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벌초 축제" 이야기

2013. 9. 8. 17:33☎오마이 뉴스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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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벌초를 마친 납골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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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벌초 이야기 [동영상] 2013년 우리집 벌초 (2013.9.7.토) 하는 모습 이야기를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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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벌초 축제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조상님 벌초 하는 일이 어느 집안이나 마찬 가지로 큰 행사인 동시 속된 표현으로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일손이 여의치 않은 집에선 내 조상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12년 전만 해도 우리 집엔 예초기도 없이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낫을 들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12곳 조상님 묘 벌초 하는 일이 여간 고생 스러운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당장 나서부터 웬만하면 벌초 작업에 꽁무니를 빼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억지춘향 장마당에 끌려가는 소'처럼 썩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벌초 작업을 하고 땅거미 어둑어둑해 질 무렵 쫓기듯 귀갓길에 오르다 문산역 인근 선술집에서 형제들과 대포 한잔 나누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귀가 할 때마다 내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이 고역의 벌초 문화를 이 시대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했다.

 

벌초 작업으 하기전 푸리 우거진 납골묘를 가족들이 벌초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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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 작업이 쉽지 않은곳은 손으로 벌초를 하는 기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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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가족납골묘' 조성에 관심을 갖고 12년전 경기도 고양시 벽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을 찾아 가족 납골묘에 대한 자문을 받고 '가족 납골묘 설계도면'을 받아 살펴본 결과 승화원에서 제공한 납골묘 설계 도면은 '24기용'이라 우리 가족 규모엔 너무 작아 현실에 맞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끝에 이번엔 고향 파주시에 있는 납골묘 전문 석재공장을 찾아 전문가와 의논할 결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제공받은 24기용 납골묘 도안에 약간 '업그레이드'해 2층으로 납골묘를 설치키로 결정 하고 그해 6월 곧바로 고향 선향 12곳에 흩어져 매장으로 모신 조상님 묘 오래된 묘는 몇 백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매장 묘를 개장 한 후 그 묏자리엔 식목을 하고 새로 아담하게 조성한 우리 가족 "48기용 납골묘" 에 조상님 납골을 안치 했다.

 

벌초를 모두 마치고 조상님께 제를 올리는데 친척의 신앙에 따라 절을 올리기도 하고 교인들은 목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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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마치고 잔을 올린후 술잔을 조상님 납골 비문위에 헌주를 올리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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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듬해부터 우리 집안엔 새로운 벌초 문화가 탄생해 '해마다 조상님 벌초 때면 힘들어 피하고 싶어 했던 과거'와 달리 매년 벌초 날이면 사촌, 오촌, 육촌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시집간 딸, 사위, 외손자들까지 벌초에 참여해 많게는 30여명 작게는 20여명의 대 가족이 벌초에 참여해 순식간에 벌초를 마치고 온가족이 다 함께 파주시 관내에 있는 "파평윤씨 성지"  탐방도 하고 식사를 하며 그동안 못 다한 가족지간 이야기를 화목하게 나눌 수 있는 "벌초 축제의 날"로 탈바꿈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15년전 우리가 몇 백 년에 이르는 조상님 묘를 개장해 납골묘에 안장 할 때 고향의 나이 드신 친척 어르신들께서 나에게  "예 아무개야 너 조상님을 두고 너무 앞서 가는 행동 아니냐?"며 탐탁지 않아 하셨던 어르신들께서 우리가족이 '납골묘'를 설치하는 뜻을 기리 새긴 와비 문을 읽어 보시고 나서야 머리를 끄덕이시며 당신들도 타계 하시기전 가족 우리처럼 납골묘를 조성하셨던 일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우리 가족 납골묘 조성하며 세운 와비(누워있는비)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벌초와 제례를 모두 마치고 이날 벌초에 참여한 온가족이 모여앉아 잠시 다과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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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마친 온 가족이 조상님 묘역을 떠나기전 기념 사진을 찍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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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납골묘를 조성 하는 후손들의 다짐

 

시대 변천에 따라 가족 구성원이 핵가족화 되며 조상 대대로 이어온 조상님 묘를 원형대로 보존키가 사실상 어렵게 되었고, 더 낳아가 우리나라 전국토가 묘지 광산화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 가족만이라도 탈피하기 위해 고향 선향에 산재한 12곳 조상님 묘를 개장 화장을 모셔 이곳 "파평윤씨 남양공파 가족 납골묘"에 안장을 합니다.

 

이는 자칫 유교 문화와 조상님 "숭조경종(崇祖敬宗) 충효전가(忠孝傳家) 종친돈목(宗親敦睦)" 차원에서 돌이켜 볼 땐 부도덕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어 조상님께 큰 죄를 짓것 같음에도 이를 감수하고 가족 납골묘를 조성하는 후손의 뜻은 사회가 핵가족화 되며 친족 지간 내왕도 멀어져 타인처럼 지내는 현실이 안타깝고 무엇 보다 지속적인 '조상님 묘' 관리가 어려워 불효를 감수하고 가족 납골묘를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우리 가족 일원 타계시 이곳 납골묘에 안장을 하게 되면 '추석, 명절, 청명, 한식, 벌초' 같은 때 자연스럽게 친족지간 만남과 대화가 이어 질것이며 조상을 섬기는 "숭조경종(崇祖敬宗) 충효전가(忠孝傳家) 종친돈목(宗親敦睦)" 의 정신이 계승 발전될 것을 기대하며 우리 가족 납골묘를 조성케 되었으니 후손들은 이 뜻을 기리 새겨 정성으로 가족 납골묘를 유지 관리하여 후세에 길이 보전키 바란다."라고 비문에 새겼다.

 

▲ 파평윤씨 성지 용연 벌초를 마친 온가족이 파평윤씨 성지인 용연에 성지 탐방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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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평윤씨 성지 용연비 앞에서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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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집은 이와 같은 가족 납골묘 조성으로 미래 100 ~ 150년 후에도 묏자리 걱정, 벌초 작업 걱정 같은 일은 없을 것이며 훗날 이곳 우리 가족 납골묘에 '추석, 명절, 청명, 한식, 벌초' 같은 때 모이게 될 친족의 수가 어마, 할 것이라 상상을 하며 2013년 올해의 우리가족 "벌초 축제"를 모두 마치는 마음이 마냥 흐뭇하다.

 

 

납골묘 인근에 있는 산돌배 나무에 돌배가 알알이 무르익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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