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8. 17:51ㆍ☎청파의사는이야기☎
2013 우리집 추석맞이 송편 이야기
송편을 다 빚어 쪄낸 모습
우리 집 추석 송편
나 어릴 적엔 추석이 가까워 오면
어머니께선 전날 불려놓은 쌀을 절구에 넣고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으셨다.
그리고 아이들은 뒷동산에 올라
바구니 가득 솔잎을 따는 일이
추석맞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양친 부모님께서 타계 하시고 난 후 부턴
우리 사 형제의 맏이이신 큰 형님 댁으로
설 명절, 추석을 쇠러 다니느라
집에서 송편을 빚어본 일이
결혼 40여년 되도록 겨우 몇 번에 불과 하다.
그런데 올 추석엔
큰댁에 우환도 이어지고
사 형제중 동생과 나 둘만 남은
우리들도 세월의 나이는 피할 수 없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자식들 결혼시켜
며느리, 손자를 보아
각자 집에서 추석 차림을 준비해
가족과 함께 보내고
추석날 부모님 모신
고향 선영하 납골묘에서
큰집이랑, 우리가족, 동생네,
그리고 시집간 막내 딸네가 만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올 추석엔 유난히 아내의 손길이 바쁘다.
오늘 아침엔 아내가 새벽들이 일어나
여보, 차 몰고 가서 송편 빚을 쌀가루좀 빻아 옵시다! 하는
소리 듣기 무섭게 부르릉 차를 몰아
방앗간엘 달려갔는데
추석 임새라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그렇지 않다.
아내가 쌀가루를 빻는 동안 나는
방안간 풍경을 살피는데
난생 처음본 송편 빚는 기계가
철커덕 철커덕 소리를 내며
쉴 사이 없이 돌아가며
송편을 만들어 내는 풍경이
얼마나 신기 하던지…….
자꾸 떠오르는 송편기계 생각하며
집에 오자마자 물을 데워
송편 반죽을 해
송편 빚기를 시작 하는데
송편 고물이 고작 검정콩과 참께 뿐이다.
“아니 여보 왜 팥은 없는 겨?”
하고 물으니 아내의 답변이 기고만장이다.
“팥이 없기도 하지만 팥고물 만드는 법”을 몰라서 안했단다.
나 참 기가 막혀
핑계치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하지만 내가 아내의 그 거짓말을 곧이듣겠는가?
이제 말이지만 우리 집사람은
“조상님이 팥을 잡수시다 돌아 가셨는지?”
평소에도 팥 보기를 벌레 보듯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반대로 팥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그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아내와 내가 만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잘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송편 이야기 하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집 송편 만들기는
아내는 깨떡을 만들고
나는 콩떡을 만드는데
평소 잔소리 좋아하는 아내가
자꾸 내가 만든 콩 송편이 크고
모양새가 없다나. 어쩐다나. 구시렁거린다.
그렇다고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내가 어디 한귀로 듣고 흘리는 사람인가?
그 자리에서 아내가 만든 송편과
내가 만든 송편을 비교하며
깨 송편은 만들기가 수월해 모양이 나는 거라 하니
아내 왈 나더러
“똥 싼 년 핑계” 대듯 한다나. 뭘한다나 하면서
내 흉을 본다.
나 참 기가 막혀
아니 이놈의 마누라가 서방을 뭐로 알고
그런 비아냥거림을 하다니 …….좋아 그럼
당신이 콩떡 만들어봐 하며 고물 그릇을 바꾸어
송편을 빚어내니 ‘오마이갓!
내가 빚은 참깨 송편이 훨씬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얼마나 잘 빚었던지……. 그 송편 먹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그렇게 되니 있는 흉 없는 흉 다 끄집어내어
내 흉을 보던 아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여보! 당신 사업도 접었으니
이참에 떡집이나 차리면 어때요?
뭐라고? 아니 이놈의 여편네가
결국 서방더러 떡집 하라는 소리 하려고
송편이 어쩌고저쩌고 한거란 말이야.
.
.
.
2013년 9월 17일 추석전날에
쑥 송편 반죽
흰송편반죽
콩 고물
만들어 놓은 송편
접시 윗쪽에 놓인 예쁜 송편은 내가 만든것이고 아래 넙적드레 하게 만든것은 아내가 만든것이다.
첫작품으로 만든 송편은 크기기 들쑥날쑥이다.
송편을 찐다음 다라에 담고 참기름칠을 해야 고소하고 맛이 더욱 좋다.
쑥 송편
흰 콩 송편
어떼요 이만하면 제 실력 괜찮지요. 아내가 나더러 떡집을 하라네요 ㅋㅋㅋ
작은 아들과 아내가 부쳐낸 고추랑 똥그랑땡
먹음직 스럽지만 추석 연휴후 늘어날 체중땜시 한개도 안먹었어요.
여보 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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