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9. 23:23ㆍ☎동심회童心會산행☎
童心會 더위먹은 "족두리봉 사모바위" 얼렐레 꼴레레 산행
더위 먹은 "족두리봉 이웃 사모바위" 접근 금지령 내려
오늘(2017.07.13)은 늘 함께 산행해온 (연산동, 파랑새, 김용섭) 아우들과 조촐한 산행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에서 10시 일행들을 만났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날 따라 장마 뒤끝 무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푹푹 찐다. 마치 우리 동네 만둣가게에서 왕만두 찔 때 올라오는 그 열기 같다.
이런 날은 무리한 산행은 피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그러자 산행 대장 파랑새 아우가 오늘은 가볍게 북한산 둘레길이나 걷자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산행을 시작 안 했으면 몰라도 시작했으면 족도 봉이라도 오르고 싶다. 그래 대장에게 내 뜻을 전하니 그러자고 한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저 형님 산도 별로이면서 객기부린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파랑새 아우 왜? 떫어.?’ 그러자 일행들 가던 길을 멈추고 한바탕 웃고 간다.
그런데 앞에서 한참 숨 가쁘게 오르던 대장이 말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는 코스는 북한산을 많이 다닌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경 코스라고 한다. 그 소릴 듣고 나니 혹시 비지정 등산로로 가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안 되는 일이다. 우리 만이라도 정도(正道) 산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래서 대장에게 물었다. 아우 혹시 비지정등산로 산행하려고 하는거야? 그러자 이번엔 연산동 아우가 한마디 한다. '아니 형님 오늘 왜 그렇게 이죽거려요? 혹시 나올 때 부부싸움' 하고 왔냐고 묻는다.
맞다. 연산동이 족집게 만신같다. 사실은 오늘 아침 산에 간다고 배낭을 챙기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정성이 뻗쳤네.’ 그러면서 이 더운 날, 무슨 놈의 산엘 가냐며 계속 구시렁댄다. 그 바람에 나도 한마디 한다. ‘아니 당신이 나 산에 간다고 언제적에 용돈 한 푼을 줬어, 아니면 도시락을 싸줬어? 내 발 가지고 내가 가는데 당신이 뭔데 콩 놔라 배 놔라 하는겨? 웃겨’ 하며 현관을 나선다.
그랬더니 이번엔 아내도 지지 않고 등 뒤에다 한마디 한다. ‘그래 윤도균이 잘났다. 그렇게 잘났으면 아예 산에 가서 살아라. 집에도 오지 말고 하며 문을 쾅 닫는다.’ 이쯤 되면 부부싸움 맞다. 이정도면 아마 보통사람들 같으면 코가 석 자는 처졌을 것이다. 그런데 난 이미 아내 바가지엔 이골이 난 사람이다. 다 지난 일 가지고 곱씹으면 나만 힘들다. 방법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이것이 도영이, 할베 사는 정도(正道)다.
어디쯤 왔을까.? 살아있는 나무에 웬? 벽시계가 걸려있다. 그뿐 아니다 시계가 11시 15분을 정확히 가르치고 가고 있다. 희한한 일이다. 그렇다면 배터리는 누가 교환해줄까? 계속해 의문이다. 그러고 보니 산에 시계 걸어놓고 관리하는 사람도 어쩌면 우리 보다 더 산에 미친, 아니 산과 연애질하는 사람 같다. 내 짐작이 그렇다. 그리고 어쩌면 저 사람도 집에선 아내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연산동 아우가 ‘형님 뭘 해 물이나 한 바가지 해요.’ 한다. 그 바람에 고개를 돌려보니 앞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바쳐놓은 페트병 속으로 떨어져 용솟음치고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 벌컥벌컥 생수를 마시며 생각한다. ‘여보 도영할망 당신도 나 따라다니면 이 좋은 생수 나눠 먹을 수 있을 텐데, 허구한 날 나만 산에 다녀 건강하면 뭘해요. 우리 둘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먼저 가고 없으면 나중에 많이 아쉬울 텐데 하며 아침 일을 반성한다.
그사이 파랑새 대장은 혼자 줄레줄레 앞서가더니 작은 암릉위에 올라서 저 건너 암봉들을 가르치며 묻는다. ‘형님 저 건너편에 보이는 암봉들 이름 다 아세요?’ 한다. 아마 내가 둘레길 걷자는 것 마다했더니 그 복수로 창피 주고 싶은 심보인 것 같다. ㅋㅋㅋ 아우! 왜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저 건너 첫 번째 우뚝 솟은 것은 족두리봉이고 그 옆엔 비봉, 향로봉 주섬주섬 봉우리 이름을 읊었었다. 그런데 그 10여 개 봉우리 중 정답은 단 하나 족두리봉뿐이다. 100점 만점에 10점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왜 사모바위가 안 보였냐는 것이다. 보였으면 그건 확실히 맞췄을 텐데, 그런 내 앞에 파랑새 아우는 흥이 났다. 그러면서 족두리 바위 전설은 어떻고 사모바위는 어떻고 아예 강의 조로 읊어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유일하게 정답을 맞춘 족두리봉을 쳐다본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내 눈에 족두리봉이 엄청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더니 파랑새 대장이 사모바위 이야기 꺼내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사모바위고 서방 바위고’ 오늘 같은 날은 다 징글징글하다. 이 찜통더위에 뭔 얼어 죽을 “족두리 사모바위” 타령이냐며 나에게 귓속말로 묻는다.
‘청파님 저 파랑새네 문제없어요.?’ 하고, 그러면서 오늘 이야긴 그냥 우리끼리 한 이야기로 하자고 하며 안전산행하고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한다.
이렇게 족두리봉 땀 흘리는 모습 보니 더이상, 찜통 산행은 무의미한 것 같다. 차라리 이런 날은 시원한 물가에서 발 담그고 노는 것이 건강에 유익할 것 같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 이라더니 마침 우리가 지나는 등로 우측에서 졸졸 물소리가 난다. 확인하니 겨우 넷이 발 담글 수 있을 정도의 물이 고여 흐르고 있다. 그러자 우리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가던 길을 멈춰선다. 이때 시간이 12시다. 그리고 내친김에 물가에 걸망을 풀고 퍼질러 앉는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발담그고 정답게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2시다.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다. 서둘러 코앞에 빤히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차마고도”길 코스를 조심조심 어렵게 타고넘었다. 그리고 곧 바로 구기터널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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