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못 빚는다 구박만... 아내의 속마음은?

2013. 9. 22. 22:04☎오마이 뉴스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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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8476

 

추석날 임진각 잔디밭에 이북에 고향과 부모형제 조상님을 둔 실향민 가족이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북녘 하늘을 향해 망향제를 모시는 모습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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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송편

 

나에 어린 시절은 추석 때면 아버지는 추수에 앞서 이른 올벼를 털어 햅쌀을 만드시면  어머니는 불려놓은 쌀을 절구질해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으시고 성황당 고개 너머 밭에 가서 풋콩과 동부 팥을 꺾어다 송편 고물을 준비하시고 나와 동생들은 뒷동산에 올라 솔잎을 따고 일손 부족한 어머니를 도와 송편을 만들었던 것이 연례적인 우리 집 추석맞이 풍경이었다.

 

그런데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 추석과 설 명절을 고향이 아닌 우리 형제의 맏이인 큰 형님 댁으로 추석을 쇠러 다니느라 결혼 40여년이 다 되도록 내 집에서 송편을 빚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올 추석은 우리 집도 두 아들 출가해 며느리 손자를 보았으니 아쉽지만 올해부턴 각자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고 추석 날 조상님을 모신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선영하 납골묘'에서 4형제 가족이 모두 모여 추석 '성묘'를 하기로 했다.

 

 

아내와 내가 빚은 송편인데 그림의 위에 예쁜게 빚은것은 내가 빚은 것이고 아래 넓적다레 하게 볼품없이 빚은 송편은 아내가 빚은 송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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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둘이 빚은 송편을 갖쪄낸 모습인데 쫄깃쫄깃한 그 맛이 얼마나 일품이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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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올 추석은 아내의 손길이 유난히 바빠 추석 전날  새벽들이 아내가 "여보 일찍 가서 송편 빚을 쌀가루좀 빻아 옵시다! 라는 소리 듣자마자 부르릉 차를 몰아 재래시장 방앗간엘 갔는데 추석 전날이라 일찍이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바쁘지 않다. 아내가 쌀가루를 빻는 동안 나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방안간 풍경을 살피는데 저만큼 한쪽에서 철거덕 철거덕 소리를 내며 송편 만드는 기계에 눈길이 멎는다.

 

그동안 떡집에서 만든 송편은 사 먹어 보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기계가 송편 만드는 풍경은 처음이라 얼마나 신기 하던지……. 집에 돌아와 신기한 송편기계 생각하며 아내와 둘이 송편을 빚는데 송편 고물이 고작 검정콩과 참께 뿐이다. "아니 여보 왜 나 좋아하는 팥고물은 없는 겨?" 하고 물으니 아내의 답변이 기고만장이다. "팥이 없기도 하지만 자기는 팥고물 게피 내는 법"을 몰라 안했다고 한다.

 

 

우리가족 납골묘 전경 이곳에 현재 12분의 조상님의 유골을 모셨다. 앞으로 36기를 더 모실 수 있는 48기용 납골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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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 조상님께 추석 성묘를 모두 마치고 잔을 들어 헌주를 하는 우리가족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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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기가 막혀, 핑계치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의 그 거짓말을 곧이듣겠는가? 우리 집사람은 그 옛날 "조상님이 팥을 잡수시다 돌아 가셨는지? 평소에도 팥 보기를 벌레 보듯 하는 사람"이고 반대로나는  팥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아내와 내가 만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40여년란 긴세월을 잘살고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방통'하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집 송편 만들기는 아내는 깨떡을 만들고 나는 콩떡을 만드는데 평소 잔소리 잘하는 아내는 내가 만든 콩떡이 너무 크고 모양다리가 없다나. 뭘한다나 하면서 계속해 구시렁거린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성격'이 못되다 보니 당신은 모양새 나는 깨 떡을 만들기 때문이라니 '아내 왈 똥 싼 년 핑계' 대듯 말은 잘 한다나 뭐란다 나 하면서 내 흉 보기에 신바람이 났다.

 

 

추석 성묘를 모두 마치고 온 가족이 함께 납골묘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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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이북5도 실향민 가족들이 이곳 망배단에 오셔서 조상님께 망향제를 올리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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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놈의 마누라가 서방을 뭐로 알고 그런 비아냥거림을 하다니 …….좋아 그럼 어디 당신이 콩떡 만들어봐 하며 고물을 바꿔 내가 깨 송편을 빚어보니 오마이갓! 내가 빚은 참깨 송편이 훨씬 더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그러자 그렇게  "있는 흉 없는 흉" 다 끄집어내어 내 흉을 보던 아내  "여보! 당신 사업도 접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이참에 떡집"이나 차리면 어때요? 한다.

 

뭐라고? 아니 이놈의 여편네가 결국 서방에게 떡집 하라는 소리 하려고 송편타령 한거란 말이야……. 그렇게 아옹다옹 송편 사랑싸움 하다 보니 어느 결에 송편을 다 빚어 즉석에서 쪄낸 송편맞이  "둘이 먹다 한 사람" 죽어도 모를 정도로 꿀맛이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가로막힌 철조망에 우리나라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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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을 찾아오는 실향민 가족들이 리본에 소원을 써 달아놓은 모습인데 대한민국 지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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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성묘와 임진각 망배단 참배길

 

추석날 아침 세대의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 자유 로를 달려 '우리가족 납골묘'에 도착해 조상님께 성묘를 하고 온 가족이 약수터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오순도순 화기애애한 가족대화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다 귀가길 길목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는 '임진각 망배단'을 찾으니 "60여 년 전 6.25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실향민" 가족들이 순서를 기다려 망배단에 제물을 차리고 온가족이 제를 올리는 모습이 심금을 울리는데, 

 

미쳐 차례에 밀려 망배단 참배를 올리지 못한  어떤 실향민 가족은 어린 손자 손녀들과 온 가족이 고운 한복 차림으로 잔디밭위에 제물을 차리고 바로 코앞 임진강 건너 북녘땅 하늘을 향해 조상님과 두고 온 부모형제를 애처로히 그리며 망향제 올리는 모습을 보며 왜 그 눈물이 나던지 차마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눈길을 피한다. 

 

사람만 못한 금수 [禽獸]도 60년이 지나도록 가로막힌 3.8선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남과 북을 오가는데, 한 민족, 한 동포가 "남과 북에 두고 온 그리운 내 고향, 내 부모 형제"를 애타게 그리면서도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며 만나지 못하고 기다리다 지쳐 끝내 안타까운 여생을 놓아버리는 실향민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잔인무도한 북한 당국은 어렵게 3년 만에 큰 기대 속에 이어지던 "남북 이산가족 만남" 기회 마저 또 다시 끊어 버리고 말았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저 가로막힌 경의선 철로를 열고 ...이 전시 기관차에 수백발도 넘는 기관단총 뚫린 흔적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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