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야옹
아버지. 할 말만 하는 로봇 같은 사람. 큰 웃음 대신 미소만 짓는 사람. 아침에 나갔다 잠들면 들어오는 사람. 항상 존대해야 하는 사람. 나에게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몸이 아파도,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아버지께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주 어릴 적 기억 속 아버지는 목마를 태워주며, 다리를 쓸어 내리며 쭉쭉 해주고, 내가 울면 자다 일어나서 다독여주던 분이셨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아버지의 존재가 무뎌져 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잘못인지, 아버지의 잘못인지, 알 겨를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나는 고된 훈련을 마치고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때 사고로 다친 무릎 때문에, 다시는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완쾌를 하였고, 그 후 달리는 것에 유난히 집착을 했습니다.
하지 말라던 운동을 기어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훈련으로 다리가 아프다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못하고 끙끙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못내 서운하셨는지,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셨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작은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 아버지가 몰래 들어 오셔서 어릴 적 해주시던 쭉쭉 마사지를 해주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다리에 쥐가 나 내가 끙끙거리자 발 밑에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야옹~야옹"을 외치고 계셨던 겁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보던 중 TV에서 다리에 쥐가 나면 '야옹' 을 외치면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 내신 모양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야옹'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감사함에, 미안함에 일어날 수가 없었던 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 하현주(새벽편지 가족) -
![](http://www.m-letter.or.kr/mail/img1/2115.jpg)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 이름만으로 아버지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부모님께 먼저 다가가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