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악산 342.5m" 우정 산행
2014. 5. 23. 10:10ㆍ☎오마이 뉴스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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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악산 342.5m 우정 산행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0여 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 현역 시절, 사단 작전 상황실 업무 취급 관련 '2급 비밀 취급' 인가를 내는데, 부모형제를 제외한 제3자가 나를 '인보증' 해줄 수 있는 사람 이름을 적는 양식 앞에서 나는 고민해야 했다. 그 뜻은 만에 하나 내가 무슨 사고를 치거나 불가피 하게 피치 못할 일을 저질렀을 때 나를 보증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기록 하라는 것인데, 쉽게 생각하면 아무나 친한 사람 이름을 쓰면 되는 일이지만, 나는 그 빈 칸에 이름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것은 반대로 내가 세상을 살면서 주의 사람들에게 신뢰 받는 대인 관계를 펼쳐 살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뜻이라. 그때를 계기로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주위 사람들로 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나의 대인 관계는 다방면으로 개선 효과를 얻어, 2014년 5월 17일은 내 일생에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선후배, 친구 일곱 사람이 만나 모처럼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도성길 북악산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 10시 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일행들을 만나,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효자동, 청와대를 지나 부암동 고개, 그러니까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김신조를 비롯한 31명이 청와대 경비팀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곳에서 내려 북악산 산행을 시작했다. 북악산 산행을 위해선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주민등록증이나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창의문 안내소에서 간단한 서류 작성을 하고, 임시로 내 주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서야 본격적인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들의 북악산 산행 날이 토요일인 데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수학여행이 제한되다 보니,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북악산 산행 길에 나섰다. 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우리도 출입증 교부(0565)를 받고 보니 오전 10시 15분이다. 이곳 북악산은 1968년 1월 21일 1.21사태로 출입이 통제된 후, 2006년 2월 12일(정월대보름)을 기해 전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선발한 39명의 일반인과 노무현대통령, 권양숙 여사가 북악산 정상까지 2.3킬로에 이르는 구간에 걸쳐 시범 답사를 한 후, 그해 4월 1일부터 인터넷 예약자에 한해 개방된 탐방 코스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예약은 필요가 없다. 창의문 안내소 통과해 북악산 산행 코스는 마치 중국의 황산을 오를 때처럼 가파르게 이어지는 돌 계단 및 데크목 계단을 약 1000여개 정도 올라야 북악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북악산 정상(백악산)을 지나 '말 바위 안내소'를 나설 때까지 전 구간에 걸쳐 간격을 두고 군인들이 사복을 입고 서 있다. 그러다 보니 너무 경계가 삼엄하여 다소 부자유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남북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위치한 곳인 만큼, 이 정도의 불편은 감내를 해야 한다. 청와대 반대편 돌담길 넘어로 보이는 조망은 멀리 북한산 족두리봉, 비봉, 사모바위, 보현봉, 백운대, 노적봉까지 한 눈에 들어와 조망이 시원스럽다.
때는 바야흐로 아카시아꽃 피는 시기가 되어 부암동, 평창동 일대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꽃 향기가 오랜만에 산내음을 맞는 나에겐 그렇게 싱그러울 수 없다. 암문 지나 돌고래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학생들 수십 명과 함께 도착한 관광해설사의 서울한양 도성길 이야기 해설이 얼마나 구수한지 귀에 솔깃해 좀 더 듣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예정된 산행길이 있어 서둘러 일어서는 마음이 서운하다. 쉼터 지나 고도를 한층 더 높인 오름길은 지금까지 지나온 코스는 저리가라 할 정도 가파르게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봐야 북악산 산행길 전체 구간이 약 3킬로 약간 더 되는 만만한 코스여서 산행 시작 1시간이 채 안 되어 북악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잠시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올랐던 코스를 되돌아 50여 미터 내려가다 북악스카이웨이 방향을 바라보았다. 1968년 1.21사태 당시 수십 발의 총을 맞고도 꿋꿋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1.21 사태 소나무 지대를 지나, 청운대 나무계단길 따라 또 다른 암문을 한 곳 지나 '곡장'이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일대 조망은 절정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저 아래 성북동 방향을 보면 한 시절, 유명을 떨쳤다는 '삼청각'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아카시아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내 시간을 보니, 정오 12시가 막 지나 마침 목도 마르고, 출출하기도 했다. 성곽길 한편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라도 한 잔 가볍게 할 량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보았는지 경계 근무 군인이 다가와서 여기선 절대 술을 드실 수 없다는 소리에, 간단히 간식을 나누어 먹고 숙정문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숙정문(북문)에 도착해 몇몇이 기념사진을 찍다 보니, 뜻밖에 함께 산행을 하신 일만 선생님이 보이질 않아 서둘러 일어나 선생님을 찾아도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말 바위안내소' 방향으로 먼저 가신 것으로 짐작하고, 말바위에 도착하니 마침 선생님께서 전화가 온다. 당신은 숙정문 지나 삼청각 방향으로 우리들이 앞선 줄 알고 내려가셨다고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차 하는 순간에 선생님과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곳 북악산은 다른 지역 산행 때와 달리 출입 제한이 구간이라 한 번 출입통제소를 나왔다 다시 들어 갈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하산해서 종로5가 광장시장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소나무 그늘 아래 잠시 자리를 잡고 배낭에서 기다리는 시원한 막걸리를 내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나눠 마시는 그 시원한 막걸리 맛이 얼마나 꿀맛이던지…….
그렇게 잠시 목을 축이고 우리는 서둘러 삼청공원, 삼청동길숲속도서관길을 지나 북촌한옥마을을 지나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북촌 한옥마을 탐방을 하며 안국동 방향으로 갔다. 우리는 서둘러 일만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안국역에서 종로3가, 그리고 다시 종로5가 9번출구까지 전철을 이용해 달려가니, 간발의 차이로 일만 선생님께서 먼저 오셔 우리를 기다리시다 반가히 맞아 주신다. 이어 우리는 광장시장 단골집에 자리를 잡고, 이날 북악산 산행길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뒷이야기와 일만 선생님의 '사람사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산행의 뒤풀이를 모두 마치고 다음 산행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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