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확의 계절

2007. 8. 12. 15:59☎사람사는이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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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부터 시골은 옥수수 수확의 계절입니다.
시골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9년이 돼가건만
아직도 농사에는 어설프기만 합니다.

지난해에는 콩을 심었는데 연작을 하면
안 좋다고들 해서 올해는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450평 쯤 되는 밭에 옥수수를 심었지만
다 제 손으로 할 수 없었기에
이웃의 도움을 많이 입었습니다.

모든 작물이 그렇듯이 심어만 놓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닌지라 거름도 주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씨를 심은 지 석 달이 넘어서
드디어 수확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어설픈 농사꾼의
옥수수를 사 주겠다고 여기저기서 주문을 해 와서
30접(한 접이 100개) 가량의 주문도 받았겠다...
이제 따기만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옥수수를 따던 날, 참으로 암담하였습니다.
옥수수밭은 마치 밀림이나 미로와도 같았습니다.

남편과 비지땀을 흘리며 여문 것만 땄는데
따내고 따내도 그 자리인 것만 같았고
곧 비는 온다고 하고...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웃들이 옥수수를 날라주시고
자루에 담는 일을 도와주셔서
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옥수수를 모두 보내고 나니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졌고, 땀과 비와 흙이 범벅이 되어
얼굴과 옷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옥수수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요.
가장 튼실한 것으로 담아
자루 속에 맛있게 쪄 먹는 방법까지
적어 넣었으니 맛있을 수밖에 없죠.^^

다 보내고 나서 계산을 해보니
하하하. 별로 남는 게 없더군요.
하지만 옥수수를 받은 분들이 모두
맛이 있다고 하니 그동안 애쓴 대가를
받는 것 같아 돈보다 더 값지게 여겨졌습니다.

옥수수를 심을 때는 그저 한 알의
작은 씨에 불과했는데 그것이 자라나니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고, 큰 숲을 이루더군요.

씨앗 한 알의 힘이 이렇게도 크구나,
사람을 힘들게도 하고 보람 있게도 하는구나,
사람을 풍요롭게도 하고 겸손케도 하는구나...

옥수수 수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 이 재 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