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8. 16:05ㆍ☎청파의사는이야기☎
이 글은 청파의 문우(文友) 산돌배 조성구님의
글을 읽고 감동되어 나의 블로그에 옮겨 싫었습니다.
황혼에 이는 바람
산돌배 조성구
한차례 호된 비바람이 몰고간 이틀 밤녘 후
갈잎은 빛을 더욱 잃어가고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제법 스산해졌다.
월랑에 걸친 달은 추억을 되돌이 하는 것인지, 한걸음 세월을 재촉하는 것인지
구름을 곁에두고 만월을 향해 가는 고즈녘한 밤이다.
얼마전 귀인을 배웅하느라 서울가는 전철을 탄다.
되돌아 오는길 전철안에는 노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애젊어 보이는 늙은 사람이 노약자석으로 다가와 서성거려 자리를 탐내보지만
내심 그모습으론 자리를 차지하기엔 아직이다.
자리를 거머쥘 자격은 세속이 마련해준 법대로야 충분하겠지만
급격히 늙어난 장수의 혜택으로는 어림없어 보인다.
게중 백발이 성성한 한 노부부가 손을 꼭잡고 있다.
손을 놓치면 금방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야 만날거란 절박함 일까?
맞잡은 손등엔 핏줄만 붉어진 두 부부의 손이 덧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손의 도움없이 황량하게 나선 전철길,
젊은 처자들도 복잡하고 어려운데 용케도 잘 타셨구나.
문득,
먼저 살던 집 건물에 살던 세입자 한 독거 노인이 생각났다.
팔십을 뛰어넘는 남자 노인이었는데 풍채는 거하였으나
무릅 관절염으로 여러차례 수술을 받아 거동이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었다.
외출을 할 경우에는 꼭 콜택시를 불러야했다.
나라에서 보태주는 노인 복지금을 받아 생활한다는 귀뜸이다.
일주일에 한두번 복지사들인지 간병 봉사자들이 들려 목욕을 시키고
세간을 정리하고 밑만찬을 해주고 가곤했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새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외양으론 칠순쯤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드나드는 것이다.
얼핏 봐도 곱상하니 세월을 험히 사신분 같지 않고 교양이 묻어나 보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하시는 말씀이 조근조근하고 덕위가 있어
그시대 분으로는 꽤 많이 공부한 부분들이 곳곳 배어 있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할배와 나이 차이가 꽤 되어 보였다.
어쨋거나 오게되면
이 할머니가 할배한테 머물러 있는 시간이 종일도 있었고 때론 며칠을 머물기도 했다.
그때마다 깨끗히 세탁한 할배의 빨래가 뒷마당에 걸렸고.
할배가 취미삼아 기르던 화분들은 반짝반짝 윤이 나곤 했다.
간간 열린 문으로 함박핀 웃음이 할배와 할머니 모습이 모두이다.
나중에 그 두 노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아주 오래전 부터 사귀게 된 사이인데 지금껏 이어져
양쪽 짝쿵이 사별을 하게 되고는 각기 살지만 그 연민의 끈을 놓치않고 이어져 왔는데
할머니 자손들은 모두 성성하여 조촐한 아파트를 별도로 어미에게 살게 해드렸고
이 할배는 아들 한 분 내외가 있었는데 사정이 좋질않아
내 건물 한쪽에 세들어 사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몇 년을 두고 봤는데 두 노인들의 사랑은 한결같았다.
할머니가 돌아갈 때는 꼭 우리집에 들려 할배를 부탁하고
생활품을 이저것 챙겨 주고 가는 것이다. 공과금까지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할배의 살림 살이가 모두 마당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연유를 듣는다.
연인 할머니가 아들 내외가 있는 미국으로 이민가게 되었단다.
더 홀로 한국에 머물게 할순 없다해서 자식말을 더 미룰수는 없어 간다고.
그래서 그 할머니가 쓰던 가구 모두를 이 할배에게 주고
낡아 헌 할배 것들을 버리려고 내놓은 것이다.
문이 열려 들여다 보았다. 모두 최고급 가구들이었다.
원목 조립식 장롱이 그리 흔한 것이 아님을 알것이다. 그것도 은행나무란다.
모든 가구 세간이 그리 보였다.
그러나 두 노인들의 어굴엔 슬픔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고 할머니는 떠나갔다.
복지사들의 손길은 여전하였으나 할배의 모습은 초라해져 갔다.
병세는 악화일로로 수술을 반복하고 거동조차도 어렵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말쑥한 넥타이 정장 차림의 할배가 콜택시를 불러 마당에 세웠다.
미국에서 할머니가 잠시 온다해 그 몸으로 공항엘 마중 간다는 것이다.
언제 아팠던 노인이 그럴까, 기쁨의 모습으로 소년처럼 가득차 보였다.
그리고 한 일주일 할머니가 머무는 동안의 모습은 견우와 직녀 이상이었다.
구십을 바라 볼 연세에 땀흘리는 운우지정까지야 모르겠지만
두 손 꼭잡고 있는 모습이란 젊은 연인 그 이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일주일이 되던 날 새벽 할머니는 다시 미국으로 간다.
공항까지 배웅을 하고 들어 오는 할배 모습은 그야말로 사색 그대로였다.
그러길 두어번 더 할머니가 오갈때마다 노인들의 사랑은 절절했다.
내가 그건물을 팔고 오고 몇 달후 소식을 접한다.
느닷없는 연인 할머니가 귀국했다는 말이 들린다.
알고보니 이 할배와의 사랑 때문에 자식이고 미국이고 다 떨쳐버리고
다시 영구 귀국을 해 버린 것이다..
.
.
.
옹색한 할배의 한 칸 방이었지만 사랑의 힘이란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나보다.
그리곤 아예 두 노인이 합쳐 사신다는 소식을 접한다.
건강도 되찾아가고
남은 날들을 매일매일 마지막 일것 처럼 살고 있다고.
.
.
.
전 철안 두손을 꼭 잡고 있는 노 할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 본다.
사랑이 무엇이기에 그리 멀고 긴 만리길 다리가 끊기지 않고
사랑이 무엇이기에 노구의 다리를 버티게 했을까?
그 사랑의 힘이 아니었으면 할배는 진즉 이승사람 아니였지 싶다.
이런 사랑이말로 참 사랑 아닐까?
각기 먼저 보낸 짝꿍의 애련함이 왜 없었을까만,
저렇게 덧없는 황혼의 사랑을 누가 어떻게 가름할수 있을까?
부럽다는 말이 맞을까?
.
.
.
천둥번개 치던 하늘이 깨인다.
구름은 흘러가고
가을은 깊어간다~!
2013.9.15
'☎청파의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한가위 조상님 성묘 및 가족 나들이 [사진] 1 (0) | 2013.09.20 |
---|---|
2013 추석맞이 송편 이야기 [글,사진] (0) | 2013.09.18 |
10월 첫주 일요 도보 여행 떠납니다. (0) | 2013.09.17 |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세요 (0) | 2013.09.17 |
이용 편리한 "PC버전 카카오톡" 다운로드 받아 사용해 보세요 (0) | 2013.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