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31. 17:54ㆍ☎사람사는이야기방☎
망가져버린 내 체신머리
산돌배 / 조성구
아시안 축구 사강을 보노라니 예전 월드컵 대회때 생각이 난다.
운동경기라는게 묘하게 협동심을 만들어 주는 힘이있어 좋다.
돌배는 동네에서 인기가 많다? (착각)
그래서 그런지 동네에 길 흉사가 있다 손치면 남정네,
여인네, 우리집으로 쪼르르 몰려오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인심 쓰는것도 없는데 왜 그런지 그건 나도 모른다.
명절 때, 시골 다녀 온 집은 가져온 호박도 놓고 가고, 푸성귀, 알곡,
심지어 귀한 약재까지 같이 나누어 먹자며 주고 간다.
그래서 집 냉장고를 열면 어패류 부터,
직접 만들었다는 청포묵, 젓갈류, 해물류 그런 것들이 늘 차 있다.
그러니 이사떡은 당연하고, 동네 누구네 집안 경사, 잔치 치루면
떡은 남아돌고, 심지어 해 묵은 떡들이 돌맹이처럼 굳은 채로 있어
그것 가지고 아내와 좁살스럽게 잔소리 싸움질 할 때가 있다 -
안먹을량이면 옆 집에 나눠 주던가 하지,
어렵사리 가져다 준 걸 미이라로 만들고 있어 하는 말이다.
음식에 대한 죄악론으로 싸움이 발전되기도 하는데
이런 돌배가 요즘 월드컵 16강을치루게되니 이게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경기시작 몇 시간 전 부터 집 앞엔 자리깔고 의자놓고하여 손님(?)맞을 채비한다.
집 앞, 삼백미터만 나가면 구청에서 마련한 시원한 대형 화면 시설이 공원이 코 앞에 있건만
죽자살자 우리집 앞으로 몰려드는 화상들을 누가 말릴 수 있나?
그저 사람좋아 오는것을-
한 켠에선 큰 돌 깔고 철판구이하는 옆 집 친구 -
수박덩이 들고 오는 그 다음 집 내외 -
아이스크림 한 보따리 들고 오는 젊은 애 엄마 -
제일 반가운 건 맥주와 소주를 들고 오는 앞 집 도매집 주인이다.
그러니 줄 잡아 어른,애 할 것 없이 족히 삼십명이 모여 응원을 하게 된다.
언제 붉은티를 마련을 했는지 갈아 입고 얼굴까지 페인팅한 요즘 젊은 부부들 정말 보기에도 좋다!
아내는 무슨 잔치가 우리집에 벌어진 양, 먹거리를 내 온다.
그러니 이 돌배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가 없지 않겠는가?
<이봐유-! 오늘은 좀 정도껏 자슈? 지난번처럼 갈 때 까지 마시지 말고 -
애 들 앞에 체통도 좀 지키고 무게있게 좀 하슈->
<이 사람아, 내가 뭘!>
<그렇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이름도 없는 괴상한 춤 춰 동리 사람들 배꼽 잡게 하지 말구유->
< 시꺼-!>
괜히 머슥해가지고 냅다 소리친다.
하기사 16강 때, 그리고 어제 같은날 어찌 소리지르지 않을수 있나?
그저, 술 몇 잔 넘어가면 예의 그 체통 지키라는 마누라의 주문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또 망가져 내린다.
어쩌다 친정들린 딸이 슬며시 내 옆으로 다가와 귀에 속삭인다.
<아부지 기분 좋으셔-? .
<....??>
<그럼 오늘밤 잠 다 잤네 우리 식구들>
< 아부지 기분 좋으신 날은 안방이 시끄럽잖아유?>
<예이 요런놈들 -!>
아이구! 이 월드컵 따문시 망가저버린 내 체신머리.
요걸 어찌해야 원상으로 되돌려 제 자리에 놓는댜?
에라 -모르것다 - 산수갑산 가거나 말거나 체면은 나중이다.
< 때--한 밍국 ! 짝짝짝 짝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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