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그 이후가 중요하다

2012. 5. 8. 10:18☎사람사는이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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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3 호
대선, 그 이후가 중요하다
임 현 진 (서울대학교 교수, 사회학)

  19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의 승리, 민주통합당의 패배라 한다. 그러나 취약한 리더십아래 전략부재로 인한 민주통합당의 ‘자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미 FTA 폐지와 제주 해군기지의 ‘해적기지’ 논란으로 중도층의 이탈이 나타났고, ‘나꼼수’ 막말파동을 방관함으로써 충청도와 강원도 중장년층과 기독교신자들의 반발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대학교수들, ‘사회통합’과 ‘복지’를 중시

  이제 국민적 관심은 올해 말 치러질 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선에 관한한 ‘불안한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희망을 주는 패배’라고 한다.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세 가지 사실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첫째, 이번 총선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균등화(ideological equalization)가 나타났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는 보수가 진보를 압도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진보와 보수사이의 세력균형이 이루어졌다. 둘째,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이중정치(dual politics) 구도가 만들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전반적 환경차이로 인해 수도권에서는 세대와 계급을 균열구조로 하는 야당지지가 우세했다면, 비수도권은 지역연고를 갖는 특정 정치인의 정서적 일체감에 기반한 여당선호가 나타났다. 셋째, 지역주의의 분절화(segmentation)가 나타났다. 영남권의 지역주의는 완화되었지만, 강원도와 충청도의 지역주의는 강화되었다. 정당 투표율을 보면 영남권에서는 야권연대의 위세를 볼 수 있었고, 강원도와 충청도에서는 고(故) 박정희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박근혜대표의 세종시 ‘플러스 알파’ 발언으로 지역주의가 다시 살아났다.

  이번 대선은 총선과 더불어 20년 만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의 의미를 지닌다. 중대선거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체제를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는 선거에 다름 아니다. 과연 2012년 대선을 통해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제와 시대가치는 무엇인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교수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이하여 향후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할 키워드에 관해 전국의 대학교수들에게 탐문을 했다. ‘복지’가 47.9%, ‘사회통합’이 44.9%, ‘양극화’가 36.8%, ‘저출산·고령화’가 36.0%, 그리고 ‘통일’이 31.8%의 순서로 중요도가 평가되었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진보나 중도로 보는 교수들은 ‘복지’를 가장 중시했고, 보수라고 생각하는 교수들은 ‘사회통합’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복수응답으로 이루어진 이번 조사에서 1순위로 선택된 키워드는 ‘사회통합’이었고, 2순위가 ‘복지’였다. 결국 한국사회가 지역, 계층, 세대, 이념, 성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복지’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09년 <교수신문>의 조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저출산·고령화’, ‘통일’, ‘다문화’, ‘사회통합’, 그리고 ‘복지·양극화’의 순서로 매겨진바 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는 한국 사회 내외상황이 급격히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해 노동력의 고갈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외국으로부터의 노동과 결혼을 위한 이주민의 증가가 ‘저출산·고령화’와 ‘다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왔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양극화’에 대한 우려와 그 해결책으로 ‘복지’도 강조되었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비하면 중요도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진영논리를 넘어 시대정신을 따라야

  작금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여러 대권 후보자들 사이에 각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누가 될 것이라는 복잡하고 난해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적당히 죽여야 하고, 민주통합당의 후보는 고(故) 노무현대통령에 거꾸로 가면 성공할 것이라는 훈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선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라 하겠다.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적 현실에 대한 적확한 진단아래 미래창발적 비전을 갖고 적실성 있는 발전전략을 펼 수 있는 지도자야 할 것이다. 자신의 기본색을 지키면서 진영논리를 넘어 시대정신에 맞는 실사구시의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복지, 양극화, 사회통합, 통일, 저출산·고령화, 다문화 등 모두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변동아래 시대정신은 바뀌기 마련이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사회대타협을 이끌 수 있는 통찰력과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지도자인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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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현진
· 서울대 사회학과교수
· 한국정치사회학회 회장
· 아시아연구소 소장
· 저서 : <한국의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북한의 체제전환과 사회정책의 과제> 
           <21세기 통일한국을 위한 모색> 등
 


다산포럼
은 일부 지역신문에 동시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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