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2. 18:22ㆍ☎열린자유글겔러리☎
동아일보
|정치
매를 버는 민주당식 화법 [김지현의 정치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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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6-12 14:00업데이트 2023-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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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죠. 요즘 연일 설화로 일을 키우는 더불어민주당에 딱 맞는 표현입니다.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 특유의 스스로 ‘매를 버는’ 화법이 돋보이더군요.
“그런데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지?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것 아니다.”
이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지난 5일 저녁, 당 고위전략회의를 마치고 나온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의 사퇴 필요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에 강력 반발하자 ‘본인은 부하들을 버려두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람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한 겁니다.
해당 발언이 곧장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자 권 수석대변인은 다시 당 대표실로 들어갔습니다. 이때만 해도 “실언이었다”라고 바로 사과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0여 분 뒤 권 수석대변인은 당 공보국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래와 같이 공지하더군요.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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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실언도 ‘서로 감싸기’
매도 나눠 맞자는 걸까요. 다음날부터는 민주당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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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조차 “안 하느니만 못한 입장 표명”이란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무한책임이 대체 무슨 의미냐. 뭐 어쩌겠다는 거냐. 인정하고 반성하는 순간 저쪽(국민의힘)이 공격할 테니 절대 사과는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기저에 깔린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책임을 지려면 사퇴하는 게 맞다. 사퇴할 생각은 없을 테니 ‘무한 책임’이란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그냥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 절하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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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오른쪽)가 미리 준비해 온 모두발언 원고를 꺼내 읽는 것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 대표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굴욕 대담’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야당의 노력에 대해 이런저런 폄훼를 하고 비난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아니다”라며 “(싱 대사와) 싸우러 간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공동으로 협조할 방향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 아니겠나”라고 반박했습니다. “그게 바로 외교”라고 훈수도 뒀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부터 하고 보는 그 자세가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겁니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도 있죠. 민주당 지도부가 애초에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불필요한 첨언으로 화를 더 하지만 않아도 당 지지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올라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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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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