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캐며 인생 배우는 아들아이

2009. 7. 21. 23:21☎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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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캐며 인생 배우는 아들아이
윤도균 (ydk3953)
▲ 냉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윤도균
나에겐 올해 칠십이 되신 누님이 한분 계신다. 누님은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당신 혼자 서울 근교에서 농촌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허락할 때면 수시로 누님을 찾아가 얼굴도 뵙고 이따금씩 외식이라도 한끼 대접하기 위한 생각으로 자주 누님을 찿아가곤 한다.

그런데 작년까지도 그렇게 강건하시던 누님이 올해는 중년 이상의 여자들에게 유행처럼 번져 고통을 주고 있는 관절염으로 인하여 올해는 부득이 밭을 묵히게 되었다고 하시며 밭이 어찌나 기름지고 좋은지 그냥 묵혀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고 하시며 동생이 시간이 되면 이따금 씩 와서 누님과 함께 밭에 종자를 심고 가꾸어 수확을 하여 나누어 먹자고 말씀을 하신다.

본래 태생이 농촌출신인 나는 늘 마음속에 흙을 가꾸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농촌을 동경하며 살고 있었는데 정말 안성 맞춤의 기회였다. 나는 누님의 말씀에 선뜻 "예 그러겠습니다"하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일요일 라고 해서 언제한번 제대로 쉬는 날도 없는 직업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를 하고 있다보니, 늘 시간에 쫓기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님에게 쉽게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누님 저 혼자는 시간이 없어 힘이 들고 저와 절친한 친구와 상의를 하여 친구와 함께 밭을 가꾸면 안되겠느냐고 여쭈어보니 누님은 선뜻 그러라고 말씀을 하시기에 나는 집으로 돌아온 즉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친구는 순순히 나의 말에 반갑게 동의를 한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주말 농장이라면 너무 거창하고 농촌출신인 나의 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농촌체험을 하기로 맘먹고 나는 누님에게 전화를 하여 다음 일요일 내려갈 테니 작업에 필요한 씨앗과 농약 등을 준비하여 놓으시고 비용을 들여 밭을 갈아놓으시라고 당부의 말씀을 드린 후, 지지난 일요일 나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희망으로 밭을 가꾸는 꿈을 꾸면 훤히 트인 자유로는 달려 통일동산 지역에 위치해 있는 누님 댁을 찿어가니 트랙터를 가진 사람이 바빠서 아직 밭을 갈아놓치를 못했다고 하여 하는 수없이 우리는 텃밭일부에 감자 모포를 만들고 비닐을 씌워 싹이 트면 그때 가서 다시 본 포로 이식을 하기로 하고 첫 번째 농촌체험 작업은 야외에서 간단한 소주 한잔을 곁들여 삼겹살 파티만 하고 돌아왔다.

▲ 밭 둑이 온통 냉이 천지
ⓒ 윤도균
그런데 4월19일은 토요일이 되어 작은 아들애가 대학교 강의가 없다고 하며 아버지와 함께 밭에 가서 도와드리겠다고 하여 모처럼 아들아이를 앞세워 누님 댁에 들려 각종 씨앗과 비료를 준비하여 차에 싫고 누님 댁에서 4㎞정도 떨어져 있는 밭에 도착을 하고 보니 세상에 떡떠먹듯 밭을 갈아놨다고 누님에게 말을 했다는 밭이 잡초만 부성한채 그대로이다.

너무도 기가 막혀 밭을 갈아주기로 약속을 한 농부의 집에 찾아가보니 집안에 혼사가 있어 외출중이라고 한다. 속이 상하신 누님께서 이 노릇을 어떻게 하지 하시며 난감해 하시는 누님을 괜찮다고 다음에 다시 올께요 하며 오리구이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백오십여리 길을 두 번이나 차를 몰고 일을 하러왔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농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두 번씩이나 헛탕을치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은근히 부화가 났다.

내가 농촌을 찿는 참뜻은 밭에서 얻어지는 수확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님 깨서 밭을 휴작을 하게되는 것을 서운해하시는 농심을 달래드리기 위함이었고 무엇보다도 흙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뜻이 담긴 농촌체험 계획이었는데 무모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농부의 무례함에 화가 나며 올 한해 동안 얼마나 수도 없이 무모한 헛걸음질을 하여야할지 걱정이 앞서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염려가 되는 것은 모든 곡식은 때와 시기를 맞추어 심고 가꾸어야 하는 것인데 실없는 농부의 약속으로 공연히 농사피롱이나 안 당하게 될지 염려가 된다 솔직히 도회지 생활에서 내가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아마 나는 벌써 그 사람에게 사과를 받고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못지 않게 속상해 하실 누님을 생각하여 꾹참으며 나는 "누님 이왕 나선 김에 냉이나 캐어 가지고 가야겠어요"하고 말씀을 드리고 다시 밭으로 가 냉이를 캐는데 세상에 백여미터나 되는 긴 밭둑이 완전히 연하데 연한 냉이로 군락을 이루어 마치 냉이 밭과 같다 냉이가 얼마나 많았으면 반시간 안되게 냉이를 캤는데 비료봉지로 가득하게 두봉지를 캐고도 엄청난 량의 냉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누님 댁으로 돌아와 냉이를 다듬으며 누님께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들려주시다가 당신이 17살에 6.25 피란 을 나와 당시의 우리 집 형편상 어린 18세 나이에 외가댁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성격이 다소 거친 매형에게 시집을 가서 갖은 고생을 하시며 가슴앓이 하시던 이야기를 하시는데 얼마나 가슴이 미여질 듯 아프고 목이 메이는지 참을 수가 없다.

더더욱 아픈 누님의 말씀은 나이 어린 딸을 그 원수 놈의 가난 때문에 피치 못하게 썩 마음에도 들지 않는 사위에게 시집을 보내 곁에 두고 살면서 딸이 사위에게 당하는 모진 꼴을 보시며 마음아퍼 하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지금은 먹고 살만해지고 당신 또한 늙어지시고 보니 부모님 생전에 언제 용돈한번 쥐어드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후회가 된다고 말씀을 하시며 목이 메이신다.

그래서 누님 당신은 아들 며느리와 딸 사위들이 찿아오면 주고가는 용돈을 당신은 친청 부모님에게 한번도 드려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체면이 없어 아예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사절하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누님의 한이 담기신 소리를 들으며 육십된 동생의 마음도 너무 간절하게 공감이 되며 다시 한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신다.

▲ 냉이캐는 누님과 아들모습
ⓒ 윤도균
나와 함께 냉이를 다듬으며 뜻하지 않게 큰 고모님의 고생하신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작은 아들애의 마음엔 고모님의 부모에 대한 애절한 사모의 마음이 어떻게 각인이 되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아들아이가 고모와 아버지의 두런두런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 아들과의 농장체험 일과가 비록 허탕을 치고 말았지만 그 어느 체험 못지 않게 아들에게 누님께서 큰 교훈을 주셨다는 생각을 하니 밭에서 얻으려 했던 수확보다 몇 배나 더 소중하고 값진 평생교훈의 수확을 얻었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행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누님에겐 위로를 드리고 나에게는 소중한 산 교육을 얻을 수 있었다는 면에서 비록 아직 밭을 씨를 뿌리지는 못했지만 이미 내가 얻고자 하는 소중한 참 수확을 초과 달성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