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3. 12:48ㆍ☎사람사는이야기방☎
세월호 유족·실종자 가족, 원망 대신 감사의 인사
鄭총리 "눈물이 나려하네…"
총리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9일 오후 8시 30분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정문 앞에서 한 중년 남성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를 포옹했다. 아직 실종 상태인 안산 단원고 남현철(17)군의 아버지였다. "아이고, 우리 현철이 아버지가 나한테 고맙다고 하니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 불과 얼마 전까지 실종자 가족들의 원망과 지탄의 대상이던 정 총리가 환하게 웃었다. 참사 이후 여덟 번째 진도를 찾은 정 총리는 이날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실내체육관에서는 가족들과 공무원들을 일일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격려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총리와 동행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해수부·해경 관계자들도 실종자 가족들과 서로 악수를 나누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거의 두 달이 돼 가면서 진도에서는 항의와 원망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가족의 시신을 찾아도, 찾지 못해도 실종자나 희생자 가족들은 "감사하다" "고맙다"고 인사한다. 잘했든 못했든 그들의 곁을 지켜줬던 정 총리, 이주영 장관, 해수부 공무원과 해경들도 이제는 감사 인사를 받는다.
정 총리는 경질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틈틈이 진도를 찾았고, 이 장관은 참사 발생 이후 아예 진도를 떠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곁을 지켜줬던 정 총리나 이 장관이 교체된다는 얘기가 들리면 반가워하지 않는다. 정 총리를 껴안았던 남군의 아버지는 "총리·장관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신경써주니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실종자 권재근(52)씨 형 권오복(59)씨는 "정부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성실하게 수색 작업을 지휘하고, 우리 가족들에게 한결같이 신경 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만사를 제쳐두고 진도에 머물면서 오직 이 일에만 집중해주니 당연히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특히 목숨을 걸고 바다로 매일 뛰어들고 있는 잠수사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실종 학생 황지현(17)양 어머니는 "우리가 믿을 건 그분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양 어머니는 "비록 내 자식은 아직 못 건졌지만 그래도 잠수사 분들이 고생하신 덕분에 다른 실종자들을 많이 찾았으니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실종자 가족들은 "왜 한꺼번에 다 들어가서 꺼내오지 못하느냐"고 추궁했었다. 하지만 바지선에 올라 잠수사들이 고생하는 작업 현장을 지켜본 뒤 '불신'은 '감사'로 바뀌었다.
시신을 찾은 유족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진도를 떠났다. 지난 6일 시신이 발견된 세월호 조리실 승조원 김문익씨의 둘째 딸 민희(29)씨는 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진도를 떠나기 전 일부러 진도군청에 들렀다. 민희씨는 "우리 아빠 찾아주셔서 고맙고 또 우리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주영 장관과 해경 관계자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정부나 해경·잠수사를 질책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옆에서 직접 지켜본 그분들은 정말 고생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발견된 단원고 교사 유니나씨의 오빠 건우(30)씨도 기자들에게 "잠수사, 해경·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실종 학생 박영인군 어머니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남을 돕는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봉사자들은 가정사를 다 팽개치고 우리를 위해 내려오셨어요. 저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저도 남을 돕는 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서로 가족이 다 됐다. 봉사자들이 챙겨주니 우리가 그동안 억지로라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고맙다"고 했다. 10일 오전 체육관 밖 천막 아래서 미나리를 다듬고 있던 이천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 이모(61)씨는 "좋은 마음을 좋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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