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6. 17:15ㆍ☎안영환사진겔러리☎
제주올레 3-B코스
3-B코스는 신비로운 바당올레이다. 3-B코스 시작점은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온평 숲길로 이어진다.
온평 숲길은 B코스 개장을 위해 제주올레 탐사팀과 마을 주민들이 새롭게 개척한 곳으로 평탄하고 짧은 길이지만, 소나무, 돈나무, 까마귀쪽나무, 후박나무 등이 울창하게 늘어서 있어 올레 여행 시작에 들떠있던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준다.
온평 숲길을 지나 해안가로 접어들면 만나는 신산 환해장성을 기점으로 깊고 푸른 바다를 품은 바당 올레가 시작된다.
신산 환해장성은 마치 소원을 비는 탑을 쌓아올린 듯한 돌탑이 늘어서 있다.
소박하게 자리 잡은 신산 포구를 지나면 농개에 들어선다.
농개(농어개)는 농어가 많이 들어오는 어장으로 입구를 막아 투망을 했던 곳으로, 휴식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 올레꾼들이 쉬어가기 좋고 산에서 시원한 물이 내려와 여름철 해수욕 장소로도 좋다.
이어 만나는 신산리 마을카페에서 B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신산리 마을카페에서는 제주올레와 함께 기획한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초코릿을 판매한다.
대한민국 쇼콜라티에 1세대이자 이탈리아 전통 젤리또 기술의 원칙을 고수하는 카카오봄의 고영주 대표가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 카페에서 신산리 해안에 자주 출몰하는 돌고래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하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해안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A와 B코스가 만나는 신풍신천바다목장이 나타난다.
신풍신천바다목장은 3코스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제주올레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바다목장길은 망망한 바다의 물빛과 너른 목장의 풀빛이 어우러져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대함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바다목장을 곁으로 소박한 야생화들로 철따라 다르게 피어나며 함께한다. 또한 12월~1월이면 그 너른 목초지 가득 감귤껍질을 펼쳐놓고 말리는데, 이번에는 바다와 하늘의 푸른빛, 노란 귤빛이 대비되어 바닷바람에 귤향기 가득한 색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이렇게 말린 감귤껍질은 차의 재료로 쓰인다.
풀빛 가득한 바다목장을 지나면 검은 바위 사이로 푸른 생명력이 가득한 바당올레이다.
바위들 사이로 난 좁은 흙길을 따라 걸으면 되기 때문에 보기만큼 어렵지 않고 가까이서 바라보면 더욱 신비로운 길이다.
사철 따뜻한 제주 특유의 기후 덕분에 각양각색의 야생초들이 바위틈을 덮고 있는데, 겨울에도 도톰하고 윤기나는 초록잎을 자랑하는 야생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주변의 풍광이 매력적일 뿐 아니라 길 자체의 아름다움도 놓치면 아까우니 천천히 감상하며 걸어보면 좋다.
바당올레에 흠뻑 빠져 걷다보면 신천리 해녀탈의장을 만나고 이제 어촌마을 신천리 마을길로 접어든다.
조용한 마을 안길로 들어서며 잠시 바닷바람을 잊고 전형적인 제주의 마을풍경을 따라 걷는다.
돌담과 나지막한 집들, 밭들이 어울린 길이다.
다소 딱딱한 포장로를 반시간쯤 걷다 길에 익숙해질 즈음 오른편 밭길을 가로지르는 소낭밭숲길이 갑작스레 나타난다.
모처럼의 오아시스 같은 숲길이다. 넓게 펼쳐진 밭 옆으로 자리한 소낭밭숲길은 규모는 자그마하지만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바깥 세상과 단절되고 오소록한 풍경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나무들이 터널처럼 높이 가지를 얽고 있어 그리 넓지 않은 흙길 위로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아쉬운 마음으로 숲을 떠나면 다시 해안로를 걷다가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하천리 배고픈다리에 이른다.
한라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천미천이 바다로 연결되는 강의 꼬리에 있는 다리이다.
제주의 강들은 큰 비가 오지 않으면 바닥까지 마르거나 아주 얕은 물이 흐르는 정도라서 이렇게 강의 꼬리쪽에는 강바닥보다 그리 높지 않게 바위나 콘크리트 등으로 기둥없이 길을 낸 다리들이 많다.
단, 비가 오면 보기보다 금세 물이 깊어지므로 길의 안내판을 보고 반드시 우회로를 따라 좀더 상류쪽에 있는 큰 다리로 건너야 한다. 하천리 배고픈다리가 물에 잠겨 건널 수 없으면 우회하여 평화교로 건넌다. 우회로는 2.3km로 약 35분 정도면 건넌다.
배고픈다리를 경계로 하여 바닷길의 풍광도 완연히 달라지니 재미있다.
지금껏 검은 바위 해변을 쭉 걸어왔다면 배고픈다리를 지나 나타나는 길은 하얀 모래가 빛나는 그야말로 백사장이다.
백사장 옆으로 난 오솔길을 좀 걷다가 소안쉼터를 돌면 무성한 갈대밭 너머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와 있는 평원처럼 넓고 둥그런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썰물에 물이 빠져 있다면 백사장을 가로질러간다.
아주 추운 한겨울만 아니라면 겨울에도 바닷물이 그리 차지 않으니 신을 벗고 맨발로 사그락거리는 너른 모래밭을 자유롭게 걷는 맛이 아주 색다르다.
밀물로 물이 들어와 있다면 바지를 살짝 걷고 물이 찰박거리는 백사장의 가장자리로 돌아 백사장을 맛보며 도로쪽으로 나가도 된다.
이 둥근 백사장을 따라 둥글게 길을 걸어가면 서쪽 끝에 위치한 표선해비치해수욕장 안내소 길 건너편에 3코스 종점인 제주올레 안내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3코스의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일시: 2017. 6. 23(금)
◎코스: 온평포구←<0.5km>→AB코스갈림길←<0.4km>→용머리동산←<2.0km>→신산환해장성←<2.8km>→신산리카페←<0.5km>→농개←<2.0km>→AB코스만나는지점←<0.4km>→신풍신천바다목장←<3.3km>→배고픈다리←<1.8km>→표선해비치해변
◎도상거리: 13.7km
◎소요시간: 3시간 29분(14시 5분 ~ 17시 34분)
풍경(風景) 쉰 다섯-쉰 여덟~ 고운하늘 고운구름 고운바람 하얀파도를 담고서..
풍경(風景) 쉰 아홉~걸어걸어 이제 휘돌아서면 해비치 해변으로 길의 끝남이 바로 앞 지척일 듯..
길따라 바람따라 마음따라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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