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 15:21ㆍ☎청파산행과여행기☎
2013 송년산행 "설악산 대청봉"
2013 송년 산행 “설악산 대청봉 칼바람과의 사투!!”
2013년 12월 29일 오후 손아래 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형! 시간 되면 30일 속초로 20새해 일출 보러 가지요.” 하고 말이다. 전화를 받고 생각 하니 명색이 가장이란 사람이 새해를 코앞에 두고 집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 흔쾌히 가겠다는 답변을 못한 채 답변을 유보 하고 아내의 눈치를 살피니, 영 못 마땅해 하는 눈치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일출여행을 포기하기로 생각하고 자고 났는데, 이튿날 아내가 지나는 말결에 삼촌이 전화도 했고, 당신도 좋아하니 갔다 와야지 않겠냐는 식으로 언질을 남기고, 방학으로 집에 있는 손자 아이 공부좀 시켜 놓고 다녀오라며 횅하니 볼일을 보러 나간다. 아마 아내의 속셈이 딱히 마땅치는 않지만 그냥 양보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손주 녀석을 불러 공부하라고 대충 으름장을 쳐놓고 서둘러 걸망을 챙겨 동생이 사는 개포동에서 큰 누님의 아들 (조카)를 만나 오후 1시 출발해 5시 무렵 동진리조트에 여장을 푼다. 그리고 곧 이어 ‘참새가 어떻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서둘러 동명 항으로 운동삼어 1시간 반여 걸어 횟감을 사들고 돌아와 전기 압력솥 밥이 되는 동안 셋이서 모처럼 오랜만에 싱싱한 회를 안주로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 잔이 돌아간다.
그러면서 내일 2013년 송년 산행으로 ‘설악산 대청봉’ 산행을 하자고 제안하자 조카는 흔쾌히 동의를 하는데, 문제는 손아래 동생이 고개를 절래 흔들며 안 된다고 반대를 한다. 그런 것을 가진 감언이설로 오색에서 오르는 대청봉 코스는 그다지 힘들지 않으니, 지금까지 설악산 대청봉에 못 올랐으니 이번에 형과 함께 대청봉에 머리 올리러 가자고 설득 끝에 2013년 12월 31일 송년 산행으로 ‘설악산 대청봉’ 산행을 하기로 한다.
이튿날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한 후 가벼운 간식과 먹거리를 챙겨 걸망을 지고 양양을 거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분소 앞에 주차를 하고 보니 뜻밖에 산행 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눈에 띄질 않고 주변엔 수십 대의 승용차만 보일뿐이다. 이상하다. 이렇게 한적할리가 없는데, 하며 8시 40분 그냥 우리끼리 오색지구 탐방지원쎈타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2005년 1월 6일 이곳 탐방지원쎈타를 지나 설악산 대청봉 산행을 했을 땐, 칠흑 같은 어두운 새벽 3시부터 산행을 시작해 오직 해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오직 앞 사람 뒤꿈치만 따라서 죽을 뚱 살뚱 모르고 올라 믿기지 않지만 대청봉 정상까지 2시간 40여분 만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심 마음속으로 이날 산행을 만만하게 생각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중에 할일이지만 그것은 나의 큰 자만과 오만이었고 산 앞에 겸허하지 못한 행동이었음을 곧 뉘우치게 된다.
이날 셋이서 오르는 대청봉 산행은 그동안 설악산국립관리공단에서 갓길, 비지정 등산로재정비 차원에서 정비를해 전 구간 철계단과 돌계단 길로 이어져 자연보호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큰 효과를 얻은 것 같은데, 산행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용할 땐 무엇 보다 계단이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끝없이 많고 가팔라 10년 전 산행때 보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 신행길 내내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무겁다.
우리나라 속담에‘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는데, 내가 내 나이 생각은 않고 젊은 시절 생각만 했던 것 아닌가 돌이켜 보게 한다. 불과 10년 사이 내가 ‘생각 따로 몸 따로’늙은이가 되어 천근만근 무거운 발길로 대청봉을 오르고 있다. 오죽했으면 중도 포기 하자는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잘난 자존심 때문에 못하고 ‘장으로 팔려가는 소’꼴이 되어 끌려가듯 따라가는 그 내 모습이 마치 ‘울밑에선 봉선화’처럼 처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사진을 찍으며 오르고 있으니, 두 사람이 보기에 따라선 내가 앞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뒷걸음질 산행을 하는 것 같아 퍽이나 답답했을 법 하다. 그런데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비탈길 등산로가 결빙 되어 빙판이 되다 시피하고, 더한 것은 세찬 설악산 칼바람이 이를 무시하고 찾아든 산객을 혼쭐이라도 내 주려는 양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차게 불어제쳐 자칫 중심을 잡지 못하면 엉덩방아에 낙상사고 일보직전 첩첩산중 산행이다.
어쩔 수 없이 안전을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발걸음인데, 마치 3킬로 정도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는 듯 발길이 무거워 걸핏하면 내딛는 발걸음이 허공에 비틀거린다. 산행도 결국은 건강을 위한 목적인데, 어설프게 무리한 산행 도전으로 건강을 지키기는커녕 몇 십 년 먼저 가는 사고를 당하지 은근히 오금이 저려온다.
그런데 다행히 대청봉을 2킬로 남긴 지점부터 세찬 바람에 날려 온 눈발이 상고대로 변하면서 은백색의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바람에 힘든 줄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환호 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사이 대청봉에 올랐는데……. 정상엔 일체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귀떼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삭막한 바람 소리뿐이다. 바람이 무섭다 내 칠십 평생 이렇게 바람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내가 무슨 작가라도 된 줄 아는지, 그 와중에도 대청봉 정상 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려 사진을 찍는데, 얼마나 바람이 센지 날아가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알고 엉터리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이날 산 행중 조난당하지 않은 것만도 감사를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설악산 대청봉 등정이었다.
이렇게 첩첩산행 고생을 하며 올랐는데, 문제는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는 바람에 어디서 점심 요기를 위해 일단은 중청대피소로 피해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고 다시 대청봉에 경유해 오색으로 원점 하산을 하자고 하니, 지친 동생이 “죽으면 죽었지 거기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힘이 없다”고 그냥 돼 돌아 여기서 하산 하자고 버틴다.
그 바람에 지체를 하다 어렵게 동생을 설득해 중청대피소에서 라면과 간식으로 점심 요기를 하고 곧바로 다시 대청봉을 향해 다시 오르는데, 안전 줄을 잡지 않으면 순식간에 몇 미터는 날아갈 정도의 강풍과 사투 끝에 어렵게 대청봉을 내려서 서서야 비로소 안도를 하며 세 사람이 회한의 미소를 지으며 눈 바닥에 털버덕 조져 앉아 휴식을 취한다.
이어 우리는 체력 안배를 위해 서둘러 하산을 서두르는데, 오를 때와 달리 하산 길에 이어지는 많고 많은 철계단, 돌계단길 코스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저절로 ‘설악산국립공원’당국의 자연보호만 생각하고 자연못지 않게 소중한 사람보호를 외면한‘천국의 계단’같은 계단길 등산로 조성에 대해 ‘설악산국립공원’ 당국의 무상무념(無想無念) 정비에 대해 크게 불만하며 어렵게 하산을 마친다.
이번 나의 설악산 대청봉 송년 산행에 느낀 점은 혹시 나 홀로 산행으로 설악산 대청봉 등산을 하고 하산 하다 지친 사람은 모르긴 해도 아마‘십중팔구’는 이 ‘천국의 계단’ 같은 마의 철계단 돌계단길 구간에서 큰 화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 같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설악산국립공원 당국은 자연보호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 보호 차원의 위험 구간 등산로를 안전차원에서 재정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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