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 고희 기념 "인수봉 암벽 등반"

2013. 5. 17. 20:22☎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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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 고희 기념 “인수봉 암벽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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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5601

 

 

도영이 할아버지 청파 윤도균 고희 기념으로 북한산 국립공원 인수봉 암벽등반 성공하고 일행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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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북한산 산행을 하고 백운대 정상에 오르니 바로 코앞에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산악인들을 본 적이 있다. 가느다란 로프에 생명을 걸고 매달린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고, 감동적이고, 부럽던지 나도 모르게 '우와'하고 감탄했다. 내 감탄을 곁에서 들은 우리산내음 암벽등반팀 후배들이 "청파님, 인수봉에 한 번 오르고 싶으세요?" 하고 묻는다.

"물론이지, 하지만 그 꿈은 결국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는 격이지"라고 말했을 뿐인데 이 소리를 곁에서 들은 후배들이 한목소리로 "청파님 체력이시면 충분히 인수봉에 오르실 수 있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 말이 씨가 돼 2008년 6월 24일, 생각지도 않게 첫 번째 인수봉 암벽 등반에 도전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 내 나이 65세였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다 보니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또다시 2010년 9월 5일 두 번째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 불과 정상을 코앞에 앞두고 불행하게 갑자기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은 국지성 호우가 세찬 바람을 동반하고 쏟아져 내렸다. 게다가 벼락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연속 우리 주위에서 '우르릉쾅쾅' 뇌성을 치더니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아 자작' 소리를 내며 벼락을 때리는 바람에 자칫 황천길 갈뻔한 순간에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하산해야 했던 날이 있었다.

그 길로 하산해 우이동에서 뒤풀이를 하다 얼쩡해진 김에 나는 지나는 말처럼 "오늘 실패를 교훈 삼아 2년 후 칠순이 되는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때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이 우직한 후배 산악인들이 이미 2년 전 농담삼아 한 소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지난 4월 20일 강원도 화천에 있는 회목봉 산행 때 '청파님 고희기념 인수봉 등반' 날짜를 정하자 고해 얼떨결에 '2013년 5월 12일'로 디데이로 정했다. 그후 내가 산행을 함께하는 '우리산내음' 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공지됐다. 

 

암벽 구간을 오르고 있는 도영이 할아버지 청파 윤도균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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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구간도 만만한곳은 없다. 자칫 방심하면 순간에 영원으로 변할 수 있는 암릉 구간을 도영이 할아버지가 오르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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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처럼 했던 말이 사실화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청파님을 통하여 우리산내음과 연을 맺었으며 지금까지 그 끈을(?) 놓지 못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생각해도 70세까지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만 참으로 건강하시고 우리산내음의 기둥이신 청파님의 칠순을 맞이하여 우리산내음 암벽팀에서 작은 이벤트로 인수봉 등반의 추억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함께 하고자 하시는 보행팀은 도선사주차장에서부터 함께하여 등반하신 모습을 보신 후 백운대를 거쳐 하강지점에서 함께 만날 것입니다.

 

저의 작은 소망도 인수봉에서 칠순잔치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속에 이번 등반을 즐거운 마음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집안에 모셔놓았던 장비들도 다시 한번 점검하시고 등반이던 보행이던 함께 하고자 하는 우리산내음 가족들의 많은 참여로 뜻깊고 보람있는 기억과 기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선등자 선착순 대장께서 일행들이 오를 수 있도록 선등을 하면서 로프를 늘이며 등반하는 모습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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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난이도 구간에서 선착순 대장이 후미를 인도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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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지글을 보고 나는 한동안 멍해졌다. 아니 이 친구들이 농담으로 한 말을 사실로 받아들여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여 놓다니….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위하여 바쁜 일정도 다 접고 위험하기 이를 때 없는 인수봉 암벽 등반을 강행해 나에게 또다시 고희 기념 인수봉 등정의 기회를 주다니…. 후배들의 마음이 매우 고마워 코끝이 찡하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이면 인수봉 등반 날인데 그러지 말자고 하는데도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며 심지어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만에 하나 만약 도전에 실패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저 늙은이 나잇값도 못하고 서툰 짓 했다 망신당할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를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인수봉 등반을 하는 일행 중 만약 한 사람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인수봉 도전을 위하여 체력 보강을 위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 '나는 할 수 있다, 자신 있다' 자부를 해왔는데도 막상 결전을 코앞에 두고 주눅이 든다. 그런데다 가족은 물론 주위 친인척과 지인들이 "청파 아니 당신이 무슨 이팔청춘인줄 아느냐"며 극구 말리는 바람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나는 맘속으로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모두 다 운명이다, 죽을 팔자면 인수봉에 안 올라도 죽을 것이고 살 팔자라면 살 것이다, 까짓것 한번 죽지 두 번 죽겠나! 기왕 도전하는 것 마음 당차게 먹고 당당하게 도전해 꼭 성공해서 나이 70에도 인수봉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자'고 얼마나 나를 채찍질했는지 모른다. 
 

수출맨님이 후미 일행을 안전하게 유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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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대장과 도영이 할아버지가 인수봉 등반에 성공하고 맨 꼭대기에 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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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5월 12일 인수봉 등반 도전의 날이 밝아 총원 18명 중 인수봉 등반을 하는 팀은 나를 비롯해 10명과 백운대 정상에 올라 우리들의 인수봉 등정을 응원해줄 보행 산행팀 8명이 오전 9시 우이동 도선사 지역에 있는 국립공원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출발해 암벽등반팀은 인수봉 고독 길 코스로 보행팀은 영봉을 거쳐 백운대로 오르기로 하고 헤어져 각기 다른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전날 일기 예보에 따르면 분명히 이날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새벽녘에 이슬비가 내려 우리가 오르게 될 전 구간 바위가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에서 우리 일행을 선도할 선착순 대장이 조심조심 선 등을 하며 안전 로프를 설치하며 오르고 그 뒤를 따라 착한 님이 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오르고 내가 3번 타자로 암벽을 오르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신경을 쓰며 첫 번째 코스를 오른다.

그때야 비로소 몸이 풀리고 긴장도 풀리고 이때부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 귀 바위를 올려다보는 구간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귀 바위 오름 구간은 눈으로 보기엔 그냥 로프 늘이지 않고 릿지로 오를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선착순님에게 들으니 오히려 이 구간이 더욱 힘든 구간이란다. 안전 로프를 설치하고 그 뒤를 이어 내가 오르는데 예상대로 난코스라 상당히 어렵게 올랐다. 이어지는 '영자 클랙' 코스도 고난도 구간이지만 다행히 큰 무리 없이 올랐다.

한 구간만 지나면 인수봉 정상인데 다행히 코스가 그다지 험하지 않아 나는 선착순 대장의 뒤를 따라 이번에는 가볍게 인수봉 정상 올라 먼저 우리의 등반을 맞으편 백운대에서 응원하기 위해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정상에 오른 것을 손을 흔들어 알렸다. 일행들이 몰라보는 것 같아 무전기로 알리니 일행들 하나같이 "청파님 칠순기념 인수봉 등정 축하 합니다"란다.

 

이날 칠순(70세)를 맞이한 도영이 할아버지 청파 윤도균이 인수봉 정상에 올라 일행들에게 환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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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래님과 도영이 할아버지가 하강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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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미 일행들이 모두 다 오르고 나서 미리 준비한 '청파 칠순 기념 인수봉 등반' 현수막을 펼치고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그 힘든 암릉 구간을 오르며 배낭에 넣어온 케이크 점화도 하고 가벼운 간식을 마치고 곧바로 하강을 하는데 오르는 데까지는 성공을 했지만, 마지막 하강을 안전하게 해야 하는 마음이 부담감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만에 하나 내가 실수하게 될 것을 우려에 선착순 대장께서 내 옆에서, 민들레님도 함께 붙어 하강을 도와줘 오히려 무섭다기보다는 짜릿한 재미를 느끼며 안전하게 하강했다. 그러고나니 나의 하강 모습을 지켜본 보행팀 일행들이 청파님 인수봉 등정 성공하고 하산하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며 "안전 하강을 축하하는 하산을 완료하고 오늘같이 좋은 날 어떻게 그냥 지날 수 있나요"란다.

아내와 아들 며느리 누이동생들까지 우이동으로 응원와 대가족이 모인 자리 한 식당에서 다시 현수막을 걸고 후배들의 주선으로 나에 고희기념 피로연을 열었다. 나는 인사말을 통해 "좋은 산 친구들 만나 내가 이렇게 칠순에 영광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두 함께 잔을 채워 건배를 나누며 이날의 '청파 윤도 균 고희기념 인수봉 등반' 피로연을 모두 마치고 다음 산행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안전하게 하산을 마치고 청파 윤도균 인수봉 등반 기념 고희연 자리를 일행들이 축하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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