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전말은?
사기죄로 구속되어 있는 처의 보석금 2,000만원이 필요한 강도범(강성진 분), 강도범의 처남 서종만(유건 분), 강도범의 절친한 친구로서 우즈베키스탄 신부를 맞으려다가 결혼자금을 사기 당한 문근영(유해진 분) 등 3명은 장사 잘되는 국밥집 주인인 권순분 여사(나문희 분)를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기로 계획하고 권순분 여사를 납치한다.
이들은 권순분 여사의 네 명의 자녀에게 몸값을 요구하기 위하여 전화통화를 시도하나, 권순분 여사의 재산을 일찌감치 상속받은 명식, 명자, 경자, 형식 등 네 명의 자녀는 납치사실을 곧이듣지도 않고 모친의 안위에 관심이 별로 없다.
이에 격분한 권순분 여사는 난감해하면서 범행을 포기하려는 세 명의 납치범에게 완벽한 시나리오를 꾸며 자신의 자녀들로부터 500억을 뜯어내자고 부추기고 범행을 주도한다.
과연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과 공모하여 자녀들로부터 500억원을 뜯어낸 권
순분 여사의 죄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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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인의 납치범은 인질강도미수죄에 해당되죠
먼저 남편의 묘에 찾아간 권순분 여사와 종업원 이미애(윤주련)를 납치하여 차에 태우고 자녀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기 위하여 전화를 걸었으나 실패한 도범, 근영, 종만의 범죄는 “인질강도미수죄”에 해당할 것이다.
형법 제336조는 “인질강도”라는 죄명으로 “사람을 체포·감금·약취 또는 유인하여 이를 인질로 삼아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들 납치범 일당은 권순분 여사를 약취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네 명의 자녀들에게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음에도 자녀들이 엄마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등 무관심으로 돈을 뜯어내는데 실패한 것이므로 범행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범행에 착수하여 완성한 경우를 “기수범”이라고 하는데 비해 어떠한 범행에 착수한 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범행을 완성하지 못한 경우를 “미수범”이라고 한다. “미수범”은 형법 등 법률에서 그 범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고, 또 처벌하는 경우에도 범행을 완성한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제 342조는 제336조의 인질강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범, 근영, 종만의 범죄는 인질강도미수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인질강도죄의 법정형인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보다 감경할 수 있고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하므로(형법 제 55조 제1항 제3호) 도범, 근영, 종만은 결국 “1년 6월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질 것이다.
◇ 내 몸 값이 고작 5,000만원? 자만심 상하죠!
권순분 여사는 3인의 납치범에게 자신이 납치된 것처럼 꾸며 자식들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뜯어내자고 제의한다. 3인의 납치범들은 애초 권순분 여사의 몸값을 5,000만원으로 계획하였으나, 권순분 여사는 500억을 받아내자고 한다. TV 방송을 교묘히 이용하여 권순분 여사가 납치된 것처럼 중계방송을 하게하여 권순분 여사의 납치사건은 순식간에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 대구 중앙경찰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순분 여사의 양아들 안재도(박상면 분)가 권순분 여사의 납치범들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오자 납치범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권순분 여사의 시나리오대로 범행을 진행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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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순분 여사의 계획대로 여사의 네 자녀들은 썩 내키지는 않으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체면 때문에 500억원의 현금을 준비한다. 권순분 여사는 500억원의 현금을 컨테이너에 넣은 다음 기차의 화물 운송 칸에 실어 일정 구간 운행하도록 시킨다. 안재도 서장 등 경찰관들은 기차를 감시하면서 따라가지만 안개로 시야가 흐려진 사이 3인의 납치범들은 현금이 들어 있는 콘테이너 박스를 강물로 추락시켜 빼돌린다. 권순분 여사의 심복인 정집사(박진영 분)는 권여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컨테이너 박스를 인양하여 현금을 숨기게 되고, 권순분 여사는 3인의 납치범들에게 그들이 애초 계획한 5,000만원만을 지급하는 대신 권순분 여사를 성공에 이르게 한 갖가지 국밥제조 비법이 담겨 있는 수첩을 넘겨준다.
◇ 권순분 여사도 사기의 공범이지만...친족간 범행은 처벌 못해
권순분 여사는 처음에는 약취당한 피해자였으나, 자녀들의 태도에 분노해 자녀들로부터 이미 상속한 재산을 빼앗을 생각으로 모든 범행을 주도한다.
권순분 여사는 범행을 중단하고 도주하려는 3인의 납치범들을 안재도의 여동생인 안선녀(박준면 분)의 집으로 데려간다.
안선녀는 여자 최홍만(?)을 연상하게 하는 거구에 힘도 장사다. 3인의 납치범들은 오히려 권순분과 안선녀에 약취된 상태라 할까...
그러니 권순분 여사를 납치한 상태가 아님에도 납치한 것처럼 꾸며 자녀들로부터 500억원을 뜯어낸 권순분 여사와 3인의 납치범들은 사기죄의 공범이 된다. 우리 형법 제 347조는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특정 재산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 3조 제 1항 제2호는 “사기, 공갈 등 범죄로 인한 재산상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비록 권순분 여사가 499억 5,000만원을 취득하고, 3인의 납치범들은 5,000만원만 취득했을지라도 권순분 여사와 3인의 범인들 모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범으로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원칙적으로 공범간의 범행 이익 안분은 정상관계의 고려사항일 뿐 법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형법 제 354조, 제328조의 친족 간 범행에 대한 특례이다. 우리 형법은 일정 범죄에 한하여 친족간의 범행에 대하여는 형을 면제해주거나,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소를 요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국가가 직접 개입해서 형벌권을 발동하는 것이 반드시 적절하지는 않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사기, 공갈, 횡령, 배임죄 등 주로 재산범죄에 적용이 된다. 친족상도례에 의하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호주, 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위 범죄는 형을 면제하고, 기타의 친족 간에 위 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권순분 여사는 직계혈족인 자녀들을 속여 500억원을 편취한 것이므로 형 면제 사유에 해당이 된다. 그러나 형법 제 328조 제3항은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3인의 납치범들은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지 않고 처벌받게 될 것이고 사기죄 이외에 이미 성립한 인질강도미수죄는 별개로 처벌받게 됨은 물론이다.
◇ 점유권 이전이 안 되었다면 특수절도죄의 죄책 물을 수 있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때 완성된다. 즉 재물의 점유를 취득해야만 기수가 되는 것이다. 권순분 여사의 자녀들은 범인들의 요구에 따라 현금 500억원을 준비하여 컨테이너에 넣은 다음 기차의 화물칸에 적재하고 범인들이 지정한 경로로 기차를 운행하게 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권순분 여사를 구하기 위해 범인들에게 교부할 생각으로 기차에 돈을 실은 것인지, 잠시만 돈을 실어두면 안재도의 지휘를 받는 경찰관들이 범인을 잡아 돈을 돌려준다고 하므로 그 말을 믿고 임시로 돈을 적재한 것인지 여부는 영화상 분명치 않다.
기차의 기관차에는 기관사 1명과 경찰관 1명이, 기차의 주변에는 안재도가 이끄는 경찰관들이 계속 기차를 따라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아직 500억원은 기관사 혹은 경찰관의 점유에 남아 있다고 추정해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3인의 납치범이 컨테이너를 강물로 떨어뜨리는 단계에서는 500억원의 점유권이 범인들에게 이전한 상태가 아니므로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행위인 특수절도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또한 친족상도례의 친족관계는 재물의 소유자와 점유자가 모두 친족이어야 하므로 500억원의 점유자가 자녀들이 아니라면 권순분 여사도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특수절도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나치게 법률적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교도소에서 출산한 유아, 18개월까지는 양육할 수 있어요.
영화는 강도범이 임신한 상태로 사기죄로 수감중인 처 서종란(서영희 분)과 접견하는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도범과 종란은 강화플라스틱을 사이에 둔 채 전화기를 들고 교신하는데... 이는 오래전에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최근에는 스피커 시설이 되어 있어 작은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는 강화플라스틱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접견이 이루어진다.
서종란은 구치소에 수감 중 아이를 출산한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자가 유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행형법 제 8조 제3, 4항에 의하여 유아를 교도소나 구치소 안에서 양육할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교도소장 혹은 구치소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생후 18개월에 이르기까지 양육을 허가할 수 있다. 만일 소장이 여자수용자에게 양육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에 그 유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인수인이 없을 때에는 그 유아를 당해 교도소 등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인도하여 보호하게 하여야 한다. 또 양육이 허가된 유아가 생후 18개월에 달하였을 때에도 마찬가지다(행형법 시행령 제 13조)
◇ 사랑으로 키운 나무, 열매가 훨씬 크죠!
극은 재물을 둘러싼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를 버무려 극적 카타르시스를 도출해낸다. 천륜조차도 재물 앞에서는 무기력하지만 헛된 욕망의 종말은 예상보다는 싱겁다. 모친에 대한 생명의 위협을 무시한 대가가 고작 국밥집 종업원이라니...
또한 친어머니처럼 존경하는 권순분 여사를 구하기 위하여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개인의 목적으로 위해 이용하는 안재도 서장, 권순분의 자작극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온정주의는 극적 재미를 위한 것이지만 다소 허술해 보인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에서 500억을 실은 컨테이너를 열차에 실어 운행하게 하고 단 3사람의 힘으로 컨테이너를 밀어 강물로 빠뜨리는 점, 컨테이너가 상당한 무게임에도 강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교교히 강물위로 떠올라 쉽게 인양이 된다는 발상은 신선하기는 하지만 리얼리티가 없어 공허하게 느껴진다. 작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할머니와 납치범들의 코믹 좌충우돌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자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면 잘 키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잘못 키웠다는 권순분 여사의 탄식은 결코 부와 행복이 비례관계가 아니며 양분보다는 사랑으로 키운 나무가 더욱 푸르고 건강한 열매를 맺는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채 오랫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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