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노릇” 너무 힘 들고 어려워

2013. 11. 16. 19:56☎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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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노릇너무 힘 들고 어려워

 

 

 

 

할아버지 노릇너무 힘 들고 어려워

 

2학년 손자 아이가 학교 숙제가 학부모와 함께 우리 마을에 대해 조사 해오는 것이라며 내 보인다. 그런데 숙제를 한 참이나 뚫어지게 들여다 보던 아내가 갑자기 손자 아이 이름을 부르며 도영아 이번 숙제는 할아버와 함께 해야겠다. 할아버지는 글도 잘쓰시고 아는 사람들도 많으시니까 하며 아이의 숙제를 나에게 슬그머니 떠맡긴다.

 

그러더니 한 수 더 떠 손자 아이가 토, 일요일은 학교에 안가는 날이라며 당신이 도영이와 저녁을 사먹던지 해먹던지 알아서 해결 하라고 우스게 소리처럼 한 마딜 던지고 교회에 봉사 활동 간다고 불이나게 가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손놓고 노는 사람이 아닌데 철부지 손자 녀석을 맡기고 가버렸으니, 세상에 아무리 도량이 넓은 사람이라해도 어찌 화가 안나겠는가.

 

그러다 보니 그 불길이 애꾸지게 손자 아이에게 튀어,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며 숙제를 하다 보니 하도 고압적인 할아버지 기세에 녀석이 주눅이 들었는지, 며칠전 아파트 화단에 심은 봉선화 모종처럼 풀이 죽어 할아버지 눈치만 살핀다. 그모습을 보니 아무리 간 큰 할아버지라도 하나밖에 없는 손주 녀석이 풀죽어 있는 모습 보고 어찌 쨘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기분 전환을 위해 야 도영아 우리 나가자해서 데리고 간곳이 할아버지 다니는 단골 이발소다. 그동안 할머니가 손자 아이 머리 깍을때면 매번 단골 미장원에 데리고가 영락없이 쥐가 뜯어 먹은것처럼 성의 없이 대강대강 깍아주던 머리를, 마치 다른 아이처럼 상고 머리로 예쁘게 깍아 주고 나니 거울을 들여다 보던 손자녀석 어린 마음에도 꽤 마음에 들었는지 연방 할아버지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싱글벙글이다.

 

내친김에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도 사주고 아이의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과제물을 다시 보고 또 봐도 2학년 어린이 숙제론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

 

숙제 내용이 아래와 같다.

 

1.우리 마을 자랑거리

2.우리 마을에 더 필요한 시설은 ?

3.우리 마을을 위하여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4.우리 마을 어린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5.우리 마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그러나 어쩌겠는가 선생님 명령을 지상 명령으로 아는 아이와 함께 백화점 인근 일대와 학교 등굣길 주변을 다니며 가로등, 횡단보도. 건물등은 어렵지 않게 조사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인터뷰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백화점앞에서 양해를 얻어 인터뷰를 하려니 너도 나도 하나같이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미안하단 말을 하며 사양을 하며 그냥 지나간다.

 

궁리 끝에 작전을 바꿔 도영아 그럼 지금 부터 할아버지가 너의 숙제 인터뷰에 응해 줄테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지 말고지나가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너가 묻고 싶은 질문을 하라고 시켰더니 이녀석 갑자기 앗쌰하며 신이나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어 어렵게 숙제를 다하고 나서야 야 해방이다.” 하면서 환호를 하더니,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있나요.’할아버지 이제 닌텐도 께임좀 하면 안될까요 한다.

 

그래라해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도영이 또래 어떤 아이가 아빠와 함께 들어오며안녕 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더니 저 도영이 친구인데요 하며 인터뷰를 부탁한다. 그러자 아이의 아버지도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도 모두다 피해 어쩔 수 없이 도영이 할아버지에게 왔다는 소리를 듣고 선뜻 응해 주니 도영이 친구도 아빠도 연발 감사 합니다를 반복하며 인사를 한다.

 

두 사람을 보내며 지나가는 소리로 초등학교 2학년 숙제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할아버지 노릇해먹기 쉽지 않다고 푸념을 했더니, 그 아빠도 아빠 노릇도 실력 딸려서 못해먹을 정도라고해 둘이 마주 보며 한바탕 웃은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