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 19:02ㆍ☎인천N방송뉴스룸☎
<내 나이가 어때서> 72세에 오른 인수봉 암벽등반
재작년 (2013년 5월 12일) 칠순 기념으로 인수봉 고독길 암벽등반을 한 후, 걱정하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만류에 따라 ‘두 번 다시 인수봉’에 오르지 않으리라 약속을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사정이 생겼다.
다름 아닌 나에 고희 등반 때 위험을 무릅쓰고 앞에서 선등으로 나를 인수봉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겨준 ‘선착순 대장의 아내 신금균 여사’께서 회갑을 맞아 기념으로 인수봉 등반을 한다는 소식을 “우리산내음 카페” 공지 게시판에서 읽었다.
2년 전 가족들과 두 번 다시는 안한다고 했는데, 어쩐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냥 가족 모르게 한 번 도전을 해봐? 말어, 두 개의 생각 앞에 며칠을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맘에 있으면 꿈에 보인다 더니 내가 그 짝이다. 며칠 밤을 인수봉 오르다 실족해 비명을 지르는 꿈을 꾸다 깜짝 놀라는 일이 빈번해졌다.
어떻게 할까? 올해 내 나이 72세인데, 인수봉 정상엘 한 번 더 오를 수 있을까? 자꾸만 나도 모르는 사이 저울질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또 한 편으로 섣불리 도전했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면 남의 회갑 기념 등반에 재 뿌리는 누가 될 것이 염려 되기도 한다.
한 편 더 걱정인 것은, ‘주책없는 늙은이가 푼 수 도 모르고 낄 때 안낄 때 다 끼어 객기’ 부리다 일 저질렀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그런가 하면 또 한 편으로 아니 ‘내 나이가 어때서?’ 인수봉 등반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 아니쟎아. 별에별 생각이 다 든다.
내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체력만큼은 자신을 한다. 일면에서 보면 내가 괜스레 너무 재는 것 아닌가 돌이켜 본다. 그건 아니다. 2년 전 선착순 아우 부부가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 하며 인수봉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겨 주었는데 사나이가 의리가 있지란 생각을 하자 더 이상 생각이고 계산이고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에라, 무조건 Go!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죽고 사는 것은 모두 운명이고 팔자다. 죽을 사람은 인수봉 등반 안 해도 죽을 수도 있다. 내 성격이 도전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되고,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늙은이고 젊은이고 맥 놓고 있는 것을 가장 싫어 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더 망설이고 말고 자실 필요 없이 “우리산내음 카페” 게시판에 맨 먼저 댓글을 단다. 나도 도전 하겠노라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내와 두 아들이 이번에는 2년 전 보다 더 ‘쌍심지’를 들어 반대를 한다.
심지어 ‘당신이 무슨 이팔청춘’ 인줄 아냐 ‘누구 과부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냐?’ 는 둥 만약 이번에도 내 말 안 듣고 인수봉인지 뭔지 거기만 올랐다 하면 당신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나 참 기가 막혀, ‘이 사람아 알았어! 알았다구, 당신이 이정도로 만류 하는데 내 어떻게 또 다시 인수봉을 오르겠어’
다만 내가 두 분에게 큰 신세를 졌으니, 사람이 의리는 지켜야 하쟎아요. 이번엔 당신 당부대로 암벽 등반은 안하고 가서 인사나 하고 나는 워킹 산행으로 백운대 정상이나 쉬엄쉬엄 올랐다. 내려와 인수봉 하산한 팀과 합류해 ‘회갑기념 축하’ 뒤풀이나 참석하고 올게요.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2015년 5월 31일 5시 30분집을 나서 인천지하철 작전역 3번 출구에서 수출맨 아우 차편으로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정각인데 벌써 이곳 등산로 입구에는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기 위한, 클라이머(climber) 산악인들이 배낭에 무거운 장비를 바리바리 짊어지고 오르는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날 ‘착순언니 (신금균) 여사 회갑 기념 등반’에는 (남자 5명 여자 7명)으로 팀워크가 구성 되어 총원 12명이다. 인수봉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약 80여개가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많은 인파가 붐비는 코스를 피해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하강 하는 지점, 그러니까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고개를 지나 잠시 숨은 벽 골짜기로 흘러 내려가다 길이 없이 삐죽삐죽 암릉이 치솟은 험준한 구간을 선착순 대장이 릿지 (Ridge) 오르고 그뒤를 내가 따라 오른다.
평소 나는 등산은 열심히 했지만, 전문 암벽 산행을 하는 클라이머(Climber)을 아니어서 암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가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후배 산악인들이 청파 형님은 충분히 인수봉 등반 하실 수 있으니 걱정 말고 그냥 몸만 참석하라는 바람에 달랑 배낭만 걸머지고 이번 등반에 참가를 했다. 나에 장비는 모두다 수출맨 아우가 준비를 해왔다.
이날 우리 일행이 오르고 있는 코스는 “인수C길”이란 코스다. 다행히 이 코스에는 다행히 우리 일행들뿐이라 선착순 대장이 지시를 한다. 너무 급하게 서둘지 말고 침착하게 안전 등반을 하라고. 우리들이 자리잡고 있는곳은 뾰족뾰족 치솟은 암릉 구간에 간신히 4-5명 서있기도 비좁은 자리에서 등반에 필요한 그 많은 장비들을 다 챙긴다.
이어 선착순 대장이 리더(Leader)로 선등을 오르며 백 로프(Back rope) 어려운 트래버스에서 후등 자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으로 후등 자가 사용하는 트래버스용 로프를 설치해주고 오른다. 이어 그 뒤에 백발님이 오르며 빌레이 (belay)를 보며 오른다. 그리고 그 뒤엔 또 다시 민들레님이 오르고, 다음 수출맨님이 올라 후등 자들이 안전하게 등반 할 수 있는 안전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뒤 이어 내가 오른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등반을 하다 보면 언제나 시작하기 전에는 가슴이 콩당콩당 간담 서늘해져서 겁이 난다. 그러나 내 차례가 되어 암벽을 오르다 보면 그동안 겁먹었던 모든 잡념은 없어진다. 오직 이 로프에 내 생명이 달렸다는 일념에, 엄마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오르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한 피치 오르고 나면 그때, 비로소 다소 안심이 되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쾌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이들은 나 더러, 아니 이 무더운 여름날 집에서 편히 쉬고 있지 무엇하고 그 생고생을 사서 하고 있냐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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