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추워질수록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수록 무서워지고 두려워졌다.
수능 D-50. 난 지금 청소년 생활 중 가장 힘들다는 고3 수험생이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인생이 결정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고 한숨과 적막만이 나를 지배했다.
피가 말라가는 느낌... 그 느낌은 겪어보지 않곤 알 수 없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난 고3생활의 대부분을 보냈었다. "공부해라. 대학 잘 가야 인생 핀다."
그런데 며칠 전 가족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었다. 평소에 얼굴도 잘 마주치지 않을뿐더러 대화를 나눠본 적이 드물기에 어색했다. 딱히 대화를 나눌 소재를 찾기 힘들었다. 한참동안의 침묵이 이어졌을까? 어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힘들지?" 그 한마디에서 난 많은 것을 느꼈다. 근심이 가득하신 얼굴로 나를 보며 '힘들지?'란 한마디를 건네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이 날뻔했지만 애써 담담하게.. "나만 힘든것도 아닌데..뭐.." 라고 대꾸를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건강하기만 해. 이 엄마는 다 필요없다." 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참동안을 어머니의 품에서 울고 나서야 그 동안 내가 느꼈던 절망을 버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몸 챙겨가면서 공부하라고 비타민을 챙겨주시는 아버지가 곁에 있기에.. 뭐든 시키는 건 다 해주겠다며 힘내라는 든든한 남동생이 곁에 있기에.. 언니랑 같은 대학 갈꺼라고 같이 열심히 공부하자는 여동생이 곁에 있기에.. 몸만 건강하면 된다고 기운 내라는 어머니가 곁에 있기에.. 더이상 이 세상이 두렵지 않다.
- 최지혜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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