희를 훌쩍 넘긴 인생을 살았다. 그바람에 모두 일선에서 퇴역했다. 그런데 반가운 것은 최병장도 건강한 노년을 지키기 위해, 산행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로 사진과 영상 제작 활동을 하며 제2의 인생이모작 시대를 활짝열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부분에 있어선 나도 최병장과 같다. 신기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취미생활, 노년 활동 반경이 같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의 만남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두고 이어도 못다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한꺼번에 하는 것 보다는 두고두고, 수시로 다시만나 우리만의 아름다운 취미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이모작 시대를 활짝 열고 싶다.

 

아쉬운 작별을 하기전, 47년만의 만남 기념사진을 찍으며 다음에, 다시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간다. 최병장 뒷모습을 보고 또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